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가느니 보길도완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불리는 보길도
강제윤22. 04. 22 · 읽음 98,502

나는 보길도에서 태어나 소년 시절 육지로 이주해 살다가 어른이 된 뒤 귀향해 10년을 더 살았다. 지금은 다시 보길도를 떠나 섬들을 떠돌며 살지만 눈을 감아도 보길도의 구석구석이 손에 잡힐 듯 환하다. 섬의 어느 한 곳 두 발로 밟아 보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길도에 가면 어디보다 먼저 고산 윤선도의 유적지인 부용동 원림부터 찾아간다. 하지만 내가 보길도에서 가장 사랑하는 곳은 따로 있다. 도치미. 보길도 주민 중에도 도치미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오랜 세월 숨은 비경이기 때문이다. 남도에서는 도끼를 도치라 한다. 그러므로 도치미란 도끼날 끝이란 뜻이다. 도치미는 진짜 도끼날처럼 가파른 절벽이다. 백도리 재에서 능선 길을 따라 2km를 가면 그 끝이 도치미다. 가는 내내 다도해의 섬과 바다가 펼쳐진다. 마침내 작은 숲을 지나 도치미 절벽에 서면 숨이 멈출 것 같은 절경이 나타난다. 현실이 아니라 꿈같은 풍경. 도치미는 위태로운 절벽인데도 그토록 안온할 수가 없다. 절벽 같은 삶에서도 평화와 안식을 얻을 수 있다는 삶의 진실을 문득 깨닫게 해주는 풍경이다. 도치미는 중리 해수욕장과 백도리 마을로 넘어가는 옛길 사이에 있는데 중리마을 주민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손쉽게 찾아가는 방법이다.

© 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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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제주도) 가느니 보길도'라는 민요가 있다’ 1928 8 4 <동아일보> 실린 최용환(崔容煥) 보길도 여행기윤고산의 화원을 차자 나오는 이야기다. 제주도보다 보길도라니! 당시 최용환은 고산 윤선도가 살았던 보길도의 부용동 골짜기를 둘러보고 무릉도원이라고 표현했다. 여전히 보길도의 상징은 고산 윤선도의 유적지다. 사람들은 대부분 보길도를 고산의 유배지로 기억하지만 보길도는 유배지가 아니었다. 보길도는 고산의 은둔지이고, 고산의 왕국이었다. 비원, 소쇄원과 함께 땅의 3 전통 정원(원림)으로 꼽히는 보길도 윤선도 원림은 고산의 별서(별장)였다. 고산 윤선도가 보길도로 들어간 것은 병자호란이 인조의 항복으로 종결된 직후였다. 고향 해남에 낙향해 살던 고산은 전쟁이 일어나자 의병을 모아 서해 바다를 통해 강화도로 향한다. 하지만 배가 강화도에 당도하기 전에 인조가 청나라에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고산은 제주도에 은둔하기 위해 바로 뱃길을 되돌려 떠난다. 항해 도중 바람이 멈추자 보길도 대풍 기미에 정박하고 범선을 날라줄 바람을 기다리다 산세의 아름다움에 취해 눌러앉게 것이다. 그때부터 고산은 보길도에 별서를 짓고 모두 일곱 번을 드나들며 도합 13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그는 보길도에서 <어부사시사> 40수와 한시 32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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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고산이 직접 건축한 건물들은 보길도에 채도 남아 있지 않다. 세연지 연못이나 동천석실 자연물을 활용해 만든 정원들도 원형이 훼손된 일부만 남았다. 지금의 고산 원림은 기록을 토대로 복원한 것이다. 부황리에 있는 세연정, 세연지 등은 손님을 접대하며 놀던 위락공간이다. 부용리의 낙서재와 곡수당 등은 고산과 그의 보길도 첩실 자식들이 살았고 고산이 후학을 양성하던 주거공간이다. 산중 정원인 동천석실은 고산이 속세를 내려다보며 차를 마시고 소요하던 선계공간이다. 봄이면 보길도는 전체가 동백의 화원이 된다. 세연지 연못에 떨어져 다시 동백은 모네의 그림 같다. 낙서재가 있는 부용리 마을은 전체가 동백의 화원이다. 동백은 3-4월에 만개한다. 고산의 유적과 함께 보길도의 대표적 풍경은 예송리 해변이다. 천연기념물인 예송리 상록수림 아래 펼쳐진 갯돌밭에 앉아 있으면 온갖 시름을 잊게 된다. 파도에 구르는 갯돌 소리는 평생을 두고 잊을 음악이다. 보길도에는 예송리뿐만 아니라 중리, 통리, 보옥리 공룡알 해변 아름다운 해변이 여럿이다. 일몰이 가장 아름다운 곳은 정자리 솔섬이나 선창리 망끝 전망대다. 놓치지 말아야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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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방법 : 완도에서 남쪽으로 32km 떨어진 이곳을 여행하기 위해선 항구에서 배를 타고 노화도에서 하선한 다음 다시 보길대교를 건너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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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윤은 시인이며 섬연구자다. 사단법인섬연구소 소장, 인문학습원 섬학교 교장, 국립 한국섬진흥원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섬을 걷다>, <당신에게 섬>, <섬 택리지> 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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