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중 단풍나무잎을 고르세요단풍나무에 대해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실
조현진22. 02. 03 · 읽음 715

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곧 물들 단풍을 기대하게 됩니다. 길거리를 깨끗한 노랑으로 뒤덮는 은행나무도, 연홍색 화살나무 잎도, 회갈색에서 다홍색을 넘나드는 왕벚나무 단풍도 기다려지지만, 단풍의 정점을 찍는 나무는 역시 단풍나무가 아닐까 해요. 파랗다 못해 투명하게 느껴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가을 햇살을 받아 붉게 빛나는 단풍을 보고 있으면, 이 나무 이름이 단풍나무인 것에 이견을 갖기 어려워지니까요.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이 가을마다 붉게 물든 단풍나무를 보러 산행을 떠나곤 합니다.

이처럼 단풍나무는 붉은 단풍으로 사랑받지만, 단풍이 들기 전에도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는 나무입니다.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특이한 잎 모양새, 그러니까 쫙 펼친 손처럼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는 잎 때문입니다. 화려한 꽃잔치를 벌이는 봄날이 지나면 제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드문 왕벚나무와는 반대의 상황이지요. 그럼 여기서 잠깐, 그림을 보고 갈까요? 꽤 낯익은 잎사귀 넷이 있습니다. 이 중 어떤 잎이 단풍나무 잎인지 골라보세요.

1번이 단풍나무입니다

정답, 맞추셨나요? 우리는 손 모양을 잎을 보고 단풍나무를 알아보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단풍나무와 비슷한 잎 모양을 가진 식물은 여럿 있습니다. 잠시 후에 살펴볼 2, 3, 4번 나무 말고도, 야생화 정원에서는 돌단풍, 산과 들에서는 단풍마, 화단에서는 벤쿠버제라늄같은 식물들을 찾아볼 수 있죠. 이들 모두 가운데를 중심으로 여러 갈래로 퍼진 잎을 가지고 있는데, 이 모양이 앞서 말했듯 손을 펼친 것과 같아 장상엽이라고 부르지요. 그러니까 장상엽은 단풍나무만의 특징은 아닌 셈입니다.

그렇다면 단풍나무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여러 포인트가 있겠지만 저는 열매를 꼽고 싶습니다. 1번 그림에 함께 그려진 것처럼 단풍나무의 열매는 날개가 달려있고 둘로 갈라지는데, 이 모습이 다른 식물에서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에요. 게다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단풍나무류 19종 중 장상엽이 아닌 나무도 있지만, 이들 모두 특유의 열매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 열매를 보면 단풍나무류인지 알 수 있죠.

단풍나무잎을 가진 다른 식물들

이제 그림 속 단풍잎을 가진 다른 식물을 살펴볼까요? 2번은 고로쇠 수액으로 유명한 그 나무, 고로쇠나무입니다. 그림 속 열매의 모습을 보죠. 단풍나무와 똑 닮은 열매를 보니,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류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단풍나무와 같은 속이고요. 그럼 2번도 정답이라고 할 수도 있지 않겠냐구요? 엄밀하게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와 달리 잎 가장자리에 작은 톱니가 없는 다른 종이 다르긴 하지만, 고로쇠나무도 분명 단풍나무류이니 우리끼리 살짝, 정답인 것으로 해요.

3번은 음나무입니다. 봄철에 개두릅이라 부르며 나물로 먹기도 하고, 여름철 보양식인 엄닭을 만드는 식물이지요. 잎이 갈라진 모습이 단풍나무와 닮았지만, 검은 알갱이가 둥글게 모인 열매의 모양이 다릅니다. 또 어린 가지에는 가시가 빼곡히 돋는데, 이 가지가 귀신을 물리쳐준다는 믿음이 있어서 전통 주택에 문가에 매달아 놓은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4번은 팔손이입니다. 단풍나무와 달리 잎이 두 뼘 정도로 널찍하고, 가을에 단풍이 들지 않는 상록수이지요. 음나무와 같은 두릅나무과에 드는 식물이어서, 검고 둥근 열매가 음나무의 것과 퍽 닮았습니다. 남부 지방에 드물게 자생하는 식물로, 이국적이고 시원스러운 잎사귀를 보기 위해 심어 기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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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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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풍경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조경학을 전공했다. <식물 문답>을 출간했고, <환경과 조경>에 ‘풍경 감각’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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