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에서 설명했듯 수경 재배의 기본 원리는 간단합니다. 흙 없이 영양소를 녹인 물을 식물에 공급하는 거죠.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방식이 출현했습니다. 이들 방식을 분류하는 방법은 일반적으로 배지가 있느냐 없느냐 그리고 양액을 순환시키느냐 아니냐로 나뉩니다.
수경 재배 배지, 필요할까?
배지는 식물이 뿌리를 내려 자라는 터전을 말합니다. 이른바 인공 토양이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수경 재배는 배지 없이 식물을 키우는 방식입니다. 비고형 배지경 또는 순수 수경이라고도 합니다. 영어로는 솔루션 컬처라고 부릅니다. 순수 수경 재배를 하면 뿌리가 직접 양액에 닿기 때문에 식물이 양액의 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대신, 배지가 없으니 배지를 준비하고, 사용한 후 처리하는 등의 수고는 할 필요가 없죠.
배지를 이용해 수경 재배를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고체 상태의 배지에 식물을 키우고, 양액이 배지에 스며들게 하는 방식이죠. 이를 고형 배지경, 영어로는 미디엄 컬처라고 합니다. 가정에서 수경 재배를 할 경우 주로 버미큘라이트, 펄라이트, 황토볼, 암면 등 인공 배지를 사용하게 되는데요. 이 인공 배지는 모두 높은 열을 가하여 만들기 때문에 멸균이 된 상태입니다.
이를 식물의 입장에서 보면 토양에서 자라는 것과 환경이 비슷합니다. 한 가지 장점도 있습니다. 배지가 양액과 뿌리 사이에서 완충 작용을 하기 때문에 양액의 농도나 온도, 피에이치가 조금 맞지 않거나 혹은 양액 공급이 잠시 끊어지더라도 뿌리가 직접 타격을 입지 않습니다. 그러니 열악한 환경에서는 식물을 배지에 키우는 방식이 유리하죠.
양액 저장조와 펌프를 사야 할까?
이제 양액을 순환시키는지 여부에 따른 수경 재배 방식을 알아볼까요? 양액을 순환시키려면 양액 저장조나 수중 펌프, 튜브, 타이머 등이 필요합니다. 이 방식을 쓰면 주기적으로 식물에 새로운 양액을 공급해줄 수 있어요. 때문에 좀 더 까다로운 식물을 키우기 좋습니다.
반면, 양액을 순환시키지 않고 식물을 키울 경우에는 성격이 무던한 식물이 좋습니다. 가두어놓은 양액만으로 식물이 자라면서 양액에 녹아 있는 산소량이 점차 줄어들게 되거든요. 에어 펌프로 공기를 불어넣더라도 양액이 산소를 함유할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배지에 수경 재배를 하는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순수 수경을 하면서 양액을 순환시키지 않는다면, 산소가 적은 환경에서도 무던하게 잘 자라는 식물을 키우는 게 적합하겠죠.
초보자에게 적합한 수경 재배 방법은 이것
대체로 배지에 식물을 키우는 수경 재배는 어느 환경에서나 적합하고, 배지 없이 키우는 순수 수경 재배는 직사광선이 비치지 않는 실외나 실내에 맞는 방식입니다. 원리에 따라서 구체적인 방식은 많은데요. 이중 수경 재배 초보자에게 적합한 방식으로는 담액법과 저면 급액법이 있습니다.
담액법은 양액을 담아 놓은 용기에 식물의 뿌리를 담가서 키우는 방식입니다. 식물의 뿌리가 적당한 높이에 위치해 있도록 식물을 담는 거름망 모양의 포트와 포트를 끼울 수 있는 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양액에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에어 펌프를 사용하기도 해요.
저면 급액법은 아래에 구멍을 뚫은 재배 용기에 배지를 넣고 아래쪽으로 양액이 스며들게 하는 방식입니다. 트레이에 양액을 담아두고 재배 용기를 넣으면 재배 용기의 구멍으로 양액이 침투해 배지를 적십니다. 이 방법을 쓴다면 시중에 식물이 심어져 있는 화분을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박영기
성북수경재배네트워크 대표로, 수경 재배를 통해 도시 농업을 실천하며 수경 재배를 이용한 조형 예술을 개척하고 있다. 블로그 '파릇한 수경재배'에서 수경 재배 콘텐츠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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