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정화 식물이 정말 미세 먼지를 제거할까?공기 정화 식물 200개와 살아가는 정재경 작가의 에세이.
초록생활21. 12. 31 · 읽음 1,451

2016년 5월, 한강 남쪽의 자동차 전용 도로 올림픽대로를 지나고 있었다. 대낮의 혼탁한 하늘은 미세 먼지 때문이었다. 휴대한 측정기엔 미세 먼지 농도가 150㎍/㎥로 표시되고 있었다. 울적했다. 100㎍/㎥ 농도의 미세 먼지에 한 시간 동안 노출되는 것은 한 시간 반 동안 자동차 배기가스를 마신 것과 같다.

미세 먼지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방법엔 무엇이 있을까? 어릴 적 아빠와 함께 산에 오르면 나도 모르게 크게 숨을 들이마시던 기억이 났다. 집을 숲처럼 나무로 가득 채우면 어떨까? 그렇게 공기 정화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벽과 벽이 만나는 코너, 벽과 바닥이 만나는 데드 스페이스, 테이블 위, 양변기 뒤 등 더 놓을 곳이 없을 만큼 공간을 채웠고, 금세 200개가 되었다.

식물이 과연 미세 먼지를 제거할까? 초등학교 때 배우듯이 식물은 광합성을 하며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산소를 내뿜는다. 이 대사 과정에서 미세 먼지와 유기 화합물을 제거하고, 음이온을 뿜어 양이온인 미세 먼지를 전기적으로 제거한다. 공기 정화 식물을 키운 뒤 실제로 측정해보니 외부의 초미세 먼지가 100㎍/㎥ 정도라면 실내는 10㎍/㎥ 정도로, 미세 먼지가 90퍼센트가량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 이 이야기는 각 방송국 다큐멘터리에 소개되었다.

공기 정화 식물이 다른 식물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공기 정화 식물은 대부분 관엽 식물이고, 관리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반 식물과 공기 정화 식물은 공기 정화 능력이 60배까지 차이가 난다.

그러면 식물이 얼마나 있어야 공기 정화의 효과를 볼 수 있을까?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108제곱미터 아파트 거실을 기준으로 1미터 높이의 공기 정화 식물 3.6개, 60센티미터짜리는 7.2개, 30센티미터짜리는 10.6개가 있으면 실질적인 공기 정화의 효과가 있다.

실내 공기 정화는 물론 미세먼지 제거에도 효과적인 공기 정화 식물로 가득한 집안. ⓒ 정재경  

코로나로 거리 두기 기간이 길어지며 면역력을 강화하는 방법과 바이러스를 살균하는 방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식물 뿌리에 살고 있는 미생물은 우리 몸에 유익한 균으로,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식물이 뿜어내는 피톤치드는 천연 항균 물질이다.

실내에서 식물을 아름답게 키우는 비결이 있다. 먼저 규칙적으로 물과 비료를 줄 것. 그래야 마디가 규칙적으로 자라며 수형이 아름다워진다. 그리고 가끔 한 번씩 해가 비치는 반대 방향으로 화분을 돌려 잎이 골고루 자라도록 도와줄 것. 또, 바람을 자주 쐬어 줄 것. 식물에게 바람은 곧 운동이다. 거센 바람에 뿌리가 뽑히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며 땅으로 뻗어가고, 잎맥과 수맥이 위로 자라며 가지가 튼튼해진다.

일상에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거리 두기 시절이다. 큰 시련은 바람 같은 것. 우리도 어떻게든 이 위기를 타고 넘으며 몸과 마음이 자랄 것이다.

23
초록생활
팔로워

본연의 모습으로 자라며 숲을 이루는 식물처럼 창조적이며 지속 가능한 행복을 추구합니다. 식물, 리추얼로 함께 자라는 예술가.

댓글 23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이런 글은 어떠세요? 👀

신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