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제주 감귤을 오해하고 있었다극조생귤과 조생귤, 무엇이 다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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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큰 일교차를 느낄 수 있는 10월이 되면 본격적으로 노지 귤 수확이 시작된다. '극조생귤'이라 불리는 과일의 판매도 그맘때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때 판매자들은 극조생귤이라는 이름 옆에 꼭 '햇귤'이라는 키워드를 붙여 처음이라는 설렘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햇귤의 '햇'은 그해 처음 수확되는 과일에 붙는 별칭과도 같다. 하우스 재배로 일 년 내내 만날 수 있는 것이 감귤인데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건 노지에서 처음 수확되는 작물이다. 즉, 자연의 순리에 맞게 태어난 것들이 '햇'이라는 이름을 단다.
그런데 정작 나는 이 매력적인 설렘을 가진 귤을 잘 팔지 않는다. 극조생귤 다음에 나오는 '조생귤'이 내가 본격적인 귤 판매에 뛰어드는 타이밍이다. 그때가 대략 11월. 조생귤이 곧 수확될 것 같을 때 나는 농부님께 전화를 넣는다.
"이제 곧 조생귤을 수확하시겠네요. 조만간 찾아뵙겠습니다."
처음 극조생귤을 판매하던 시절에 내가 소비자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질타와 불만이었다. "왜 이렇게 셔요?" "안 달아요!" "초록빛이 많이 도는데 덜 익은 거 아닌가요?" 등의 다소 날 선 물음이 판매량에 비례해 내게 쏟아졌다. 그때는 극조생귤이 원래 다 그런가 보다 생각했다. 조생귤과 비교해 미숙해서 시고 덜 단가 보다, 하고. 그렇게 생각하면 소비자를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난겨울에 먹던 귤 맛을 기대하며 주문했는데, 전혀 다른 게 왔으니 화나는 게 당연하다고. 하지만 잦은 클레임에 지쳐 결국 조생귤이 나오기 전까지는 귤을 팔지 않기로 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극조생귤의 선호도가 그리 높지 않아 지금까지도 수익에 큰 지장은 없다.
우리나라는 조생귤의 재배량이 가장 많다. 당도가 좋고, 일본의 조생 온주와 비교해 신맛이 더 강해 저장성이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감귤 농민이 조생귤을 재배하는데 과거에는 이것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편중 재배로 인한 공급 과잉 문제인가 싶겠지만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여기서는 말하는 건 조생귤을 빨리 팔기 위해 미숙한 상태로 수확하던 때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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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귤 생산량도 많지 않고 극조생귤도 없었던 시절, 덜 익은 상태의 조생귤은 맛이 없어도 희소성 때문에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었다. 그래서 일부 유통업자와 생산자는 수확만 가능하다면 닥치는 대로 감귤을 수확해 내다 팔기 시작했다. 당연히 이런 감귤을 구매한 소비자는 제주 감귤에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비싼 돈을 주고 샀는데 이게 뭐냐고 욕을 하면서. 이때 극조생귤이 등장한다. 저품질 감귤이 언젠가는 감귤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고 판단한 제주시가, 숙기가 빠르면서도 당도가 좋은 감귤을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 효과는 미미했다.
2000년대에 들어 보급된 극조생귤로 감귤 저품질 문제가 해결될 거라 기대했지만, 그마저도 더 빨리 출하해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엄연히 제주시에서 규정한 품질 기준이 있음에도 그에 한참 못 미치는 미숙과를 출하하거나 화약 약품을 사용해 강제 착색을 한 것이다. 제주시가 매년 이를 단속하고 강하게 처벌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당최 근절되지 않고 있다. 덕분에 극조생귤에 실망하는 소비자가 끊이지 않는다. 제대로 성숙한 극조생귤은 조생귤 못지않음에도 판매량이 저조하다.
물론 이를 아는 대다수의 판매자가 충분히 성숙해 품질 기준에 부합하는 극조생귤을 취급한다. 실제로 극조생귤을 만족하며 먹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다만 소수의 비양심이 극조생귤의 얼굴을 깎아내리는 속도가 더 빨라서 문제인 것이다. 더불어 조생귤과 만감류도 알게 모르게 이런 저품질 문제를 앓고 있으니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그럼에도 해답은 여전히 꾸준한 단속과 강화된 처벌, 조기 출하에 대한 시 차원의 품질 검사다.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부디 소비자가 한 번의 실망으로 전체를 평가 절하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일 뿐.
* 본문에서 말하는 조생귤, 극조생귤은 모두 우리나라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는 '온주밀감'을 가리킨다. 여기서 한 번 더 품종이 세분되지만, 보통은 숙기에 따라 극조생 온주, 조생 온주, 보통 온주, 만생 온주로 통칭해 부른다. 이외에 만감류도 있는데 온주밀감과는 다른 품종으로,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등 수확 시기가 늦은 감귤이 여기에 포함된다.
by전성배

안녕하세요. 전성배입니다. [격간隔刊 전성배 산문]의 연재자이며, 지은 책으로는 <계절을 팔고 있습니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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