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개 식물과 동거하는 제주 원룸 플랜테리어10평 원룸에 가꾼 최소한의 우림에서 위안을 얻는 법
그로로22. 03. 10 · 읽음 3,657

우리가 필요로 하는 우림은 사실 그리 넓을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최소우림(인스타그램 @minimum_rainforest)은 제주 바다 앞 원룸을 조금씩 식물로 채우며 위안을 얻었다고 합니다. 꿈꾸던 작은 낙원을 일군, 제주 10평 원룸 랜선 집들이에 초대합니다.

안녕하세요. 10평 남짓 작은 방에서 최소한의 우림을 가꾸고 있는 최소우림입니다. 현재 제주도에서 광고 영상 제작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현관. © 최소우림

언제부턴가 작은 금귤나무를 집에 들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재작년 2월, 살고 싶은 곳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자고 다짐하며 바다 근처에 작은 방을 얻고 제주로 이주한 뒤, 제주 오일장에서 금귤나무를 사왔어요. 작은 나무 하나가 공간에 불어넣는 생명력은 상당했고, 매일같이 “예쁘다”를 외치다가 화분을 하나둘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한동안 마음이 지칠 때면 식물 쇼핑을 하러 다녔어요. 그렇게 작은 우림이 만들어졌고, 현재 80개가량의 식물과 동거 중입니다.

주방. © 최소우림
주방. © 최소우림
주방 싱크대에서 식물 상태를 확인한다. © 최소우림
주방 싱크대에서 식물 상태를 확인한다. © 최소우림

베란다가 없어 화분을 하나하나 싱크대로 옮겨 물을 주고 전체 식물들의 상태를 확인하다 보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립니다. 고단하다고도 느껴질 수 있는 이 행위는 복잡한 머리를 비워주고, 정성에 답해 식물들이 변화하는 모습은 헛헛한 마음을 크고 작은 감동으로 채워줍니다. 도리어 식물들이 저를 돌봐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처음엔 열심히 ‘플랜테리어’를 했습니다. 그 결과 생장 환경에 맞는 자리를 우연히 차지한 식물은 잘 자라고 그렇지 못한 화분은 죽어가기 시작했죠. 어느 날, 식물 유튜버 그랜트님의 영상을 보다가 화분 위치를 옮겨가며 식물의 상태를 확인하시는 모습에 순간 머리가 띵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식물을 생명체로서 존중하지 않고 인테리어 요소의 역할만 강요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후 정신을 차리고 성장에 문제가 있는 식물은 위치를 바꿔주었습니다. 놀랍게도 작은 방 안에서 위치만 바꿔주어도 식물 생장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창문 앞 플랜트 존에 식물 대부분을 놓아두지만, 빛이 많이 필요한 식물은 창틀에 올려 두거나 창문이 나 있는 벽에서 살짝 떨어진, 빛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자리에 둡니다. 반음지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은 창 바로 아래나 창문에서 좀 더 멀리 떨어진 침대 근처에 놓아두었습니다.

플랜트 존. © 최소우림

화분 개수가 많을 때는 나무 박스나 가구를 활용해 단을 나눠보세요. 비슷한 크기의 화분이더라도 공간을 다이내믹하게 구성할 수 있고, 모든 식물을 한눈에 잘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생각보다 중요한 부분입니다. 식물의 변화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거든요. 사실 식물은 소리 없이 말을 걸어옵니다. 병충해나 건조 또는 과습의 피해를 입었을 때, 빨리 알아차리고 조치를 취해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식물들이 초록별을 건너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저의 최애 공간은 작업대 겸 식탁으로 쓰는 책상입니다. 책상을 플랜트 존 앞에 위치시켜, 자리에 앉으면 방안의 식물들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혼자 식멍 타임을 가지거나 작업대에서 분갈이하는 시간도 즐겁지만, 손님을 초대해 식물이 잘 보이는 자리에 앉히고선 마주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것도 참 좋아합니다.

