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식물은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꽃향기를 내뿜는다. 한데 이것이 우리에게도 아주 달콤하고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수많은 향수가 꽃에서 추출한 방향 물질로부터 유래했다. 또 많은 식물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다양한 화학 물질을 내뿜는데, 이 역시 우리에게 여러 가지 치유 효과를 전한다. 피톤치드는 원래 나무가 해충이나 곰팡이를 막기 위해 만들어내는 휘발성 물질인데, 우리가 숲을 거닐 때 폐부로 흡수되어 몸과 정신을 맑게 한다. 수많은 민트 종류를 포함한 허브류도 온갖 약효를 지니고 있어 고대부터 사람들의 생활 속에 함께했다.
식물이 내뿜는 방향 성분을 스트레스 해소와 심신의 휴식 등 적극적인 치유 활동 그리고 질병 치료와 미용 증진에 사용하는 요법을 아로마 테라피라고 한다. 계절별로 다양한 향기 식물을 기르면 일 년 내내 아로마 테라피를 경험할 수 있다.
집에서 쉽게 기를 수 있는 방향성 식물 가운데 꽃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식물이 있다. 흔히 제라늄이라 부르는 펠라르고늄은 꾸준하게 꽃을 보면서 잎의 향기도 즐길 수 있는 훌륭한 반려식물이다. 원래 펠라르고늄은 주로 남아프리카 열대, 아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상록성 여러해살이풀 종류이고, 제라늄은 주로 온대 지방에 자라는 낙엽성 여러해살이풀 종류인데, 처음에 식물학자 린네가 둘 다 제라늄이라고 명명했다가 나중에 다른 식물학자에 의해 서로 다른 속(genus)으로 분리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제라늄과 펠라르고늄의 구분 없이 통틀어 제라늄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부르고 있다.
내한성이 강한 오리지널 제라늄 종류는 주로 야외 숙근초 정원에 많이 사용되는 데 비해, 꽃이 더 크고 풍성한 펠라르고늄 종류는 실내 반려식물로 사랑받고 있다. 물론 춥지 않은 계절엔 펠라르고늄도 바깥 정원이나 테라스에 컨테이너 식물로 키울 수 있다. 선홍색과 분홍색, 주황색, 자주색, 흰색 등 꽃의 색깔별로 종류가 다양해서 기호에 맞게 고르면 된다.
펠라르고늄은 잎만 있을 때도 심심치 않다. 특히 무늬제라늄, 아이비제라늄, 단풍제라늄으로 불리는 펠라르고늄 종류는 잎의 관상 가치가 높다. 펠라르고늄은 종류마다 잎의 향기가 다양하다. 레몬향, 장미향, 민트향, 심지어 콜라향 같은 특별한 향기를 즐길 수 있다. 냄새로 모기를 쫓는 식물로, 구문초라 불리는 로즈제라늄도 있다.
펠라르고늄은 배수가 잘되고 비옥한 토양을 좋아한다. 화분의 중간까지 물이 말랐을 때 물을 흠뻑 주되, 물이 화분 받침에 고여 있으면 안 된다. 겨울엔 10도 이하로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야 하며, 여름엔 30도 이상이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펠라르고늄은 원래 남아프리카의 밝은 햇빛을 받으며 자라는 식물이라 꽃을 충분히 많이 보려면 하루 6시간 이상의 햇빛이 필요하다. 하지만 상큼하고 톡 쏘는 향기를 지닌 페퍼민트제라늄은 그늘에서도 잘 자란다.
이 밖에도 꽃도 예쁘고 향기도 좋은 반려식물이 많다. 계절에 따라 봄에는 서향, 여름에는 치자와 백합, 가을에는 은목서, 금목서의 향기가 그만이다. 이들 식물은 하루 종일 최대한 밝은 창가를 좋아하며, 15~25도 사이 온도를 가장 편안하게 느낀다. 밤에 꽃향기가 좋은 야래향이라는 식물도 있다. 퇴근 후 꿀맛 같은 휴식 시간 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꽃향기로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박원순
서울대학교 원예학과 졸업 후 미국 롱우드가든에서 국제정원사양성과정을 이수하고 델라웨어대학교 롱우드 대학원에서 대중 원예를 전공했다. 제주 여미지식물원, 에버랜드 꽃축제 연출 기획자를 거쳐 현재 국립세종수목원 전시기획운영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에 <세상을 바꾼 식물 이야기 100>, <식물: 대백과사전>, <가드닝: 정원의 역사>, 지은 책에 <나는 가드너입니다>, <식물의 위로>, <미국 정원의 발견>, <가드너의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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