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나도 음식 중독일까? 마음이 공허할 때 음식에서 위안을 찾고 있다면
김민경21. 10. 22 · 읽음 2,686

최근 방송 프로그램에서 ‘먹방’이 대유행입니다. 케이블TV와 개인 방송은 말할 것도 없고 지상파에서도 채널을 돌릴 때마다 누군가가 음식을 맛있게 먹는 장면이 등장하곤 합니다. 인기 유튜버의 ‘먹방’을 즐겨본다는 지인은 어떤 점이 그렇게 재미있는지 묻는 저에게 오히려 당연한 걸 묻는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합니다. “정작 나는 다이어트 때문에 실컷 먹을 수 없는데 대리만족도 되고, 그들이 먹는 다양한 음식을 보면서 정보도 얻을 수 있잖아요!” 

지인의 말을 듣고 직접 검색해본 그 유튜버는 한 번에 이삼인분의 음식을 먹는데 몸매는 군살 하나 없어 보입니다.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어도 살은 전혀 찌지 않고 건강해 보이다니! 누구나 바라는 판타지 아닌가요? 머릿속으로는 많이 먹고도 살이 찌지 않기란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영상을 보는 동안에는 마음이 편안해지고 나도 모르게 점차 영상에 빠져듭니다. 현실과 판타지의 간극에서 괴로울 때 우리는 종종 현실을 부인하고 싶어지니까요. 

우리가 뭔가를 먹을 때 행복하고 누군가가 식사하는 장면을 보는 것이 즐거운 이유는 식욕이 아주 본능적인 즐거움이기 때문입니다. 동물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도 ‘동물 먹이주기’ 입니다. 농장에 가보면 전혀 힘들어하지 않고 즐겁게 건초나 당근을 나르는 아이들과 그들이 건넨 먹이를 쉴 새 없이 먹어 치우는 말이나 양을 쉽게 목격하게 됩니다. 무언가를 먹을 때 우리 몸은 이완이 됩니다. 몸이 편안해지는 신경이 활성화되기 때문인데요, 심하게 불안해하고 긴장된 사람에게 물 한 잔을 건네는 것은 사실 굉장히 의미 있는 행동인 셈이죠. 

음식을 섭취할 때 몸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습관적으로 폭식하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빵, 과자, 아이스크림 등 당류가 높은 음식을 한꺼번에 먹게 되면 몸이 편안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기분이 좋아지는 호르몬 분비도 증가합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폭식을 일종의 음식 중독의 개념으로 보기도 합니다. 한꺼번에 아이스크림을 열 개 이상씩 먹거나 초코과자 한 상자를 앉은 자리에서 먹는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이와 같은 행동은 모두 마음의 허기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음이 공허하고 뻥 뚫린 것 같을 때, 마음을 어디에 둘지 몰라 괴로울 때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언가를 먹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비만인 사람의 뇌를 연구해보면 단 음식을 먹었을 때 뇌의 보상이 일반인에 비해 떨어진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마약이나 알코올에 중독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아이스크림 한 개로 마음이 편해지고 만족스러웠는데, 어느 순간 다섯 개 혹은 열 개를 먹어야 비슷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겁니다. 

이처럼 폭식이 습관화되면 먹는 것을 쉽게 멈추기 어려운 데다, 이후에 밀려오는 죄책감 때문에 마음은 더 힘들어지게 됩니다. 우리는 몸을 비만 자체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살을 빼고 싶은데 잘 안 빠지네?’ ‘살 빼는 약이 있다던데 한 번 먹어볼까?’ ‘수술을 하면 쏙 빠진다는데 해볼까?’ ‘오늘부터 당장 굶어야지!’ 라는 식으로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에 집중하지만 다이어트 약을 먹다가 끊으면, 수술을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살이 찌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내 마음의 허기가 어떻게 음식의 허기로 연결되는가에 대한 이해 없이 단순히 몸매의 관점으로 다이어트를 바라본다면 어떤 방법이든 향후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거죠. 우리 뇌의 에너지와 감정의 균형이 깨질 때 살이 찔 수 있다는 점을 살펴보고, 평소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 마음의 우울이나 불안을 먼저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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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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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원장을 맡고 있다. 최근 작은 식물을 가꾸는 일에 즐거움을 느껴, 시선이 머무는 곳에 식물을 놓아두고 내담자들을 만나고 있다. 저서로는 <마음이 답답할 때 꺼내보는 책>, <현대인의 심리유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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