선반, 책상 등 작은 공간에는 작고 가벼운 화분들을 올려둡니다. 손님이 여러 명 방문할 때 공간 확보를 위해 몇몇 화분을 잠시 옮겨 두기 때문에, 책상 위에는 작은 화분이나 수생 식물처럼 기동성이 좋은(?) 화분만 올려 둡니다.

침대 앞에 마련한 식물 파티션. © 최소우림

단조로운 공간에 구조적인 느낌을 내기 위해 침대 앞에 파티션을 두고 싶었어요. 행거를 설치하고 행잉 플랜트를 걸어 식물 파티션을 만들었습니다.

애착이 가는 식물은 단연 금귤나무입니다. 녀석은 제가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상징적인 나무입니다. 환경에 맞는 식물을 데려오는 것의 중요성을 알게 된 지금, 직광이 잘 들지 않는 북서향 집에 빛이 많이 필요한 식물은 잘 들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우겠다 고집을 부리고 있는 과실수입니다. 올해 꽃을 피우고 13개의 열매를 맺었지만 그중 단 하나의 열매만 남아 애지중지 키우고 있습니다. 매일 꼼꼼히 지켜보며 하나 남은 금귤이 노랗게 익기만을 기다리고 있지요.

침실 플랜테리어. © 최소우림
침실 플랜테리어. © 최소우림
침실 플랜테리어. © 최소우림
침실 플랜테리어. © 최소우림

처음 인테리어를 할 땐 핀터레스트를 많이 참고했고, 식물 키울 때 유용한 정보를 얻기 위해 그랜트의감성, 식물집사독일카씨, 제인센스, 초식남 등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 중입니다. 또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하고 있는 다양한 직업군의 식물 집사들에게서 영감과 팁을 얻고 있답니다.

재미있는 삶은 이야기가 많은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살면서 은근 다양한 일을 해봤지만 이렇게나 많은 생명들과 함께 동거하는 건 생전 없던 경험이에요. 그래서인지 요즘엔 주절주절 할말이 참 많습니다. 식물은 가만히 서 있는 정적인 존재라고 가끔 오해받는 듯해요. 하지만 실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생장을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합니다. 이 놀라운 존재를 집에 들이고 관심과 애정을 주면 그 이상의 것을 돌려받게 될 겁니다.

최소우림이 추천하는 플랜테리어 식물

식물 키우는 경험이 많지 않은 분이라면 카페나 식물 가게에서 흔하게 보이는 식물을 데려오는 게 유리합니다. 많이 유통되는 식물은 대체로 까다롭지 않고 환경에 적응을 잘 하는 녀석들이라고 생각해요. 몬스테라, 아레카야자, 극락조 혹은 여인초 등이 있죠. 최소우림에서 한 번도 애먹이지 않고 알아서 잘 크는 대표 순둥이들은 마다가스카르 재스민, 호야, 스킨답서스, 박쥐란, 문샤인 산세베리아, 베고니아, 바나나 크로톤, 천리향이 있답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제가 푹 빠져 있는 아보카도를 추천합니다. 마트에서 산 아보카도의 씨앗을 버리는 대신 한번 발아시켜 키워보세요.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식물 키우기에 대단한 자신감을 얻을 겁니다.

최소우림의 식물 관리 팁

식물마다 또 계절에 따라 물 주기가 달라집니다. 저는 일주일에 한 번씩, 주로 금요일 밤이나 토요일 아침에 모든 식물을 관리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물 주기가 짧거나 긴 녀석들은 평일에 따로 관리하고요. 검색해본 대로 키웠는데 간혹 식물이 아프거나 잘 크지 못한다면 화분 안을 들여다보는 것이 좋습니다. 뿌리와 흙의 상태를 확인하고 주거 공간의 환경, 즉 일조량, 풍량, 온도, 습도에 맞춰 흙 배합을 달리해주면 다시 건강해지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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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로로입니다. 저는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힐링을 선사하는 식물을 사랑합니다. 일상을 의미 있게 만드는 싱그럽고 건강한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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