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동물, 사람이 공존하는 제주차 농장지속 가능한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모루농장을 소개합니다
그로로22. 09. 15 · 읽음 42,550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이곳에 차나무와 동물 그리고 사람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차 농장이 있습니다. ‘유기농 제주차’를 선보이는 모루농장의 김맹찬 농부가 꿈꾸는 지속 가능한 차생활은 어떤 모습일까요? 동물들이 잡초를 뜯는 농장에서 찻잎을 따는 모루농장 차 농부의 이야기.  

 ⓒ 모루농장
ⓒ 모루농장
 ⓒ 모루농장
ⓒ 모루농장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모루농장의 차 장인 농부 김맹찬입니다. 화산수, 풍부한 바람, 화산암반토가 있는 제주는 차 생산지로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입니다. 2006년 제주에서 나고 자란 유기농 차 묘목을 하나하나 심어 모루농장을 조성했습니다. 이곳에서 지속 가능한 유기농업과 국내 차 생활 보급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친환경 농업을 고민하던 30대 청년 농부는 이제 노년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고, 다양한 역할을 겸하는 12명의 조합원과 함께 농장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차 농장에서 차 브랜드까지 런칭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주차 재배는 2000년대 초반 감귤 대체 작목으로 관에서 주도한 영농 프로젝트였습니다. 묘목을 심고 7년이 지나야 생산이 가능한 차 농업의 특성상, 나무가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찻잎을 수확할 수 없었고, 본격적인 수확 이후에도 차 소비의 절대적 부진으로 유통이 여의치 않았습니다. 이에 여러 농가가 직접 판매에 나서겠다는 절실한 마음을 모아 ‘유기농 제주차(Organic Jeju Tea)’ 라는 공동 브랜드를 런칭하였고, 지금은 ‘모루농장’이라는 이름으로 제주차를 알리고 있습니다.

서귀포시 표선면 모루농장과 따라비오름 ⓒ 모루농장

모루농장의 생태 환경과 특징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제초제, 살충제,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모든 작업을 인력에 의존해야 하니 사실상 생계형 농가에서는 불가능한 도전이죠. 초기엔 시행 착오와 유혹도 많았습니다. 판매 부진으로 경영이 어려워 5만평이 넘는 밭을 방치한 적도 있고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고안해낸 방안이 동물을 활용한 생태 다원입니다. 닭은 해충을 잡아먹고 산양과 말은 잡초를 먹으며, 그들이 만들어낸 부산물은 자연스레 거름이 되는 농법을 적용한 것이죠. 다원 자체가 차나무, 동물, 사람이 건강하게 공존하는 선순환 삶터가 됩니다. 

차 유기농법은 생산자와 소비자와 동물들은 각각 어떤 이점이 있나요?

유기농업은 단지 몸에 이로운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생산자(사람과 동물)의 건강을 지키고 땅과 물의 오염도 최소화합니다. 그런 면에서 유기농부는 환경 보존의 일등 공신인 셈입니다. 몸은 고되지만 미래의 지구에 기여한다는 보람이 농부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갖게 해주죠.

농장 한 편에 자리한 모루티룸은 어떤 공간인가요?   

생태 농업의 현장에서 제주차를 시음하는 공간입니다. 농부가 땀을 식히고 목을 축이거나 반가운 손님을 맞는 소탈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제다철에는 이곳에서 농부와 함께 차를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고요. 무엇보다 여럿이 함께 둘러앉아 차를 나누며 관계를 돈독히 쌓던 한국의 아름다운 차생활이 모두의 일상에 자리잡기를 소망하는 공간이에요. 모루티룸을 통해 사람들이 각자의 집에서 차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제다(製茶)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정이 있다면?

최고의 차를 만들겠다는 욕심을 버리는 것입니다. 마음이 조급해지면 자칫 차를 태우기도, 설익게도 하거든요. 과유불급의 자세로 차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둡니다. 그저 성실한 제다로 매년 때를 놓치지 않고 차를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주차의 특색은 무엇인가요?

제주의 차나무는 차의 맛 성분이 가장 잘 우러나는 화산수로 재배하는 것이 차별점입니다. 제주의 화산암반토는 차나무 성장에 중요한 배수에도 최적입니다. 국토 최남단에 위치해 다른 지역보다 이른 봄차를 만들 수도 있고, 한여름의 혹독한 고온 다습 기후조차 맛있는 홍차를 만들다 보면 금방 지나갑니다. 이처럼 다양한 종류의 차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제주차입니다.

ⓒ 모루농장

계절별로 어울리는 차가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봄에는 녹차(생명녹차), 여름에는 반발효차(월하정인), 가을에는 홍차(노을홍차), 겨울에는 블렌딩차(진피녹차와 진피홍차)를 추천합니다. 하지만 차의 맛은 각자의 몸 상태와 기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한여름 더위를 식히려고 얼음을 가득 넣은 냉수에 녹차가루를 타서 마실 수도 있고, 꽃샘추위엔 따끈한 홍차가 생각나기도 하죠. 그 날의 기분과 기호에 따라 하루 한 잔, 간단한 방법으로 즐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농장을 지키는 따비 ⓒ 모루농장

차밭에서 느끼는 힐링의 순간은 언제인가요? 

매일 조금씩 미세하게 달라지는 자연의 한 장면을 발견할 때마다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그 풍경 속에서 일하는 고요하고 지루한 일상 그 자체가 힐링이죠.

차농부로서 앞으로 바라는 점이 있다면?

매일 한 잔의 차를 마시는 소비자가 있어야 농부가 존재합니다. 커피처럼 일상 속에서 늘 차를 찾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차농부들은 행복하게 일할 수 있습니다. 농부와 소비자가 더불어 제주의 땅과 물을 건강하게 지켜 나가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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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로로입니다. 저는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힐링을 선사하는 식물을 사랑합니다. 일상을 의미 있게 만드는 싱그럽고 건강한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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