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은 24절기의 3번째 절기인 경칩이에요. 경칩은 한자 열릴 계(啓)와 숨을 칩(蟄)을 써서 땅속에 숨은 벌레가 깨어난다는 뜻을 가진 절기죠. 겨울잠을 잤던 개구리가 기지개를 켜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지요. 한자로는 경칩이 아니라 계칩인데, 왜 우리는 경칩이라고 부르는 걸까요? 옛날 왕의 이름은 피해서 쓰지 않은 것처럼, 중국 한나라의 황제의 이름이 계(啓)였기 때문에 이를 피해서 계가 아닌 놀랄 경(驚)을 사용했다고 해요. 원래 이름은 계칩인거죠.

경칩에는 우리 주변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알아볼까요? 첫 번째 이야기할 생물은 경칩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개구리에요. 하지만 그거 아세요? 큰산개구리는 이미 1월에 겨울잠을 깨고 나와서 알을 낳았다고 해요. 큰산개구리는 원래 개구리 중에서도 일찍 잠에서 깨어나 산란하는 종이라고 해요. 지리산 국립공원에서는 매년 큰산개구리의 산란을 모니터링하는데, 10년 전에는 2월 중순에 잠에서 깨어났던 큰산개구리가 2020년부터는 1월에 깨어나기 시작했다고 해요. 개구리가 따뜻해서 일찍 깨어나는 게 뭐가 문제냐고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개구리가 깨어나고 먹을 수 있는 곤충이 활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물웅덩이에 있는 알이 얼어버릴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개구리의 수가 적어지면 개구리가 먹거나 개구리를 먹이로 하는 동물에게도 영향이 가겠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우리가 다 알아차리지는 못하겠지만,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신호인 것 같아요.

경칩에는 담을 보수하거나 벽을 바르면서 흙일을 한다고 해요. 또 냉이와 달래, 쑥을 먹으면서 비타민을 섭취하죠. 바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냉이를 캐고, 쑥을 캐서 쑥떡을 해먹을 시기인거죠! 이 중에서도 쑥에 대해서 먼저 알아볼까요? 쑥은 우리나라 고유의 단어에요. 단군신화에 나올 정도로 까마득한 옛날부터 함께한 식물이죠. 쑥은 '쓰다'와 어근이 같아서 먹을 때 좋은 맛이 나지 않는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해요. 혹은 땅속에서 새싹이 쑥쑥 나온다고 해서 쑥이라고 이름 붙여졌다고도 해요. 이런 쑥은 여러 상황을 표현할 때도 쓰여요. 생명력이 강한 쑥은 다른 식물이 자라지 못하는 황폐해진 땅에서도 잘 자라요. 그래서 못 쓰는 땅에 쑥이 잔뜩 있으니, 이런 황무지를 쑥대밭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해요. 또 산발이 된 머리를 보고 쑥대머리라고 부르기도 하죠. 이렇게 우리말에 쑥이 있는 것을 보면 우리와 가까운 식물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어요.

냉이는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봄나물이에요. 봄 내음을 상상하면 냉이가 빠질 수 없죠! 데쳐서 나물로 먹기도 하고 된장국에 넣어서 그 향을 즐기기도 하죠. 하지만 그거 아시나요? 사실 냉이는 봄에도 먹을 수 있지만, 가을에도 먹을 수 있는 나물이에요. 왜냐면 우리가 나물로 먹는 냉이는 꽃대가 나오기 전에 로제트 잎과 뿌리만 있는 상태인데, 꽃이 피기 전 이른 봄의 냉이와 겨울이 다가와서 겨울 준비를 하는 가을 냉이가 로제트 상태이기 때문이죠. 꽃이 피기 시작하면 뿌리 내 양분을 다 쓰기 때문에 뿌리가 딱딱해지고 맛이 없다고 해요. 냉이는 흰색의 작은 꽃을 피우고, 하트 모양의 꼬투리 안에 씨앗을 맺어요. 그래서 이 냉이 꼬투리를 조몰락거리면 작은 소리로 찰랑거리는 미니 마라카스를 만들 수 있어요. 손이 커서 힘들다면, 냉이 꽃대를 통째로 잘라낸 다음 손 가운데 끼워서 비비면 소리를 더 잘 들을 수 있어요.
샐러드연맹 웅
식물을 사랑하는 동물들이 모인 랜선 공동체, <샐러드연맹>의 한국지부장. 24절기 계절을 전하는 뉴스레터, 식물알림장 발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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