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희 집은 16층인데 베란다 텃밭에 진딧물이 생겼어요. 대체 어디서 온 건가요?
A. 베란다 텃밭을 해보신 분들은 텃밭의 진딧물이 어디서 왔는지 한 번쯤 궁금해하실 거예요. 베란다 텃밭에서 진딧물은 친하고 싶지 않아도 사계절 내내 마주하게 되는 해충입니다. 노지 텃밭에서는 고온 건조한 5월, 6월과 가을 텃밭에서 마주치는 진딧물이 베란다 텃밭에는 늘 있다니, 어마어마하죠?
진딧물은 절지동물인 곤충강 중 노린재목의 진딧물과에 속한답니다. 노린재목은 벌레를 잡아먹는 게 아니라 흡즙을 하는데, 진딧물 역시 구침을 꽂아 흡즙을 합니다. 광합성으로 만들어진 끈적끈적한 포도당 산물을 빨아먹는 건데요. 처음에는 알을 낳던 진딧물도 고온 건조한 5월 즈음이면 알을 낳지 않고 바로 새끼를 낳는 단위 생식을 합니다. 문제는 거의 30도가 넘는 고온에서는 새끼 진딧물이 성충으로 자라는 데 고작 일주일 걸린다는 사실이죠. 진딧물이 한두 마리 생긴 것 같은데 일주일만 지나면 잎 뒷면에 버글버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답니다.
저는 진딧물이 환경에 잘 적응한 해충 중 하나라고 보는데요. 보통 늦가을에 숲에서 알을 낳지만, 알에서 깨어난 진딧물이 2세대, 3세대를 거치면 맛있는 먹이가 있는 텃밭으로 이동해와요. 이때는 유시충이라고 해서 날개가 있는 진딧물이 나옵니다. 그러다 장마 때가 되면 고온 건조를 좋아하는 진딧물은 다시 숲으로 날아가고, 가을이면 다시 유시충이 텃밭으로 이동합니다. 이동이 필요한 시기 외에는 날개가 없는 무시충이 나오니 정말 신기하지요? 언제 기후가 건조하고 언제 장마가 오는지 이미 알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진딧물이 흡즙을 하면 잎은 쭈글쭈글 오그라듭니다. 흡즙한 진딧물의 뱃속에 감로라고 하는 끈적끈적한 성분이 남아 다시 항문을 통해 배출됩니다. 이게 바로 진딧물로 인한 그을음병입니다.
그을음병을 씻어주지 않으면 광합성에 방해가 되어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고온 건조한 환경, 특히 통풍이 잘 되지 않으면서 작물이 건강하지 않고 웃자람이 심한 상황이라면 진딧물이 잘 생깁니다. 베란다 텃밭에서 진딧물은 숙명처럼 온다고 보면 됩니다.
두 번째로 잘 생기는 해충은 응애입니다. 응애는 곤충강이 아닌 거미강입니다. 잎을 갉으면서 흡즙을 하는데, 어릴 때는 잎 뒷면을 흡즙하기 때문에 잎의 앞면이 탈색되는 증상이 나타나요. 성충이 되면 거미줄 안에 여러 마리의 응애가 살고 있는 게 보입니다. 거미줄은 보이는데 응애가 잘 보이지 않는다면, 휴대폰으로 1.5배에서 2배 확대해 동영상 촬영해보세요. 응애의 활동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답니다. 응애도 고온 건조한 시기를 좋아합니다.
세 번째는 온실가루이입니다. 고온 건조하면서 통풍이 잘 되지 않는 봄철에 잘 생기며 약충과 성충 모두 구침으로 흡즙을 합니다. 진딧물처럼 배설물로 인한 그을음병이 발생합니다. 온실가루이는 날개가 있어 날아다닙니다. 아주 작아서 그냥 있으면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라 잡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자, 이제 16층 아파트 베란다 텃밭의 진딧물이 어디서 왔는지 아시겠지요? 베란다 텃밭은 대부분 고온과 통풍이 되지 않아 생기는 해충이 대부분입니다.
Q. 그러면 베란다 텃밭의 충해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하나요?
A. 충분히 환기를 하는 게 중요합니다. 식물이 시들지 않도록 물을 적당히 주면서 양분도 주기적으로 공급해야 합니다.
화학 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 재배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살충제 제충국 같은 건 상비 농약으로 구비하면 좋습니다. 제충국은 ‘벌레를 죽일 수 있는 국화’라는 뜻인데요. 제충국에 함유된 피레스린이라는 살충 성분이 해충의 몸에 직접 맞으면 해충이 신경독으로 죽게 됩니다.
제충국은 살충력이 대단해서 보통 300배 희석해 진딧물이나 온실가루이, 응애가 생긴 잎 앞뒷면에 골고루 분무하면서 엽면시비 하면 됩니다. 엽면시비란, 비료를 물에 타서 식물 잎에 뿌려 양분과 약액을 흡수하게 하는 것을 말해요.
제충국을 뿌리기 전에 우선 샤워기로 화분을 물 샤워 시켜주는데요. 이렇게 벌레가 골고루 씻겨 나가게 한 뒤에 제충국을 엽면시비 하면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3일 뒤 다시 한 번 뿌리면 전부 박멸할 수 있습니다. 한두 마리라도 살아 있으면 다시 개체수를 늘려가니 유의해야 합니다. 제충국은 햇볕에 노출되면 12시간 안에 생분해되어 피레스린 성분이 날아가니, 혹시라도 잎에 잔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동화나라
10여 년째 텃밭 농사를 짓고 있는 도시 농부 김명희는 '동화나라 도시농부'라는 닉네임으로 도시 농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며 강사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심는 대로 잘 자라는 텃밭>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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