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중 콩과에 속하는 식물은?토끼풀과 아카시아, 콩은 모두 한 가족
조현진22. 03. 28 · 읽음 889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말을 들으면, 조금은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콩과 팥은 세 장씩 달리는 잎과 나비를 닮은 꽃, 길쭉한 꼬투리에 여러 개 줄줄이 달리는 씨앗 그리고 씨앗을 먹거리로 쓰는 점까지 모두 닮았으니까요. 근본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다는 뜻으로 쓰기에는 콩과 팥이 너무나도 비슷하단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무심코 전혀 다르게 여겼던 두 식물이 사실 이렇게나 닮은 점이 많은 이유는, 콩과 팥 모두 콩과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명절날 모인 친척들 얼굴이 모두 어딘가 닮은 것처럼, 콩과 팥도 한 가족이기에 비슷한 구석이 많은 것이지요. 팥처럼, 우리 주변에서는 콩과에 속하는 식물을 아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콩과 식물을 모두 골라보세요.

© 조현진

모두 콩과 식물이다

1번 칡은 굵은 뿌리를 캐어 만든 즙이나 차로 익숙한 식물입니다. 산과 들에 흔히 자라는데, 다른 식물을 감아 올라가는 덩굴인 데다 20미터까지 왕성히 자라 햇빛을 가리는 탓에 주변 식물에게 피해를 주기도 하지요. 칡은 여름에 달콤한 향기를 풍기는 붉은 꽃을 피워내는데, 콩꽃과 꼭 닮았지요. 세 장씩 달리는 큼직한 잎사귀도 그렇고요. 칡은 콩과 한 가족이기에 닮은 것이지요.

2번 자귀나무는 여름날 피우는 분홍색 화장솔처럼 생긴 꽃송이와 밤마다 기도하는 것처럼 마주 난 잎을 접는 모습이 특이한 나무입니다. 공원이나 정원에 흔히 심어 가꾸기에 아마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으실 듯합니다. 콩과 달리 높이가 10미터까지 자라는 키 큰 나무인 데다 꽃과 잎이 콩을 닮지 않았지만, 자귀나무는 틀림없는 콩과 식물입니다. 열매가 콩깍지 모양으로 닮았어요.

3번 스위트피는 흰색, 분홍색, 보라색 등 다채로운 색상에 향기까지 갖춘 꽃을 피우는 식물입니다. 절화로 만나는 경우가 많지만 가끔은 정원에 심어 가꾸기도 하지요. 달콤한 완두콩이란 뜻과 달리 씨앗에는 독이 있어 식용할 수 없습니다. 스위트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완두콩과 꼭 닮았으며, 당연히 콩과 식물입니다.

4번 돌콩은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로 소박한 꽃을 피우는 식물입니다. 덩굴이지만, 크게 자라는 칡과 달리 작고 여린 한해살이풀이라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심지 않아도 어디에서나 흔히 자라나기에 정원이나 밭을 가꾸는 이들이라면, 이 작은 덩굴을 뽑아낸 적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저 잡초 취급을 받는 식물이지만, 우리가 밭에서 재배하는 콩의 기원이 되는 종이며 역시 콩과의 구성원입니다.

우리 주변의 콩과 식물들

앞서 살펴본 식물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콩과 식물들이 아주 많습니다. 오랜 시간 창덕궁 돈화문 앞을 지키며 서 있는 회화나무, 향긋한 꽃향기와 달콤한 꿀을 선물해주는 아까시나무, 그늘과 아름다운 꽃을 위해 심어 가꾸는 등나무, 뿌리를 약으로 쓰는 황기,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한참을 들여다보곤 하는 토끼풀, 팥의 근원이 되는 종이자 역시 돌콩처럼 잡초 취급을 받는 새팥 등. 여기서 모두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다시,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이야기를 생각해봅니다. 만약 콩 심은 데 팥이 난다면 콩국수 대신 팥빙수를 만들고, 스위트피가 난다면 다정한 친구와 꽃구경을 하고, 돌콩이 난다면 신문지 사이에 끼워 넣어 표본을 만들어볼까 하는 실없는 생각이 이어집니다. 우리 주변 콩과 식물 종의 수만큼이나 끝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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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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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풍경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조경학을 전공했다. <식물 문답>을 출간했고, <환경과 조경>에 ‘풍경 감각’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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