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릇푸릇한 관엽식물 없이 플랜테리어를 할 수 있다고 하면, 플라스틱 조화를 사용하는 거냐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뇨! 플라스틱 식물로 실내외 꾸미는 것을 저는 절대 플랜테리어라고 하지 않습니다. 제가 식물 작업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생명을 가진 자연을 다루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자연을 돌아보면 식물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요소 중에는 돌, 흙, 바람, 물처럼 살아 숨쉬지 않는 물질도 많죠.
멋지고 화려한 잎을 뽐내는 관엽식물이 아니더라도 자연을 실내에 들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제가 즐겨하는 작업이기도 한데, 바로 돌과 이끼를 사용하는 거예요.

돌과 이끼만으로 작업하면 자칫 심심해 보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도 있겠지만, 취향의 문제입니다. 어떤 돌을 쓰느냐에 따라 일본에서부터 유명해진 젠 스타일(Zen style) 분위기를 낼 수도 있고, 또는 제주도스럽고 한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습니다. 요즘 세계적으로 동양적 감성을 표현한 디자인이 인기인데, 이끼와 돌을 이용해 작은 동산을 만들면 매우 독특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을 줍니다.
어떤 돌을 써야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요. 돌 종류를 선택하기 전에 먼저 공간 분위기가 어떤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작업물 크기가 클 경우, 전체적인 공간 분위기와 잘 어울리게 연출하는 것이 포인트니까요. 화산석을 사용하면 제주도를 닮은 분위기, 일본 냄새가 물씬 풍기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고, 호박돌이나 강돌을 사용하면 한국적이면서도 숲을 보는 듯한 느낌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끼는 관리가 까다로운 편입니다. 해가 잘 드는 공간은 습도와 물 주는 주기를 예측하기 어렵고, 반대로 해가 너무 안 드는 공간은 이끼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죠. 바람 또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적당한 바람이 불어 공기가 순환돼야 적정 습도를 유지하면서 벌레 생기는 것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배수가 잘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고요. 결국 이끼도 여느 식물과 마찬가지로 적당한 빛과 물, 바람을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대형 공간에 설치한 작업물의 경우, 전문적으로 관리를 의뢰하는 고객이 많지만, 수업이나 취미로 작은 화기에 작업한 이끼라면 충분히 혼자 관리할 수 있습니다.
이끼는 직사광선에 취약하기 때문에 작업물을 두기에 가장 적합한 공간은 약간 그늘진 곳 그리고 사람들이 내려다볼 수 있는 곳입니다.

이끼 동산을 내 공간에 두고 싶지만 공간에 빛이 부족하고 바람이 불지 않아 걱정이라면, 인공적인 도움을 주는 방법도 있습니다. 햇빛 대신 인공 조명을 활용하고, 배수가 잘 되는 화기를 사용하며, 공기 순환기로 바람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습도가 낮은 환경이라면 가습기를 사용하거나 공기 중에 자주 분무하는 방법도 있어요.
돌과 이끼를 활용해 동양 감성 가득한 플랜테리어에 한번 도전해 보세요.
오주원
실내 가드닝 스튜디오 틸테이블 대표. 2007년 시작된 틸테이블은 아름다운 화기와 디자인 식물을 중심으로, 공간 스타일링과 플랜테리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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