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채소 레시피, 개성배추 페스토로컬릿 남정석 셰프가 알려주는 토종배추 페스토 레시피와 활용법
남정석22. 02. 24 · 읽음 2,944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배추는 겉잎은 초록색이고 속은 노오란 빛깔입니다. 알이 꽉 찬 이 결구형 배추는 사실 중국에서 들어온 품종을 개량한 것이에요. 반면, 개성배추는 북한 개성에서 재배하기 시작한 토종 배추로, 지금은 일반 마트나 시장에선 쉽게 찾아보기 어렵죠. 생김새는 열무와 얼갈이를 합쳐놓은 듯 길쭉하고 초록색을 띕니다. 생으로 씹어 먹으면 진한 엽록소의 풀향기가 입안에 가장 먼저 퍼지고 달콤하면서도 알싸한 끝맛이 특징이에요. 

저는 대화하는 농부시장 @마르쉐에서 '씨앗밥상'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처음 개성배추를 알게 되었어요. 20년 넘게 요리를 하고 있지만, 처음 접하는 식자재는 언제나 요리사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특히 우리땅에서 재배하기 시작한 '토종'이라는 점에 끌렸죠. 먹기는 커녕 들어본 적도 없는, 잊혀 가는 토종 씨앗을 누군가 애써 지켜가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직접 개성배추 농장을 방문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재배하는지 농부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이 식자재로 어떤 요리를 만들어볼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밤퓌레를 곁들인 개성배추 갈레트 ⓒ 남정석
밤퓌레를 곁들인 개성배추 갈레트 ⓒ 남정석
개성배추 롤 ⓒ 남정석
개성배추 롤 ⓒ 남정석

제가 개성배추를 이용해 만든 요리는 개성배추 페스토, 개성배추 메밀 갈레뜨, 개성배추 라자냐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개성배추로 페스토는 생각보다 괜찮아서 깜짝 놀랐어요. 서양에서는 보통 바질로 페스토를 많이 만들죠. 종종 바질 대신 루꼴라로 페스토를 만들기도 하는데, 루꼴라의 맛과 향이 개성배추와 비슷해서 응용해보니 맛과 향이 정말 좋았습니다. 개성배추를 구하기 어렵다면 열무로도 한 번 만들어보세요. 열무 페스토도 기대 이상일 거예요.

완성된 페스토는 잘 구운 빵에 발라 먹거나, 구운 채소의 소스나 드레싱으로 활용해보세요. 고기나 생선과도 잘 어울리는 만능 소스입니다. 숏파스타에 버무리면 콜드 파스타나 샐러드 파스타로도 손색 없지요. 남은 페스토는 공기와 접촉해 갈변될 수 있으니 올리브유를 좀 더 부어 공기를 차단해주면 좋습니다. 냉장 보관 시 유통기한은 약 일주일 정도인데, 좀 더 신선하게 즐기고 싶다면 3일 안에 먹길 추천해요.

개성배추 페스토 ⓒ 남정석

개성배추 페스토 재료

개성배추 320g, 다진 마늘 10g, 구운 잣 100g,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500g, 그라나 파다노 치즈 80g, 소금 8g

1. 개성배추는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제거한 후 약 2센티미터 크기로 자른다(개성배추 대신 열무를 활용할 때도 동일).

2. 잣은 팬에서 노릇하게 구운다. 잣이 없다면 좋아하는 견과류로 대체해도 무방하다(개인적으로는 볶은 땅콩을 추천).

3. 그라나 파다노 치즈는 얇게 슬라이스해 준비한다. 치즈 그레이터로 곱게 갈아줘도 되지만, 얇게 슬라이스해서 넣는 것이 더 편하다.

4. 믹서기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먼저 넣고 마늘, 치즈, 소금, 잣을 넣은 후 마지막에 개성배추를 넣는다. 

5. 믹서기로 갈 때 짧게 조금씩 나누어 내용물이 잘 섞일 수 있도록 가볍게 갈아준다. 입자가 너무 고운 페스토보다 견과류와 치즈 알갱이가 살짝 씹히는 것이 식감이 훨씬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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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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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로컬 식자재를 사용해 건강한 음식을 선보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로컬릿의 오너 셰프. 채소 본연의 맛이 살아 있는 요리를 지향하며, 지역 농산물 생산자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제철 채소를 포함한 다양한 식자재의 매력을 탐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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