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 재배 식물로 연출하는 욕실 플랜테리어스킨답서스와 몬스테라 등 추천 식물과 수경 재배 식물까지
권지연22. 03. 07 · 읽음 25,574

어릴 적 단독 주택에 살던 때의 일이다. 엄마는 빛이 잘 드는 안방 욕실의 양변기 수조 위에 넓은 접시를 두고 물을 채워 고구마를 키우셨다. 싹이 난 고구마를 올려둔 것인데, 너무 잘 자라 덩굴이 바닥까지 풍성하게 늘어졌다. 작은 고구마 하나에서 이렇게 풍성한 잎이 무한히 나올 수 있구나 싶어 신기했던,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기억의 한 조각이지만, 내가 수경 재배를 접한 첫 장면이기도 하다. 이후로는 부모님과 아파트 생활만 한 탓에 욕실에서 식물을 키운 적은 없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독립한 지금, 나는 욕실에서 식물을 키운다. 고구마는 아니지만 스킨답서스과 몬스테라를 수경 재배하고 있다.

아이비는 암모니아 제거 효과가 있다. © 위드플랜츠

강의를 나가거나 식물을 소개할 때 “욕실에서 식물 키우고 싶은데, 추천해주세요”라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그러면 먼저 체크해야 할 것이 있다.

“욕실에 빛이 들어오는 창문이 있나요?”

요즘 빌라나 아파트 욕실에는 창문이 없거나 빛이 안 들어오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식물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빛이 닿는지가 중요하다. 창문이 없다면, 아쉽지만 포기하는 것이 좋다. “고사리 같은 음지식물도 안 되나요?”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음지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라고 해서,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곳에 두는 것은 삼가야 한다. 음지식물도 하루에 최소 2시간 정도는 햇빛 또는 식물등이나 LED 등 같은 간접광이 필요하다. 그래도 키우고 싶다면, 욕실 전등을 낮 동안 켜둘 것을 권한다.

구즈마니아. © 위드플랜츠

적은 빛에 적응하는 식물은 생각보다 많다. 넉줄고사리, 스킨답서스, 구즈마니아, 몬스테라 등이 있다. 암모니아 제거 효과가 있는 관음죽이나 아이비도 좋다. 욕실에서 식물을 키울 때 빛 외에 또 신경을 써주어야 할 중요한 부분은 바로 흙이 과습하지 않도록 환풍기를 틀고 문을 열어두어 환기를 잘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킨답서스 물꽂이하기. © 위드플랜츠

좀 더 쉽게 욕실에서 키우는 방법으로, 필자가 하고 있는 수경 재배가 있다. 흙 없이 물로만 식물을 키우는 방식인데, 하이드로볼이나 영양액을 추가해 키우기도 한다. 흙이 과습해서 생기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수경 재배를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수경 재배를 할 때에는 화분에서 식물을 뽑아 흙을 씻어내고 물에 담가 두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필자가 선호하는 것은 물꽂이 방법이다. 기존의 화분에서 길어진 줄기를 잘라내어 물이 닿는 부분의 잎을 제거한 다음 화병에 꽂아준다. 굳이 새 식물을 살 필요가 없고, 기존 화분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나의 욕실에는 거실에서 기르던 스킨답서스와 서재에서 키우던 몬스테라의 아기들이 물병에 꽂혀 새 잎을 보여주면서 공간을 더욱 아름답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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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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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디자이너 권지연은 플랜테리어 스튜디오 위드플랜츠를 운영하고 있다. 실내외 조경 디자인, 플랜테리어 스타일링, 워크숍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오늘부터 우리 집에 식물이 살아요>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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