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집 앞의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현관에서 밖으로 나오면, 왼편에 있는 온실 쪽과 오른편에 있는 헛간 쪽, 그리고 집 앞의 돌담에서 아래쪽 정원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오솔길을 만들었고, 그 양편으로는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심어두었습니다.
튤립 구근을 먹어버리는 사슴과 다람쥐도 집 앞의 정원에는 얼씬하지 않아서 안심하고 튤립을 키울 수 있지요. 꽃이 피는 시기가 조금씩 엇갈리도록, 그리고 다양한 색의 꽃이 서로 어우러져 필 수 있도록 매년 가을 여러 종류의 구근을 섞어가며 심습니다.
히아신스의 아름다운 색깔과 향기를 좋아해서 매년 가을 오솔길을 따라 여러 가지 색깔의 다양한 구근을 대량으로 심어놓습니다. 봄이 오고 히아신스가 가득 피어나면 정말 볼 만하답니다. 이곳의 기후와도 잘 맞아 아름답게 피어나고 있어요. 이듬해에도 예쁜 꽃을 보고 싶어서 꽃이 피고 나면 일찌감치 구근을 파서 저장해 둡니다. 나무문이 이 집의 정식 현관이기는 하지만, 이곳은 결혼식처럼 특별한 때에만 사용하고 있어요. 양쪽 끝에는 라일락을 심어두었지요.
사랑스러운 모양새와 벨벳 같은 꽃잎이 매력적인 팬지도 예전부터 좋아하던 꽃으로, 10대 때부터 지금까지 이사할 때마다 늘 가지고 다니며 심는 팬지도 있습니다.

나는 여름이 끝나갈 무렵 상자에다가 씨를 뿌려서 키운 다음 옮겨 심습니다. 시든 꽃을 따주다 보면, 1년 내내 꽃이 핀 모습을 볼 수도 있지요. 왕관초는 향기가 강해 ‘스컹크 릴리’라고도 불립니다. 추위에 약해 기온에 예민한 꽃으로, 진짜로 봄이 와야만 꽃을 피웁니다. 왕관초가 활짝 핀 것을 보면 봄이 왔다는 실감이 들고는 하지요. 오렌지색과 노란색 두 종류를 키우고 있습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서 자라나지만, 진한 향기로 봄의 도착을 알려줍니다.
‘할머니의 보닛(Granny’s Bonnet)’이라고도 불리는 매발톱은 적당히 습기가 있는 음지에 심어 놓으면 우아한 꽃이 지고 난 후에도 아름다운 청록빛 잎을 오랫동안 유지하게 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작약은 없어서는 안 되는 꽃이지요. 수명이 긴 꽃으로, 손질을 많이 해주지 않아도 매년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향기가 좋고 겹꽃의 커다란 꽃송이를 자랑하는 작약이 어찌나 좋은지 개화 시기가 조금씩 다른 다양한 종류의 작약을 집 앞의 긴 화단에 가득 심어 두었어요. 이런 분홍 작약은 보기도 드물지 않나요? 키우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은 꽃이기는 하지만 너무 깊게는 심지 않는 것이 좋아요. 가을에 거름을 주면 행복해하지요.

꽃의 무게가 무거워 넘어질 수 있으니 뿌리 쪽에서 3분의 1 정도 되는 곳을 마끈 같은 것으로 다발씩 모아 묶어둡니다. 꽃이 진 후에도 아름다운 잎을 계속 즐길 수 있답니다. 잎이 노랗게 말라가면 밑동을 조금 남기고 잘라줍니다.
나는 제라늄과 헬리오트로프, 후크시아, 페튜니아 같은 것을 화분에 심어 키우고 있어요. 질그릇으로 된 화분이 놓여 있는 것만으로도 정원 분위기가 확 달라지지요.
돌나물은 흙이 별로 없는 곳에서도 잘 자라고, 한번 뿌리를 내리면 그 자리에 언제까지고 자리를 잡아 점점 주변으로 번져갑니다.
캄파눌라 중에는 키가 큰 것부터 작은 것, 땅을 기는 것까지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흰색, 푸른색, 보라색 꽃은 따로 꼽을 것 없이 모두 다 아름답고, 요모조모 쓸모가 많은 훌륭한 여러해살이 화초지요. 7월 초 정원에 캄파눌라의 한 종인 캔터베리 벨즈가 피기 시작하면 여름도 서서히 후반으로 접어듭니다.
이 시리즈는 <타샤 튜더 나의 정원>(타샤 튜더 지음, 김향 옮김, 윌북)에서 발췌했습니다.
타샤 튜더 나의 정원
어린 시절부터 식물과 자연을 사랑했던 그림책 작가 타샤 튜더의 정원 이야기를 담은 책. 2024 봄맞이 특별 개정판으로 재출간된 <타샤 튜더 나의 정원>에서는 30만 평 대지에 손수 일군 타샤의 아름다운 정원 풍경과 그녀만의 가드닝 노하우를 만날 수 있다. https://willbooksp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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