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치기는 식물이 자라는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정원가는 이런 생리학적 반응을 활용하여 식물의 형태를 잡고, 꽃과 열매를 맺는 능력을 개선한다. 죽거나 병에 걸리거나 상처를 입은 부분도 가지치기로 제거해 식물의 건강을 전체적으로 향상할 수 있다.
가지치기가 거의 필요하지 않은 식물도 있고, 원하는 방식으로 자라게 하려면 해마다 가지치기를 해줘야 하는 식물도 있다. 한 번도 가지치기를 한 적이 없거나 가지치기가 잘못되어 아무렇게나 자란 식물은, 형태를 바로잡고 다시 탐스러운 꽃과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 집중적인 가지치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초보 정원가 중에는 잔가지 하나를 조금만 잘라도 식물에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까 전전긍긍하면서 필요 이상의 걱정을 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 대부분의 식물은 가지치기에 매우 너그러운 반응을 보이며 회복도 잘된다. 어떤 식물은 가지를 바짝 잘라내는 강전정을 해도 회복이 잘되고, 심지어 수명이 연장되기도 한다. 반면, 가지치기하는 것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시스투스(키스투스속Cistus)나 금사슬나무 같은 식물도 있다.

정원의 가지치기
정원가는 정원이 어느 정도는 자연환경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자연에만 맡기면 금세 무성해져, 인간의 역할이 중요하다. 가지치기는 잡초 제거와 함께 정원 관리 유지의 핵심이다. 기본적으로 가지치기는 식물이 정원의 규모와 어울리는 범위 안에 있도록 유지하는 것이다. 너무 많이 자라 지나치게 우거진 나무나 덤불은 정원의 다른 요소들과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그렇기 때문에, 나무를 원하는 형태로 자라게 하려면 초기에 가지를 잘 다듬어 수형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약하거나 꼬이거나 쏠리거나 너무 무성하게 자란 가지는 어떤 식물에서도 제거해야 하며, 툭 불거져 나와 있는 나뭇가지도 시각적 매력을 해치니 제거한다. 유럽호랑가시나무와 월계수처럼 빽빽하게 자라는 상록관목은 가지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아 이런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쏠리면서 자라는 가지는 수피가 손상될 수 있어, 제거하지 않으면 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죽었거나 병에 걸렸거나 죽어 가거나 손상된 부분 역시 미적인 이유에서뿐만 아니라 감염 예방을 위해 서도 제거해야 한다. 병에 걸렸거나 죽은 가지가 있는 큰 나무는 안전상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자 격을 갖춘 전문가에게 보이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가지치기는 개화와 결실을 더 좋게 만들 수도 있고, 가지치기 자체를 이용하여 토피어리나 (왜림 작업이나 두목 전정을 통한) 가지와 잎의 모양 잡기, 분재 같은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접붙이기를 한 식물의 대목에서는 때로 곁눈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런 곁눈이 눈에 띄면 곧바로 제거해 주어야 한다. 잎이 알록달록한 식물에서는 잎 전체가 초록색인 부분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부분도 지체 없이 제거해 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초록 잎이 우세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연적인 노화와 탈리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식물의 쇠퇴 과정은 식물 기관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이 과정을 노화라고 부른다. 이렇게 죽은 식물 기관은 탈리라는 과정을 거쳐 식물체에서 실제로 떨어져 나간다. 노화와 탈리는 매해 낙엽이 질 때마다 볼 수 있고, 꽃이 지거나 열매가 익어 떨어지는 현상에도 적용될 수 있다.
노화는 종종 정기적으로 일어난다. 한해살이 식물에서는 해마다 일어나는데, 먼저 잎이 죽고 줄기와 근 계가 뒤따라 죽는다. 두해살이 식물에서는 이런 현상이 2년마다 일어난다. 여러해살이 식물은 수명이 정 해져 있지 않고, 줄기와 근계가 오랫동안 살아있다. 때로는 수백 년 동안 살기도 하는 이런 식물도 잎과 종자와 열매와 꽃에서 연중 각각 다른 시기에 탈리가 일어난다.
많은 상록수에서 잎은 2~3년밖에 살지 못하며, 그 뒤에는 죽어 탈리된다. 다년초에서 잎의 노화는 오래된 잎에서 어린잎으로 진행되고, 때로는 식물의 지상 부분 전체가 죽은 다음에 휴면에 들어가기도 한다. 늦여름에서 가을까지는 정원에서 아주 오랜 시간을 머물면서 노화로 시든 부분을 깔끔하게 정리해야만 정원의 모습을 생기 있게 유지할 수 있다. 그러면 때로는 새 가지가 자라도록 자극을 받아 새 꽃이 더 필 수도 있다.
노화와 탈리에는 생물학적으로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그중에서도 열매의 탈리에는 그 종의 존속이 달려 있다. 열매는 제때에 탈리가 되어야만 흩어지거나 새로운 장소로 옮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꽃과 잎이 제거되지 않으면, 어린 꽃과 잎에 그늘을 드리우거나 병이 들게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잎을 떨구는 것은 양분을 토양으로 되돌려 보내는 데도 도움이 된다. 지력이 약한 토양에서 숲의 나무들이 살아남으려는 일종의 양분 절약 방법인 셈이다. 탈리는 탈수가 일어난 식물에서도 볼 수 있는데, 이런 식물은 잎을 떨궈 증산작용을 줄인다.
이 글은 <가드닝을 위한 식물학>(제프 호지 지음, 김정은 옮김, 따비)에서 발췌했습니다.
가드닝을 위한 식물학
식물의 성장과 발달부터, 내부 작용과 생식, 토양, 해충은 물론, 알아두면 좋은 식물학자와 식물화가까지, 가드닝에 필요한 식물학의 기본 개념과 원리를 그림과 함께 자세히 풀어낸 책이다. 저자 제프 호지(Geoff Hodge)는 원예 전문 잡지 <Gardening News> 에디터 출신으로, 영국에 거주하며 정원과 원예 관련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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