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익숙한 화초의 고향은 어디일까?사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원예식물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조현진22. 01. 24 · 읽음 71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아빠가 매어 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아마 많은 분이 아실 듯한 동요, 꽃밭에서의 1절 가사입니다. 저는 아파트에 살았기에 아버지와 꽃밭을 가꿔본 적은 없지만, 이 노래에 등장하는 채송화, 봉숭아, 나팔꽃을 떠올리면 정겨운 풍경이 떠오릅니다. 고개 숙인 해바라기 아래 채송화가 피어있던 할머니 댁 앞마당, 봉숭아 꽃잎을 손톱에 싸맨 채 아침을 기다리던 여름밤, 그리고 쭈쭈바와 아폴로 과자를 사 먹던 학교 앞 문방구에 무성했던 나팔꽃 덩굴. 이 세 식물은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께도 친근하고 익숙한 식물이겠지요. 그런데 여기서 퀴즈. 이 식물들의 고향이 어디일까요?

대부분 아주 먼 외국 출신

채송화는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브라질처럼 남아메리카의 열대 기후를 띄는 지역, 봉숭아는 인도와 미얀마가 고향입니다. 나팔꽃은 아시아 혹은 열대 지역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여러 나팔꽃 종류 중 그림 속의 둥근잎나팔꽃은 멕시코와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입니다. 이름부터 생김새까지 친숙하기만 한 식물들인데, 조금은 의외이지요?

사실 이 세 종 외에도 아빠하고 나하고 꽃씨를 사다 꽃밭을 만들 수 있을 법한, 그러니까 우리가 꽃가게에서 쉽게 종자를 구할 수 있는 친숙한 화초 대부분은 먼 외국 땅에서 왔습니다. 해바라기는 아메리카, 백일홍은 멕시코, 맨드라미는 인도, 분꽃은 열대 아메리카, 금잔화는 유럽, 접시꽃은 중국이 원산지입니다. 그럼 자생종인 화초는 없냐고요?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과꽃인데요, 과꽃은 세계 곳곳에서 여러 관상용 품종을 기르지만 원종 과꽃은 중국과 우리나라에 자생한다고 해요.

채송화, 봉숭아, 나팔꽃 모두 먼 외국에서 들여온 식물입니다. ⓒ 조현진 

우리 주변 식물의 고향

화초뿐만 아니라 우리가 애용해 온 작물들도 알고 보면 대개 먼 지역에서 들여온 식물입니다. 대표적인 몇 가지를 살펴볼까요? 호랑이 담배 피우는 시절부터 한반도에서 자라왔을 듯한 담배, 그러니까 피우는 담배의 재료인 식물 담배는 17세기 우리나라에 도입된 열대 아메리카 식물입니다. 마늘은 단군 신화에서 호랑이와 곰이 동굴 속에서 쑥과 함께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재배한 지 오래된 것으로 보이지만 중앙아시아와 이란 북동부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또 한국인의 매운맛을 담당해 온 고추는 남미 북부와 북미 남부가 고향으로 임진왜란 즈음에 들어온 것으로 봅니다.

시골의 오래된 집집마다 친근한 얼굴로 자라고 있는 화초와, 옛이야기부터 오늘의 일상까지 함께하는 익숙한 식물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을 떠나 ‘앞으로 앞으로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 나가면’ 이 식물들의 고향을 모두 가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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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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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풍경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조경학을 전공했다. <식물 문답>을 출간했고, <환경과 조경>에 ‘풍경 감각’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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