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식물이든 적합한 재배 방식을 적용하면 수경 재배로 키울 수 있습니다. 파프리카, 피망, 수박, 딸기, 토마토, 인삼 등,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을 요즘에는 수경 재배로 키우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죠. 그렇다면 수경 재배 초보자에게는 어떤 식물이 적당할까요?
수확용 작물
처음 수경 재배를 시작할 때에는 키우기 까다롭지 않고, 수확 시기가 빠르면서, 여러 번 계속해서 수확할 수 있는 작물이 좋습니다. 재배가 까다로우면 실패하기 쉽고, 수확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리면 기다리다 지치기 쉬우니까요. 또, 한 번 수확하고 끝나는 식물은 잘못 재배했을 때 수확할 것이 없어 실망이 클 수 있습니다. 이런 조건에 적합한 것이 잎채소입니다. 키우기 쉽고, 심고 나서 오래 지나지 않아 수확을 시작할 수 있으며, 수확할 수 있는 기간도 길죠. 텃밭마다 잎채소를 꼭 키우는 게 이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텃밭 작물을 수경 재배로 키울 때는 실내에서 키울지, 실외에서 키울지에 따라 식물 선택이 달라집니다. 실외에서 키울 경우 공간 제약이 적기 때문에 고추, 들깨, 옥수수 같은 키 큰 식물과 수박, 호박, 참외처럼 옆으로 퍼져나가는 넝쿨식물을 모두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물을 실내에서 키운다면 공간 제약도 있고, 빛을 공급하기 위해 전등을 많이 달아야 하는 부담도 있죠.
원예와 플랜테리어를 위한 식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 수경 재배로 키우기도 쉽습니다. 허브는 물에 꽂아두기만 해도 뿌리가 나기 때문에, 양액만으로 키우는 방식으로도 잘 자라요. 다육식물은 뿌리를 양액에 담가 키우면 토경 재배보다 훨씬 잘 자랍니다. 다육식물 중에는 줄기가 습하면 짓무르는 종류도 있으므로, 배지가 있는 방식으로 키우려면 펄라이트처럼 배수가 잘 되는 배지를 사용해야 합니다.
양액과 배지 재배 중에서 선택하기
대체로 잎채소처럼 물을 자주 줘야 하는 식물과 허브처럼 물에 꽂아두면 뿌리가 금방 나는 식물은 양액만으로도 충분히 잘 키울 수 있습니다. 반면, 고구마, 감자, 당근처럼, 흙 속에 뿌리 혹은 덩이가 자라 양분을 저장하는 식물은 배지를 사용해 키우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식물은 배지를 사용하는 방법이 가장 무난하고, 물을 좋아하는 식물은 양액만으로 키워도 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수경 재배는 어떻게 시작하나요?
어떤 식물을 선택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주변 텃밭에서 자라는 작물과 꽃집에서 화분으로 많이 판매하고 있는 식물을 살펴보세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이 대부분 수경 재배로도 키우기 쉽습니다.
바질처럼 꺾꽂이가 잘 되는 식물은 꺾꽂이로 키우면 씨앗으로 시작하는 것보다 시간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꺾꽂이하기 어려운 식물은 모종이나 씨앗부터 키워야겠지요.
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은 그만큼 식물을 많이 죽여본 사람이기도 할 겁니다. 포기하면 식물 잘 죽이는 사람으로 남는 것이고, 좀 더 노력해서 성공하면 적어도 그 식물만큼은 잘 키우는 사람이 되는 거죠. 일단 식물 한두 개를 잘 키우기 시작하면 다른 식물도 잘 키우게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먼저 실패하는 사람이 먼저 성공합니다.
박영기
성북수경재배네트워크 대표로, 수경 재배를 통해 도시 농업을 실천하며 수경 재배를 이용한 조형 예술을 개척하고 있다. 블로그 '파릇한 수경재배'에서 수경 재배 콘텐츠를 소개한다.
댓글 24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