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바다를 매우 사랑하는 스쿠버다이버입니다.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하며 만나게 된 바닷속 세상은 저에게 멋진 모험과 경험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아름다운 바닷속 풍경, 그 속에 살고 있는 수많은 해양 동물과의 만남은 언제나 특별한 경험이었죠.
하지만 스쿠버다이빙 강사로 일하며 바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동안 저의 눈에 들어온 바다의 모습이 항상 아름답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해양 동물의 서식지인 연안 해조류 지대는 갈수록 사라져 황폐한 모습으로 바뀌어 가고, 해양 동물이 사라진 자리에는 바다로 흘러든 온갖 쓰레기가 쌓여가고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언제나 맑고 푸르게만 보였던 바다는 이처럼 소리 없이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바다를 아끼고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저는 바다를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후 아내와 함께 바닷속에 들어갈 때마다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습니다. 바닷속에 잠겨있는 쓰레기는 직접 들어가 찾아내지 않으면 수거가 어렵기 때문에 쓰레기 하나라도 더 주워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처럼 어렵게 쓰레기를 수거해 나오는 것에 비해 해변에 버려지고 방치된 쓰레기들이 너무도 쉽게 다시 바다로 흘러드는 모습을 보며 쓰레기가 바닷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치우는 것이 더 우선되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바다 가까이로 거주지를 옮겨 해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습니다. 바닷가 이곳저곳을 다니며 쓰레기를 줍고 수거한 쓰레기를 기록하며 저희의 일상 또한 많이 바뀌게 되었는데요. 수거한 쓰레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저희가 매일같이 사용하는 물건과 다를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이 버려져 결국 바다로 간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그 동안 아무 생각없이 사용해온 물건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점차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게 되었고, 특히 일회용 플라스틱은 거의 사용을 하지 않게 되었어요.
바다를 마주하는 마음도 많이 달라졌죠. 바다를 보호하는 일이 이런 작은 변화와 실천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 것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해변으로 나가 쓰레기를 줍고 바다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바닷가에서 수거한 쓰레기를 기록한 사진을 공유하며 해변과 바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알리고 점점 더 많은 사람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루아침에 바다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지만, 스스로를 바꾸는 일은 가능했습니다.
비단 바다 쓰레기 문제만은 아닙니다. 이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일어나고 있는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또한 결국은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시작되는 일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스스로 변화를 만들고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우리 삶의 소중한 터전인 자연환경을 지키고 보호하는 일은 누군가 나서서 대신해 줄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매일 먹는 음식과 소비하는 물과 전기, 기름 등의 에너지는 생산 과정에서 자연환경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소중한 자원이 낭비되지 않도록 생활 습관을 아주 조금씩이라도 바꿔 나가면 어떨까요? 개개인의 작은 생활 습관 하나하나가 자연환경은 물론, 평소에는 쉽게 보이지 않는 바닷속 깊은 곳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까요.
김용규
오션카인드 대표. 스쿠버다이빙 강사로 일하며 바닷 속 세상을 만났습니다. 소리 없이 고통받고 있는 바다와 그곳에 살고 있는 해양 동물을 지키기 위해 아내와 함께 바다를 보호하는 일을 시작했어요. 해초가 무성한 바다숲에서 시간을 보내며 물 고기들과 말 없는 대화를 나누기를 좋아합니다. 바다를 지키는 일이 지구를 지키고 우리 모두를 지키는 일이라 믿 습니다.
댓글 23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