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정화 식물이 산소를 뿜어낸다는 건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사실이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초보 가드너들이 간과하는 게 있다. 바로 이파리 주변에 쌓인 산소를 치워주지 않으면 이파리 건강이 서서히 악화된다는 사실이다.
정체된 공기에서 답답함을 느끼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화분에 담긴 식물이야 그저 햇빛과 물과 양분만 있으면 잘 자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식물을 키우는 데 있어 다른 요소들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바람이다.
물도 양분도 햇빛도 모두 과하면 식물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바람만은 아무리 많아도 넘치지 않는 자연의 선물이다. 물을 과하게 부어 과습으로 죽이거나, 양분 과다로 식물이 시들어버리거나, 햇빛이 너무 강해 이파리가 노랗게 다 타버리는 것과 달리, 통풍은 충분할수록 더 행복한 식물로 키워내는 조건이 된다.
만일 집에서 키우는 식물이 해가 잘 드는 자리에 있고 물도 적절히 주고 있는데 자꾸 시들해진다면 가장 먼저 의심해봐야 할 것이 바로 통풍이다.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식물이 자기가 뱉은 산소에 쌓여 이파리가 무르고 시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식물을 대하는 자세가 조금은 달라질지도 모른다.
계절과 상관없이 통풍은 언제나 중요한 요소지만, 여름 장마철과 겨울철 통풍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안팎으로 습도가 60퍼센트에서 80퍼센트까지 올라가는 장마철에는 공기 중 습도가 너무 높은 나머지 이파리가 물을 덜 빨아들이고, 그 결과 화분의 흙이 잘 마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선풍기나 에어 서큘레이터를 이용해 식물의 통풍을 도와주지 않으면 결국 과습으로 식물이 시들어버리는 불상사를 겪을 수 있다.
창문을 꽁꽁 닫아두고 생활하는 겨울철의 경우, 한껏 낮아진 온도와 습도 때문에 더 이상 자라기를 멈추고 조용히 버티고만 있는 식물이 많다. 아무리 추운 날씨라 해도 아침저녁 잠깐이라도 환기를 하면 식물이 무사히 버티도록 도와줄 수 있다.
힘든 날이나 스트레스가 많은 날이면 우리는 종종 심호흡을 한다. 나는 문장이 막히거나 자꾸 같은 난관에 봉착하게 되는 날, 모든 것을 멈추고 테라스로 나가 맑은 공기를 들이마셔 머리를 깨끗하게 만들고 다시 책상 앞에 앉기도 한다. 하나 둘 셋 숫자를 세며 새로운 공기로 내 안을 채우는 것은 막힌 상태의 나를 달래는 아주 좋은 방법이 되어준다. 이렇게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운 공기가 식물들에게도 늘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행복한 이파리들을 위해 창문을 조금 열어두자. 건강한 순환이 나의 반려식물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임이랑
록 밴드 디어클라우드의 베이시스트. <아무튼, 식물>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를 출간했고 EBS FM '임이랑의 식물수다'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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