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세베리아로 연출하는 침실 플랜테리어식물은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에도 열심히 일합니다
권지연22. 02. 14 · 읽음 3,299

깨끗한 침구와 쾌적한 공기, 약간의 백색 소음과 은은한 조명. 숙면을 취하는 데 필요한 조건이다.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밤에 잠을 청한다는 점에서, 인테리어 효과는 물론 우리의 숙면에 도움이 되어줄 특별한 식물이 있다.

보통 식물은 살아 있는 동안 대사 작용인 광합성을 한다. 이때 잎의 기공을 열어 공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흙에서 미생물과 물을 흡수한 다음, 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인 포도당과 산소를 생산한다. 대부분의 식물은 낮 동안 기본적으로 광합성 대사 작용을 하므로, 집에서 식물을 키운다면 낮 동안 식물은 미세하지만 끊임없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고 있는 셈이다.

다육식물 중 산세베리아와 스투키가 CAM 식물에 속한다. © 위드플랜츠

하지만 예외적으로 밤 동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CAM(Crassulacean acid metabolism) 식물이 있다. 밤 동안 기공을 열어 광합성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했다가 명반응이 가능한 낮 시간에 이를 이용하여 포도당을 생산하는 식물이다. 일반 식물이 낮에 기공을 열고 밤에 기공을 닫는 것과는 반대다. 주로 사막에 서식하는 선인장, 다육식물 등이 여기에 속하는데, 사막 이외에도 아주 춥거나 더운 날씨, 건조한 토양을 가진 기후에 적응하는 식물이 이 대사 작용을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밤 시간을 보내며 양질의 수면을 위해 쾌적하게 유지해야 하는 침실에 적합한 식물이 바로 CAM식물인 것이다. 대표적인 CAM 식물로는 다육식물의 일종인 산세베리아와 스투키를 비롯하여 선인장류, 호접란 같은 서양난, 틸란드시아 같은 에어플랜트가 있다.

밤 동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CAM 식물에는 서양난도 포함된다. © 위드플랜츠

관리 측면까지 고려하면, 에어플랜트를 침실에 두는 것은 아주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라면 추천하지 않는다. 분명 좋은 기능을 하는 식물이지만, 에어플랜트가 잘 살 수 있도록 공중 습도를 유지해주는 일은 쉽지 않다. 에어플랜트가 수입 초창기에 ‘먼지 먹는 식물, 물 안 줘도 잘 사는 식물’로 알려졌지만 어디까지나 원산지에 국한된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너무 건조하고 춥기 때문에 따뜻한 온도와 습도를 맞춰주어야 하는데, 매일 물이 뚝뚝 떨어질 만큼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주거나, 2~3일에 한 번 샤워기로 흠뻑 적셔주어야 한다. 그 후에 습기가 고여 있지 않도록 사이사이를 잘 말려주어야 잘 자랄 수 있으니 꽤나 부지런함을 요하는 식물이다.

침실에 적합한 산세베리아. © 위드플랜츠

필자는 침실에 꼭 산세베리아와 스투키를 2~3개 정도 배치해 둔다. 빛이 강하지 않은 공간이라 생장도 느려 물을 더욱 더디게 주어도 될 뿐만 아니라, 건조함 때문에 잎이 상할 일도 없고, 싱그러운 초록빛을 언제나 쨍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화사한 침실 분위기를 원한다면 꽃다발 대신 예쁜 호접란을 배치해보자. 플랜테리어 효과가 아주 좋을 뿐 아니라, 꽃이 길게는 1~2달까지 유지된다.

집에서 식물이 제일 잘 자라는 곳은 대개 빛이 잘 드는 베란다다. 하지만 식물의 기능과 미적 요소를 잘 이해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면 우리 집이 달라 보일 것이다. 이제 침실에 식물을 두어 플랜테리어의 첫 걸음을 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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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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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디자이너 권지연은 플랜테리어 스튜디오 위드플랜츠를 운영하고 있다. 실내외 조경 디자인, 플랜테리어 스타일링, 워크숍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오늘부터 우리 집에 식물이 살아요>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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