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소년’으로 불리는 허브로치 이찬호 대표는 온전히 애정을 쏟을 수 있는 농사를 짓고 싶어서 좋아하는 허브를 선택했다고 말합니다.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허브 짓는 청년농부 이찬호입니다. 허브로치라는 작은 허브 농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허브로치 농장은 어떤 곳인가요? 농장이 위치한 군위라는 지역도 궁금합니다.
허브로치는 HERB+HUB+APPROACH의 합성어입니다. 첫 번째 단어 허브는 말 그대로 우리가 익히 아는 식물(농업)을 뜻하고, 두 번째 허브는 ‘중심’이라는 뜻의 동음이의어예요. 세 번째 ‘approach’는 ‘제안하다, 다가가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종합하면 ‘농업을 통해 다가가다’. 여기서 좀 더 간결하게 “농업으로 잇다”는 슬로건을 만들게 되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은 농업을 통해 연결하는 일이거든요. 단순히 농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인 농업을 배경으로, 여러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궁극적으로 누구나 부담 없이 접근 가능한, 더 나아가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은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어요.
농장이 위치한 군위는 경상북도의 중앙에 위치한 작은 군이에요. 인구 2만 명 남짓한 조용하고 평화로운 저의 고향이죠. 대구와 구미 근교의 힐링하기 좋은 곳입니다.
언제 처음 농사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농사를 지으셔서, 일손을 도우며 자연스레 농업을 접했습니다. 부모님이 일궈 오신 농업이 지속되지 않으면 너무 아까울 것 같아서 제가 그 뒤를 잇기로 마음먹었죠. 그렇게 부모님과 농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쯤, 막연히 농사를 짓고 싶다는 마음과 사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서울에 있는 한 핸드폰 케이스 회사에서 인턴십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다른 일도 경험해 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했지만, 회사 생활은 역시나 저와 맞지 않았어요. 그 무렵 우연히 사진 한 장을 보게 됐습니다. 라벤더 밭 사진이었죠. 그 사진을 보고 바로 비행기 티켓을 끊고 그곳으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사진 속 풍경이 저한테 영향을 준 것처럼, 저도 그런 농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허브 농사를 시작하게 되었죠. 정말 단순히 내가 좋아서 하는 농사는 정말 애정을 쏟을 수 있거든요. 내가 애정을 쏟을 수 있는 농사를 짓고 싶었습니다. 허브 재배가 비교적 접근하기 쉽다는 점도 큰 매력으로 다가왔고요.
허브 재배가 다른 작물 농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작물의 경우, 보통 파종부터 수확하기까지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원래 저희 집은 수도작을 합니다. 벼농사죠. 현대의 벼농사는 많은 부분이 기계화되어 있어요. 그렇다고 일이 적지는 않습니다. 농사의 규모화가 진행되면서, 농가에 더 큰 기계가 필요하고 더 많은 면적을 감당해야 하죠. 이런 점이 저에게 중압감으로 다가왔어요. 벼농사는 1년에 한 번밖에 못합니다. 10년을 지었다고 해도 겨우 10번 경험해 본 셈이에요. 그러다 보니 ‘과연 언제쯤 농사를 완전히 배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죠.
그와 달리 허브는 연중 수확이 가능하고, 대형 기계와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지속적인 관리와 정성이 필요하죠. 벼농사처럼 모내기 시기와 수확 시기에 일이 몰리지 않고, 수확, 관리, 분갈이 등의 과정을 꾸준히 조금씩 해나가기 때문에 비교적 여유로운 편입니다.
허브로치가 추구하는 농법 혹은 농사에 대한 대표님만의 철학은 무엇인지요?
현재 허브로치는 하우스의 3분의 1을 토경으로 재배하고 있습니다. 토경은 말 그대로 땅에 직접 심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수경재배, 양액재배 등 여러 재배 형태가 생겨났지만, 힘들고 오래된 방식인 토경을 고집하는 이유는 바로 ‘향’ 때문이에요. 다른 작물과 다르게 허브는 향이 동반되는 작물입니다. 좋은 향이 나도록 하는 것이 농사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결과 지표이지요. 토경재배는 어렵습니다. 병해충과 더욱 가까이 있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흙을 가까이하며, 농사를 짓는 게 저희의 방식이고, 그 결과를 인정받을 때면 힘들어도 보람이 있어요. 앞으로도 토경으로 허브 재배를 해나갈 예정입니다.
작물은 본래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랍니다. 햇빛을 먹고, 바람을 느끼고, 물을 마시며 자란 허브는 향부터 다르다고 생각해요. 물론 노지재배한 허브가 품질이 월등하고 진한 향을 내지만, 우리나라의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시설 재배를 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매년 풀꽃소년의 계획에 따라 농작물이 다를 수 있다’는 안내글을 보았습니다. 매년 그 해에 기를 작물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시나요?
한 해의 농사를 돌아보며 다음 농사 때는 어떻게 해야겠다는 작부 체계를 점검합니다. 대부분 허브 종류가 주를 이루지만, 매년 조금씩 보완해서 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선정 기준은 아무래도 수요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여러 작물을 재배해 보면서 재배 환경에 잘 맞는지, 아닌지에 따라 조금씩 바뀌기도 하고요. 그렇게 매년 재배한 작물을 캐고 다시 심을 준비를 합니다.
허브체험, 팜파티 진행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 프로그램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이런 활동은 농업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허브로치는 허브 농사를 짓고 있는 곳입니다. 식용 허브를 생산해 소비자에게 신선하고 향긋한 허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죠. 최근 들어 허브가 대중화되고 있지만, 아직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허브의 세계는 무궁무진합니다.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그 방법을 소개하고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그런 맥락으로, 우선 허브를 알리는 데 열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직접 흙을 만져보고 허브와 깊게 만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허브 체험이라든지, 허브 농장에서 열리는 팜파티처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어요. 최근에는 의성의 수제 맥주 공방 ‘호피홀리데이’와 함께 허브를 이용한 맥주를 만들고, 허브 체험도 하는 시간을 만들기도 했죠.
올해 200평의 라벤더 밭을 조성했는데, 많은 사람이 농장에 놀러 와 꽃과 허브를 구경할 수 있도록 작은 관광 요소를 곁들였습니다. 허브를 이용한 조경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내년에는 “HERB A NICE DAY”라는 이름의 농장에서 직접 허브를 수확해서 요리도 하고, 다양하게 활용해 보는 취미 과정의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진행해 보려고 계획 중이에요. 이런 작은 기회를 통해서 허브가 더욱 알려지고, 우리 일상에 자연스레 정착하면 허브 시장도 확대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허브로치’를 통해 많은 사람과 만나려고 합니다. 허브라는 작물을 테마로, 또 농장을 배경으로 재미있는 일들을 많이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시골에 농사만 짓고 있기엔 너무 심심하니까요! 허브로치로 인해 도시와 농촌이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그로로
안녕하세요. 그로로입니다. 저는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힐링을 선사하는 식물을 사랑합니다. 일상을 의미 있게 만드는 싱그럽고 건강한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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