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데다 장기화된 팬데믹 탓에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5조원’ 시대에 육박했다고 합니다. 약을 복용 안 하는 사람은 있어도, 영양제를 안 먹는 사람은 없을 정도인데요. 50대 초반의 지인이 당뇨와 협심증으로 하루에 처방약 10알에, 영양제 12알을 추가적으로 복용한다고 해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진료를 보다 보면 자신은 약을 먹으니까 다른 영양제는 필요 없다는 분도 있고, 당뇨나 고지혈증 진단 후 약 처방을 받고도 약을 구입하지 않은 채 혈당이나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는 분들을 종종 봅니다. 그러나 드럭머거(Drug Mugger) 이론에 따르면 내가 먹는 약이 내 몸의 영양소를 결핍시킬 수 있고, 무엇보다 약과 영양제는 엄연히 다릅니다.
영양제를 올바르게 섭취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나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이, 성별, 식습관, 기저 질환, 복용 중인 약, 증상이나 현재 상태 또는 검사를 통해서 지금 내 몸에 부족하거나 좀 더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알 수 있습니다. 평소 식사를 자주 거르거나 식사 시간이 불규칙하다면 종합 영양제를,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지만 부족한 특정 영양소만 선택적으로 보충을 원할 경우에는 단일제제나 적절한 복합제를 선택할 수 있겠습니다.

영양제는 특성과 기능에 따라 복용 시간이 달라지는데, 신체에 활력을 주는 영양소는 저녁에 복용할 경우 숙면을 방해할 수 있어 오전이나 오후에 복용합니다. 비타민B와 비타민C는 수용성으로 소화가 쉬워 복용 시간에 크게 구애 받지 않습니다. 다만 비타민B군은 에너지 대사에 필요해 아침에 섭취하면 활력을 줄 수 있고 비타민C의 경우 산성이기 때문에 속쓰림이나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식후에 바로 복용하는 것을 권유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비타민B군이 주로 함유되어 있는 종합영양제는 아침 식후에 바로 먹고 컨디션에 따라 비타민C는 추가적으로 점심 식후 커피 대신 복용하기도 합니다. 오메가-3, 비타민D, 코엔자임Q10은 지용성으로 식후에 복용하는 것이 좋은데 아침을 거르는 경우에는 점심 식사 후에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칼슘이나 마그네슘은 근육 이완이나 안정을 돕기 때문에 저녁 식후에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빈혈로 철분을 복용 중이라면 공복에 섭취해야 다른 영양 성분들의 방해를 덜 받아 흡수율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식사 30분~1시간 전 공복이나, 식후 2~3시간 후 공복에 복용하는 것이 좋은데, 속이 더부룩하거나 소화 장애가 있다면 식후에 복용해도 무방합니다. 유산균의 경우에는 위산과 담즙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아침 식사 전이나 취침 전 복용을 권장합니다. 기상 직후에는 공복이라도 위산이 높은 경우가 있어 물을 충분히 마신 후 복용하거나 유산균 복용 후 바로 아침 식사를 해야 된다면 자기 전에 복용하는 것이 낫습니다. 먹어야 하는 영양제가 너무 많다면 영양제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한꺼번에 먹기보다 시간 간격을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남들이 먹는다고 해서, 최근에 유행한다고 해서 복용하기보다 해당 영양 성분이 나에게 필요한지 충분히 고민해보고 선택할 것을 추천합니다. 무엇보다 ‘간에 좋은 영양제를 먹으니까 술을 마셔도 괜찮겠지’와 같은 자기 합리화식 건강 관리는 절대 안 된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 되겠습니다.
gsunnism
“세 살 영양, 여든 간다.”는 어머니 말씀을 실천 중인, 건강한 내일을 위해 늘 고민하는 일상 주치의 배지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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