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숲이 있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요?
저희 집에 온 손님은 엄청난 식물의 양에 놀라곤 해요. 4평 남짓한 침실과 거실의 작은 공간이 모두 식물로 뒤덮여 있기 때문이죠. 사계절 푸릇푸릇한 잎이 반겨주고 향긋한 꽃이 피며 실내에서 자연이 주는 싱그러움을 온전히 느끼는 일상, 식물에 스며든 저의 삶이에요. 바빌론에 공중정원이 있었다면, 제 공간은 저만의 휴식처이자 비밀 정원과도 같은 셈이죠.
전 베란다 없는 작은 공간에서 식물 300여 종을 키우고 있어요. 그중 침실은 서향이라 오후 햇살이 강하게 들어오는 공간이에요. 이곳에 약 200여 종이 넘는 식물이 살고 있는데 대부분 잎이 큰 열대 관엽 식물이죠. 열대 관엽 식물은 원래 키 큰 수목이 우거진 정글에서 살기 때문에 대부분 밝지 않은 공간에서도 잘 크는 편이에요. 따라서 빛이 부족한 실내 공간에서 큰 어려움 없이 키울 수 있는 종류가 많죠. 대표적으로 몬스테라, 필로덴드론, 베고니아, 호야, 양치식물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어요.
거실은 두 방향으로 큰 창이 나 있는데 한쪽은 동향, 한쪽은 서향이에요. 그래서 겨울을 제외하고 오전과 오후에 은은한 햇빛이 들죠. 때문에 빛에 예민하지 않은 열대 관엽부터 창가의 햇빛을 좋아하는 목본류, 다육식물, 그리고 선인장이 자라고 있어요. 대표적인 종류는 고무나무, 알로에, 유포르비아 등이죠.
사실 좁은 공간에서 식물을 들이고 키우는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어요. 집은 사람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식물을 위한 공간을 찾는 게 어려웠죠. 따라서 공간의 효율성을 위해 화분을 작게 유지하며 키우고, 수직 공간을 최대한 이용하여 선반에서 식물을 키우거나 커튼 봉에 식물을 걸어 키우고 있어요.

처음에는 저의 공간을 양보하기가 쉽진 않았어요. 하지만 제 공간에 저만의 휴식처를 만든 것처럼 식물도 제 공간에서 그들만의 집을 만들고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을 보며 지금은 온전히 식물에 스며드는 삶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선반에 가득했던 책 대신 식물 아파트가 만들어졌고, 매일 아침 싱그러움으로 맞이하는 식물과의 상호 작용 속에서 살아 있는 생명에 대한 감사함과 삶을 조금 더 여유롭게 바라보는 마음의 시선도 갖게 되었죠. 식물과 함께 숨 쉬는 공간, 저의 비밀 정원으로 놀러 오세요!
그랜트의감성
안녕하세요. 그랜트의감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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