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비트와 당근 같은 뿌리 채소류를 참 좋아합니다. 땅의 기운을 그대로 담고 있는 약간의 흙냄새마저도 기분이 좋달까요. 특히 비트는 시선을 사로잡는 선명한 붉은색 자태와 특유의 아삭함 그리고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달콤함이 매력적이에요.
먼저 제가 즐겨 활용하는 채소 조리법 4단계를 알려드릴게요.
첫 번째 단계. 소금, 후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뿌려서 오븐에서 굽습니다. 적당히 아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공존하고 소금과 후추, 올리브오일의 향이 벤 채소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요리가 되죠. 채소의 익힘 정도는 취향에 맞게 조절하면 됩니다.
다음 단계는 여기에 좋아하는 신맛을 추가하는 거에요. 채소에서 신맛은 입맛을 돋우는 동시에 깔끔하게 입 안을 정리해주는 역할을 해요. 우리가 샐러드 드레싱에 식초를 넣는 것과 같은 이유이죠. 신맛의 종류는 아주 다양합니다. 가공하지 않은 레몬이나 라임과 같은 시트러스류도 있고요. 발효 과정을 거쳐 숙성시킨 다양한 맛의 식초도 있지요. 신맛의 과일이나 식초를 생으로 먹어보면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신맛을 선택해보세요. 저는 화이트 와인 비네거를 가장 자주 사용합니다. 와인의 풍미와 부드러운 산미가 채소의 맛을 잘 살려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세 번째 단계는 신맛이 나는 구운 채소에 곁들일 부재료를 선택합니다. 기본적으로 샐러드 생채소가 좋고요. 말린 과일이나 견과류, 치즈 등으로 다양한 맛과 식감을 더하면 나만의 훌륭한 채소 요리가 탄생합니다. 주재료의 맛과 식감, 색감을 고려해서 다양한 부재료를 매칭시키다보면 의외의 꿀조합을 발견할 수도 있어요. 그 때의 쾌감은 어려운 퍼즐을 맞춘 듯한 느낌이랄까요?
마지막 단계는 드레싱이에요. 2단계에서 신맛을 주었기 때문에 생략할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재료를 잘 어우러지게 해주는 드레싱이 있다면 금상첨화죠. 이 때 역시 다양한 드레싱을 조합해보면서 나만의 맛을 찾아보길 추천합니다. 그게 바로 요리를 잘하는 비결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자, 이제 채소 요리에 좀 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지 않나요? 이 조리법을 활용해 비트 샐러드를 만들어봅시다.
구운 비트 샐러드
구운 비트 샐러드는 화이트 와인 식초와 소금, 후추, 약간의 마스코바도로 단맛을 주고,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유를 뿌려서 구울 거에요. 여기에 곶감 또는 감말랭이를 슬라이스해서 넣는 것이 킥입니다. 적당한 단맛과 쫄깃한 식감이 비트 샐러드의 맛을 업그레이드해줄 거에요. 제가 우리나라에서 나는 로컬의 재료를 찾다 보니 발견한 조합인데, 의외로 정말 잘 어울리더라고요. 곶감이 없다면 건살구, 건자두 같은거로 대체해도 좋아요.
또 하나의 핵심 재료는 바로 애플민트입니다. 애플민트 대신 바질이나 딜 같은 다른 허브로 대체해도 좋지만, 애플민트의 특유의 톡 쏘는 맛과 향이 비트와 잘 어울리니 꼭 시도해보세요. 비트 샐러드는 한꺼번에 구워서 믹싱볼에 담아 버무린 후 냉장 보관하면 2~3일 동안은 맛의 변화가 크지 않아요. 잘 구운 빵 한 조각을 곁들이면 가벼운 브런치로도 손색 없습니다.
재료
비트 1개, 소금 5g, 통후추 약간, 화이트와인식초 60g, 마스코바도 20g, 엑스트라버진올리브유 60g, 곶감 1개, 해바라기씨 15g, 애플민트 2g, 디종머스터드 15g, 리코타치즈 20g
1. 비트는 껍질을 벗긴 후 길이 1.5cm의 주사위 모양으로 자른다.
2. 오븐 팬에 자른 비트를 올리고, 소금, 후추, 화이트와인식초, 마스코바도,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순서대로 뿌린 후 175도로 예열된 오븐에 넣어 15분간 굽는다.
3. 곶감은 씨를 제거하고 얇게 채썬다. 애플민트도 얇게 채썰어서 준비한다.
4. 믹싱볼에 구운 비트와 곶감, 해바라기씨, 애플민트, 디종머스터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넣고 가볍게 버무린다. (해바라기씨와 애플민트는 가니쉬로 약간 남길 것)
5. 오목한 샐러드볼에 담은 후 해바라기씨와 애플민트, 리코타치즈를 올려서 완성한다.
남정석
제철 로컬 식자재를 사용해 건강한 음식을 선보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로컬릿의 오너 셰프. 채소 본연의 맛이 살아 있는 요리를 지향하며, 지역 농산물 생산자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제철 채소를 포함한 다양한 식자재의 매력을 탐구하고 있다.
댓글 22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