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 재배가 무작정 두려운 당신에게영양액에 담긴 식물은 어떻게 자라는 걸까?
박영기21. 10. 22 · 읽음 561

‘토경 재배’라는 말은 생소하지요? 흙에서 식물 키우는 것을 수경 재배와 반대되는 의미로 토경 재배라고 합니다. 수경 재배에 대해 알아보려면 우선 토경 재배와 비교해 보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반려견에게 사료가 있다면 식물에게는 영양액이 있다

이전 글에서 식물의 뿌리는 필요한 영양소를 물에 녹은 이온의 형태로 흡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수경 재배용 비료에는 식물 생장에 필요한 영양소가 적절한 비율로 혼합되어 있습니다. 수경 재배용 비료를 적당한 농도로 물에 녹여서 공급하면 유기물 분해 같은 복잡한 과정이 생략되고 즉시 식물이 흡수하게 됩니다.

이것이 수경 재배의 핵심적인 원리입니다. 반려견에게 가장 좋은 음식이 사료이듯, 식물에게 가장 좋은 음식은 균형 잡힌 영양소를 공급해 주는 수경 재배 비료라고 할 수 있죠. 수경 재배 비료, 즉 물에 영양소를 녹인 액체를 영양액 또는 양액이라고 합니다.

영양액에 잠긴 뿌리, 어떻게 숨 쉬는 걸까?

사실 뿌리가 가장 잘 호흡할 수 있는 방법은 아예 공기 중에 내어놓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기의 습도가 너무 낮기 때문에 뿌리가 말라죽는 문제가 있습니다. 뿌리가 호흡도 잘하면서 말라죽지 않으려면 습도가 높은 공기 속에 두어야 합니다. 냉장고에 넣어둔 비닐봉지 속 마늘에서 뿌리가 자라 나오는 것도, 싱크대 거름망에 떨어진 콩에 싹이 나는 것도 높은 습도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흙을 구성하는 알갱이 사이에는 틈이 있습니다. 젖은 흙에서는 흙의 알갱이가 물을 머금고 있어 흙 사이의 틈이 습도가 높은 공기로 차게 됩니다. 이런 흙에서는 식물의 뿌리가 마르지 않고 호흡을 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흙에 물을 지나치게 많이 붓게 되면, 흙 사이 틈에 물이 가득 차게 되고, 뿌리가 호흡을 하기 어려워집니다.

수경 재배 방식 중에는 양액에 뿌리를 담가서 키우는 방식이 있습니다. 양액 속에서도 하얀 뿌리가 잘 자라는 것을 볼 수 있죠. 물을 지나치게 많이 주어 과습이 된 흙에서는 산소 공급이 잘 되지 않아 뿌리가 질식사하기 쉬운데, 이렇게 아예 양액에 잠겨 있는 뿌리는 어떻게 잘 살아 있는 걸까요?

물을 많이 준 흙에는 산소가 녹아들어 갈 공간적 여유가 별로 없습니다. 또 흙 속의 좁고 복잡한 통로를 통해 뿌리로 산소가 전달되는데, 좁은 틈 속의 물은 움직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산소는 분자 운동에 의해 스스로 퍼져 나가는 확산에 의해 뿌리로 전달됩니다.

반면, 용기에 담아둔 양액에는 산소가 녹아 들어갈 면적이 넓습니다. 또한 양액이 움직일 수 있으므로 양액 표면에서 받아들인 산소를 골고루 전달하기가 쉽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물을 많이 준 흙에서는 뿌리가 질식사하지만, 양액 속에 담긴 뿌리는 오히려 잘 살 수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동물이 식물보다 호흡을 훨씬 많이 한다고 설명했죠? 물속에 물고기가 살고 있다면 식물이 호흡할 산소는 충분합니다.

결국 기본 공식은 같다

토경 재배에서는 기본적으로 흙에 공기와 영양소가 들어 있고, 물조루로 물을 공급해 줍니다. 수경 재배에서는 양액 속에 영양소와 물이 들어있고, 부족한 산소를 기포기로 넣어줍니다. 결국 두 재배 방식의 기본 공식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수경 재배에서는 영양액이 흙의 역할을 대신해 주기 때문에 흙 없이도 식물을 키울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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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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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수경재배네트워크 대표로, 수경 재배를 통해 도시 농업을 실천하며 수경 재배를 이용한 조형 예술을 개척하고 있다. 블로그 '파릇한 수경재배'에서 수경 재배 콘텐츠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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