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이 있는 집에서 몬스테라를 키워도 될까?반려동물이 있는 집에서 몬스테라를 키워도 될까?
권지연21. 12. 15 · 읽음 25,116

10년 전 국립수목원에서 일하던 시절, 박사님으로부터 천남성이라는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조경학과 출신인 나는 식물학에 관한 지식이 부족했는데, 원예학과 식물학을 전공한 박사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산책길에 심어진 천남성을 가리키며 박사님은 사약을 만들 때 쓰던 유독성 약초라고 했다. 아편의 원료인 양귀비는 재배가 금지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천남성은 아무런 제재 없이 키운다는 것이 의아했다.

사약의 재료라고 하면 좀 무서울 수 있지만, 사실 드라마에서처럼 먹자 마자 바로 피를 토하고 죽는 일은 절대 없다. 천남성이 사약의 원료긴 하지만 독성이 아주 강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지금도 우리나라 각처의 숲에 많이 자생하고 있다. 독성이 있다고 해서 식물 자체만으로는 절대 유해하지 않다. 섭취하지만 않으면 대부분 문제가 없다.

몬스테라는 천남성과의 대표적인 식물이다. © Annie Spratt on Unsplash

천남성과(科)에 속하는 대표적인 실내 인기 식물이 바로 몬스테라다. 어떤 손님이 “저희 고양이가 몬스테라를 계속 뜯어먹는데, 괜찮나요? 몬스테라를 너무 좋아해요.” 하는 경우가 있었다. 혹시 고양이가 구토를 하거나 불편해하는 점이 있는지 체크했는데 전혀 없었다고 했다. 앞서 말했듯, 천남성도 독성이 아주 강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소량을 섭취할 경우 몸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 친척뻘인 몬스테라도 비슷한 것이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동물 스스로 체득하는 경우도 많다. 나의 반려동물인 강아지 봄이(5살)와 알프(2살)는 항상 식물이 그득한 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많은 식물을 접한다. 어릴 적 봄이는 주로 알로카시아 종류와 스킨답서스, 아이비를 많이 뜯어먹고 수 차례 구토를 했는데, 언젠가부터는 어떤 식물도 거들떠보지 않게 되었다. 알프도 마찬가지. 알프는 여전히 산에서 들에서 많은 잡초를 뜯어먹고 간혹 구토를 하지만, 위험할 정도는 아니다.

천남성과 식물인 알로카시아. © Severin Candrian on Unsplash

몸으로 체득한 봄이와 알프는 이제 집이나 작업실의 식물에는 관심이 없다. 천남성뿐 아니라 독성이 있다는 다른 식물들도 마찬가지다. 반려동물이나 어린아이가 섭취했을 시에는 구토를 유발하는데, 구토를 몇 번 한 후에는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섭취한다면 식물을 재배치하거나 치워야 할 것이다.

실내에서 키우기 좋은 식물 중 천남성과에 속하는 식물은 생각보다 많다. 몬스테라, 알로카시아, 스킨답서스, 스파티필름, 아글라오네마가 대표적이다. 반려동물뿐 아니라 어린아이들도 식물을 뜯어먹는 습관이 있다면, 집에 반려식물을 들일 때 그 식물이 속하는 과(科)를 찾아보고 독성이 있는지 꼭 체크해보자. 그래도 반려식물로 들이고 싶다면 반려동물이나 어린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배치하고 키우기를 추천한다. 행동반경이 넓은 반려묘의 경우는 좀 더 예민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물론 식물을 뜯어먹는 버릇이 없다면 어떤 식물이든 괜찮을 것이다.

인기 플랜테리어 식물인 아글라오네마. © Severin Candrian on Unsplash

반려동물이 있다고 해서 식물을 키우는 것을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주면 충분히 공생 가능한 아름다운 공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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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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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디자이너 권지연은 플랜테리어 스튜디오 위드플랜츠를 운영하고 있다. 실내외 조경 디자인, 플랜테리어 스타일링, 워크숍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오늘부터 우리 집에 식물이 살아요>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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