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 대한 라디오를 진행하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접하는 이야기는 바로 식물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다. 화원에서 가장 예쁘고 건강하게 빛나는 이파리의 식물을 데려왔는데 내 집에서 그 윤기를 잃어가고 점점 지친 모습으로 죽어가는 식물을 보며 기뻐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식물이 죽을까 봐 안절부절못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은 우리를 어디로도 데려가지 못한다.
난데없이 커다란 화분을 선물받아 적당한 자리에 놓아두고 언제 물을 줘야 할지 모르는 채 화분을 방치하다가 결국 죽이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분명 살리고 싶은 마음이겠지만 너무 겁을 내느라 오히려 화분에 물 주는 시기를 놓치기도 하고, 병충해를 감지하지 못해 손쓸 수 없는 상황까지 방치하기도 한다.
이처럼 방치된 죽음을 피하는 것이 식물을 오래 키우기 위한 첫걸음이다.

식물을 살리기 위해 원래 식물이 살던 고향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내 집에서 함께 살게 된 반려식물의 이름을 알아보고 어떤 곳에 살던 식물인지 찾아본다면, 조금 더 오래 식물을 살릴 수 있는 첫걸음을 훌륭하게 내디딘 것이다. 뜨겁고 습한 열대우림이 고향인 몬스테라와, 온종일 건조하고 뜨거운 바람이 부는 사막에 서 있던 선인장을 똑같이 돌보려 한다면, 당연히 둘 중 하나는 생기를 잃고 죽어버릴 것이다. 밝고 습도가 풍부한 거실에 몬스테라를 두고, 해가 좋으면서도 건조하게 유지되는 드레스룸이나 베란다에 선인장을 두고 키우기 시작하는 것이 식물을 하루라도 더 오래 살려두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식물을 살리기 위한 두 번째 걸음은 시들거리는 식물에게 물부터 부어주는 습관을 버리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도 흙이 너무 바짝 말라 있다든지, 화분을 살짝 들었을 때 수분이 모두 증발해 너무 가벼운 상황이 아니라면, 식물이 시들거리는 이유는 통풍 부족이나 병충해일 가능성이 더 높다. 이파리 앞뒤를 자세히 살펴보고 반점이 나 있거나 벌레가 붙어 있지 않은지 꼼꼼히 확인하면서 이파리를 조심히 샤워기로 씻어내는 것만으로도 식물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물이 부족한 상황이 아닐 경우, 이렇게 이파리를 샤워시켜주고 통풍을 충분히 시켜주면 식물은 생기를 되찾곤 한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관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식물이 죽어버렸다면, 죄책감을 갖지 말고 이번에 죽인 식물과의 경험을 발판으로 삼자. 다음번 식물은 조금 더 행복하게, 조금 더 오래도록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도 식물에게도 끝은 존재한다. 우리보다 훨씬 오랜 시간을 이 땅에서 살아갈 식물도 많겠지만, 일단 내 손에 생명줄이 맡겨진 식물은 자연의 식물에 비해 훨씬 짧은 생을 살게 된다. 언젠가 다가올 식물의 죽음에 겁먹지 말고 지금 함께하는 식물의 삶에 집중하고 더 관심을 쏟자. 그렇게 지금을 살자.
임이랑
록 밴드 디어클라우드의 베이시스트. <아무튼, 식물>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를 출간했고 EBS FM '임이랑의 식물수다'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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