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팜투테이블 밥상 이야기마켓레이지헤븐 안리안 대표처럼 식탁 위 식단으로 계절을 기록해보세요.
안리안21. 12. 27 · 읽음 728

‘팜투테이블(Farm to Table)’은 건강한 먹거리를 논할 때 ‘로컬(local)’이나 ‘제철(sesonal)’과 같은 단어와 함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표현 중 하나입니다. 농촌의 평화로운 풍경을 체험하며 신선한 농산물을 맛보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한 팜투테이블 운동은 1990년대 말부터 체험형 농업의 원조인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팜투테이블 운동이 갖는 가장 큰 가치는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 제고’, 즉 소비자가 직접 품질 좋은 농산물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농업의 가치와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1차 생산지인 농장에서 출발해 나의 식탁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최소화하는 것이 팜투테이블의 핵심인데요. 지방 소도시의 경우엔 ‘로컬 푸드 직매장’이라는 시스템이 비교적 잘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내가 살고 있는 지역 기반의 농산물을 구입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이에 비해 서울이나 대도시권역에 사는 도시민에게 팜투테이블은 굉장히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거예요. ‘팜투테이블이라니, 그건 마당 이 있는 집에 살고 있거나 가까운 근교에 나만을 위한 작은 텃밭 하나쯤 있어야 가능한 이야기 아니가!’  라고요. 하지만 조금만 쉽게 접근해보면, 집에서 고추나 상추, 토마토 모종 하나만 키워도 팜투테이블을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집에서 작물을 키우는 게 살짝 어렵게 느껴진다면 바질이나 로즈마리처럼 비교적 키우기 쉬운 허브 화분을 하나 들여서 간단한 파스타나 음료에 데코레이션용으로 활용하거나 대파 한 단을 사 와서 화분에 심어 두고 사용하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습니다.

그리고 일상의 식재료는 집 주변 오프라인 마켓이나 시장에서 장 보는 걸 추천해요. 팜(농장)과 나의 테이블(식탁) 사이의 거리가 짧으면 짧을수록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더라고 사람 냄새 나는 동네 마트나 농부들이 직접 판매하는 온라인 직거래 장터도 품질 좋은 농산물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답니다.

고창과 서울을 오가며 사는 저의 경우는 지방의 농산물 직매장에서 직접 구매한 채소부터 파트너 농가에서 샘플로 구입한 제철 과일, 오랜 기간 발품을 팔아 찾아낸 작은 목장과 농장들에서 직거래로 구매한 식자재, 여기에 더해 자주 가는 집앞 동네 마트에서 그때그때 소량으로 구매하는 제철 식자재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먹거리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평소 일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기에 매번 근사한 한상을 차려먹기보단 다양한 식재료를 한 접시에 담아내는 방식을 선호하는 편이죠. 

가급적 원물 그대로, 혹은 찌거나 굽는 정도의 간단한 노력만 하면 되는 단순한 식재료의 조합으로 식단을 차리곤 하는데요. 한식이라면 볶음밥이나 덮밥, 국밥처럼 반찬이 없어도 좋은 메뉴를 즐겨 먹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떡과 달걀, 요거트는 다양한 방식으로 아침 식탁에 자주 오르는 식재료이지요.  밀가루를 잘 소화시키지 못하는 체질이지만 빵 중에 가장 좋아하는 식사빵 종류는 일주일에 한두 번쯤 직접 만든 쨈이나 수프와 곁들여 거하게 먹습니다. 제철 과일과 채소는 절대 빼놓을 수 없죠. 샐러드로 먹든, 삶거나 생으로 먹든 두세 가지는 꼭 포함시킵니다. 이처럼 간단하게 한 그릇 음식을 차리고 나선 빠르게 사진을 한 장 찍어 두곤 합니다. 식탁 위의 식단으로 그 계절을 기록하는 저만의 방식인 거죠. 그렇게 한 장 두 장 모아둔 사진을 넘기다 보면 사진 속에서 사계절의 흐름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답니다.

봄의 블루베리와 딸기 ⓒ 안리안
봄의 블루베리와 딸기 ⓒ 안리안
봄 딸기와 아스파라거스 ⓒ 안리안
봄 딸기와 아스파라거스 ⓒ 안리안
초여름 초당 옥수수 ⓒ 안리안
초여름 초당 옥수수 ⓒ 안리안
초여름 자두와 패션프루츠 ⓒ 안리안
초여름 자두와 패션프루츠 ⓒ 안리안
여름 감자 ⓒ 안리안
여름 감자 ⓒ 안리안
늦여름 무화과와 아오리 플레이트 ⓒ 안리안
늦여름 무화과와 아오리 플레이트 ⓒ 안리안
가을 우엉 김밥 ⓒ 안리안
가을 우엉 김밥 ⓒ 안리안
가을 밤수프 ⓒ 안리안
가을 밤수프 ⓒ 안리안
겨울 고구마와 귤 ⓒ 안리안
겨울 고구마와 귤 ⓒ 안리안
겨울 고구마 수프를 곁들인 아침 ⓒ 안리안
겨울 고구마 수프를 곁들인 아침 ⓒ 안리안

일주일에 한 번쯤은 로컬 마켓에서 신선한 제철 식자재를 구입해 나만의 '팜 투 테이블 밥상'을 차려보세요.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철 채소나 과일 한두 가지만 있어도 충분하니까요. 먹기 전 사진 한 장 남기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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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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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환경과 농수산업 관련 콘텐츠를 연구하고 기획하는 스타트업 ‘언더스탠드’의 대표이며, 동시에 철학과 소신이 있는 농부들이 키운 최고의 농수산물과 가공품을 찾아 합리적인 가격대에 제공하는 온라인 큐레이션 플랫폼 ‘마켓레이지헤븐’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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