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수경 재배는 생태 순환적이지 않다?
A. 맞습니다. 수경 재배는 생태 순환적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생태 순환적이지 않다고 자연에 더 해를 가하는 건 아닙니다. 식물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땅을 마련하는 데 있어 토경 재배보다는 수경 재배가 필요로 하는 땅이 더 적습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 땅을 마련하는 일 또한 결과적으로 자연을 파괴하는 일입니다. 생태 순환이 잘 된다면 논밭에 투입한 비료 성분이 식물체에 머물렀다가 다시 퇴비로 재투입되는 비율이 높아야 합니다. 그런데 토경 재배에서는 비가 많이 올 때에 논밭의 비료 성분이 하천으로 흘러가 순환 경로 밖으로 나가게 됩니다.
수경 재배에서는 양액을 가둔 상태로 관리하기 때문에 자연으로 유출되지 않습니다. 다만, 재배가 끝나고 난 폐양액 처리가 문제가 될 수는 있지요. 이를 재사용하는 방법과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생태 순환을 하자는 이유는 본질적으로 생태 순환이 자연을 보호한다는 데 있습니다. 유기농 재배가 강조되는 이유도 이와 같고요. 미국에서는 유기농의 기준이 궁극적 목적인 자연 보호에 부응하는지 여부로 결정됩니다. 수경 재배의 일부 방식이 유기농에 속하죠. 우리나라는 유기질 비료를 쓰느냐 무기질 비료를 쓰느냐로 구분합니다. 무기질 비료를 쓰는 수경 재배는 우리나라에서는 유기농에 속할 수가 없습니다. 생태 순환의 관점에서 유기 물질로부터 수경 재배용 비료가 개발되기를 기대합니다.
Q. 양액을 마시면 어떻게 되나요?
A. 별 탈은 없습니다. 동물과 식물은 모두 바다에 살던 원시 생물이 진화하여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때문에 동식물을 이루는 체액과 바닷물에 들어 있는 원소는 농도는 다르지만 종류는 매우 비슷합니다. 바닷물에는 나트륨 이온, 염소 이온, 황산 이온, 마그네슘 이온, 칼륨 이온, 칼슘 이온, 탄산 이온 등이 들어 있고, 농도는 약 3.5퍼센트입니다. 원소 구성은 우리 신체와 비슷하지만 농도가 훨씬 진하죠. 바닷물을 실수로 마시면 너무 짜서 뱉게 되는 것처럼요.
우리 체액의 농도는 0.9퍼센트로, 땀이나 눈물 정도입니다. 이온 음료와 생리적 식염수도 비슷한 농도이지요. 반면, 식물을 키우는 데 쓰는 양액의 농도는 0.05퍼센트에서 0.1퍼센트 정도로 생리적 식염수보다 9배에서 18배 정도 묽습니다. 그래서 양액의 맛을 보면 민물과 비슷해요. 식물의 몸에 필요한 용액이니 성분 또한 이온 음료나 바닷물에 함유된 이온과 유사하고, 사람에게 유해한 원소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Q. 수경 재배로 키우면 식물이 더 잘 자라나요?
A. 대체로 그렇습니다. 토경 재배에서는 논밭에 남아 있는 영양소가 얼마인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필요한 영양소를 짐작하여 공급합니다. 반면, 수경 재배에서는 물이나 배지에 영양이 거의 없다는 전제로, 식물이 필요한 영양소를 맞추어 수경 재배용 비료를 만듭니다. 수경 재배에서는 뿌리가 영양소를 찾아 뻗어나가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를 자라는 데 오롯이 쓸 수 있어 식물이 더 잘 자랍니다.
흙에 꽂아서 주는 영양액이나 알갱이 형태의 비료를 화원에서 많이 보실 겁니다. 이런 비료는 흙에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위주로 갖추고 있습니다. 반면, 수경 재배용 비료는 물이나 배지가 영양소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미량 원소까지 모두 포함한 비료입니다. 때문에 흙에 주는 영양액이나 비료를 수경 재배에 사용한다면, 결핍된 영양소 때문에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겠죠.
박영기
성북수경재배네트워크 대표로, 수경 재배를 통해 도시 농업을 실천하며 수경 재배를 이용한 조형 예술을 개척하고 있다. 블로그 '파릇한 수경재배'에서 수경 재배 콘텐츠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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