에이징 요가안티 에이징의 정반대를 추구하는 요가의 세계

ⓒ Corina Rainer on Unsplash

만약 요술램프나 마술지팡이 따위가 별안간 눈앞에 떨어져서 유명인 딱 한 사람을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구를 선택할까,하고 한가한 어느날 덧없는 고민을 해보았다. 흐음. 정말 어려운 문제다. 세상에는 멋진 사람이 너무너무 많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피아니스트 조성진, 시공간을 초월해 버지니아 울프를 꼭 한 번 만나보고 싶다. 하지만 한 번 만나는 것과 실제 친해지는 일은 달라서 보다 강력한 마법으로 친구까지 될 수 있다면 어떨까. 흐음 고민이다. 이 경우라면 나는 이나가키 에미코 씨를 선택하겠다. 그녀는 나의 오랜 워너비다. 할 수만 있다면 하루 종일 그녀의 꽁무니를 쫓아다녀도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이나가키 에미코 씨는 전 아사히신문 기자로, 국내에서는 『퇴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생활은 계속된다』 등으로 큰 사랑을 받은 작가다. 폭탄머리라 불리는 아프로헤어를 한 50대 독신 여성으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가정에서 일절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첨단을 달리는 도쿄에서 냉장고, 전자레인지, 심지어 전등도 없는 생활을 한다. 동네 슈퍼를 공유 냉장고로, 목욕탕을 공용 욕조로, 단골 카페를 쉐어오피스로 사용한다고 한다. 그녀는 돈이 있어도, 없어도 무서울 것 없는 삶을 궁리한다. 그렇게 맨주먹으로 자유를 감행하면서도 마음 무겁게 비장하거나 고집스럽지 않은 점도 쿨하다. 그녀는 늘 인정이 넘치고 유쾌하다. 한가롭고 자유롭다. 그녀와 친구가 되면 아주아주 멋질 것이다.
그녀가 고정 출연중인 NHK라디오 방송을 빠짐없이 듣는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사실인데 그녀 역시 20년 넘게 요가를 해온 요기(yogi)라고 한다. 최근엔 이웃들에게 무료로 요가를 가르친다고 했다. 이것은 일도 취미도 아니어서 미묘한 책임감과 해방감 속에서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고. 50대 중반인 그녀는 30대 때도, 40대 때도 안 되던 포즈가 어느날 느닷없이 되더라며 웃었다. 
“안티 에이징이란 말이 있는데요. 요가의 세계에서는 정반대입니다. 에이징(Aging), 즉 나이를 먹는 것이 도리어 적이 아닌 내 편이 된다고요.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야만 새로이 보이는 세계도 있습니다.”
멋진 말이다. 안티 에이징만큼 지는 게임도 없다.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생각해보면 시간에 대한 태도에 따라 그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매력도 달라지는 것 같다. 내 경우 무엇에든 시간과 품을 들일 각오를 하는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은 신뢰할 수 있다. 가능한 빨리 목표를 이루려기보다 “무엇이든 그리 간단치 않으니까요”라고 말하면서 착실히 시간을 쌓는 쪽을 선택하고 싶다.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도 마찬가지다. “시행착오는 반드시 필요해요”라고 말하면서 머리 맞대고 고민하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팀워크라는 것은 단순하게는 함께 끙끙대는 시간으로 완성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30대 중반이다. 이나가키 씨는 50대 중반, 그녀와 나 사이에는 2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있다. 과연 나는 그녀처럼 멋지게 나이들 수 있을까. “시간을 내편으로!” 그녀의 말을 잊지 말아야지. 59세에 호놀룰루에서 열린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했던 하루키도 비슷한 말을 했다. “나이 먹는 것을 여러가지 잃어가는 과정으로 보는가, 혹은 여러 가지 쌓아가는 과정으로 보는가에 따라 인생의 퀄리티는 한참 달라지지 않을까. 뭔가 건방진 소리 같지만.”*
*무라카미 하루키, <즐거운 철인3종 경기>,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p.115
도쿄 요요기공원의 너른 잔디밭에서 이나가키 씨와 함께 쉬르샤아사나(Shirasasana, 물구나무 서기 자세)를 해보고 싶습니다. ⓒ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 이아림 지음
by이아림

<요가 매트만큼의 세계>를 썼다. 출판 편집자로 일하고 있으며, 요가와 불교를 공부하는 수행자다. 매일 쓰고, 계속 쓰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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