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이 불편한 물건은 사지 않기물건을 사기 전에 버려지는 과정을 먼저 생각한다면
그린포스트 코리아21. 12. 13 · 읽음 1,019

‘쓰레기를 줄여보자’고 마음 먹고 여러 가지를 시도하면서 얻은 한 가지 결론이 있다.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일반적 결론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기자에게는 그게 가장 중요한 문제로 다가왔다. 처음부터 소비를 줄이거나 재활용이 잘 되는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소비는 쓰레기다. 소비가 나쁜 행위라는 의미는 물론 아니고 물건을 사면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쓰레기가 생긴다는 의미다. 제품을 모두 사용하고 나서 버리는 건 괜찮다.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살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제품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오거나, 버릴 때 쓰레기가 너무 많거나, 재활용이 가능한데 그걸 분리배출하는 과정이 복잡한 물건들이 많다.

기자는 수첩을 많이 사용했다. 요즘은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주로 사용하지만 예전에는 수첩도 자주 썼다. 책상 서랍에 다 쓴 수첩이 잔뜩 쌓여있으면 그게 곧 취재 관련 데이터베이스이자 기자로서의 경력으로 인정받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수첩은 버리기 어려운 품목 중 하나다. 종이 부분과 스프링을 분리해서 버리려면 그걸 일일이 찢어내거나 강한 힘으로 스프링을 벌려 종이를 모두 빼야하기 때문이다. 360도로 넘겨지는 수첩은 사용하기 편리하지만 분리배출 시선에서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책상 위에 올려두는 달력도 그렇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장보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식용유든 참기름이든 주방 서랍에서 바로 꺼내 쓰면 됐고 바디용품도 욕실 화장대에 언제든 꽉꽉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독립해서 따로 살며 제품 구매와 분리배출을 모두 직접 해보니까, 그리고 환경 관련 이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니까 ‘사기 싫은’ 물건이 너무 많아졌다.

분리배출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섞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분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것저것 섞였거나 분리하기 어렵도록 만들어진 물건이 많다. 스프링 달린 수첩이 그렇고, 마개가 단단히 밀봉돼 칼로 도려내로 잘라내기 힘든 기름병도, 여러 가지 소재가 섞여 있어 재활용이 어렵다는 많은 제품과 포장재들이 그렇다.

요즘 물건을 살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한 가지는 ‘재활용이 쉬운지’ 여부다. 재질별로 분리해서 버릴 수 있는지, 사용한 소재가 재활용이 잘 되는지 따져보려고 애쓴다. PET에 담긴 음료를 살 때는 라벨이 잘 떼어지는지 확인해서 모두 떼고, 병 입구 부분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일부 제품은 가능하면 구매하지 않는다. 물은 가능하면 수돗물을 정수하거나 끓여 마시고 부득이 생수를 살때는 무라벨 제품을 구매한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문제는 얼마나 덜 버리는지, 버려진 것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재활용되는지다. 결국 중요한 건 제품을 살 때부터 그걸 고려해야 한다. 물론, 기업들이 제품을 만들 때 그걸 고려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말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물건들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

그린포스트코리아 이한 기자 leehan@green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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