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이 꿈꾸던 유토피아, 위도어장에 조기와 굴비가 가득하고 파시가 호황이던 과거의 어업 유산을 찾아
강제윤22. 07. 29 · 읽음 608

부안의 위도는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의 모티브가 섬이라 전한다. 허균과 부안의 각별한 인연 때문에 전해지는 이야기일 것이다. 홍길동이 세운 율도국이 오늘날의 오키나와에 있던 유구국을 모델로 삼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럴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현실의 허균은 아득히 유구가 아니라 부안과 가까운 위도에서 영감을 받아 차별이 없는 이상 국가 건설을 꿈꾸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가 혁명을 꿈꾸며 동지들을 불러 모으고 거사를 도모하던 곳이 바로 부안 땅이었기 때문이다. 2011 위도해수욕장(벌금 해변)에서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연주회가 열리기도 했다. 위도에는 깊은금, 미영금, 논금 여름철 물놀이하기 좋은 아름다운 해변이 여럿 있는데 논금해수욕장은 장동건 주연의 김기덕 감독 영화 <해안선> 촬영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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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는 전북 부안군 위도면의 중심 섬이다. 면적 11.14제곱킬로비터, 해안선 길이 36킬로미터의 땅에서 1,000 명이 살아간다. 조선 시대 계유정난으로 김종서 장군이 죽임을 당한 김종서의 갓난 아들을 여종이 숨겨 와서 위도에서 길렀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위도에 사는 순천 김씨들이 후손이라 한다. 과거 위도는 파시로 유명했다. 위도 파시는 서해안 3 파시 하나로 꼽힐 정도로 규모가 컸다. 조기의 황금어장이었던 칠산 바다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파시는 해상에서 열리던 임시 시장이다. 그래서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봄철 조기 파시가 열리면 위도에는 수천 척의 배가 몰려와 성황을 이루었고 돈벼락을 맞을 정도로 융성했다. 파시가 사라지고 칠산 바다에 조기의 씨가 마르면서 위도는 이제 한적한 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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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도(蝟島) 고슴도치와 닮았다고 해서 '고슴도치 ()' 자를 붙여 위도라 했다고 전한다. 위도 앞바다 칠산어장 때문에 유명한 영광굴비도 생길 있었다. 굴비의 대명사인 영광굴비는 대부분 칠산어장에서 잡힌 조기를 영광 법성포로 가져가서 말린 것이다. 해마다 봄철, 위도 치도리의 늙은 살구나무에 꽃이 피면 칠산어장에 참조기 떼가 몰려들었다. 그러면 조기 떼를 쫓아온 수천 척의 조기잡이 배가 위도 앞바다를 가득 채웠고 파장금항에는 파시가 섰다. 모래밭에도 가건물이 들어섰고 거기 선구점, 이발소, 다방, 세탁소, 의상실, 식당, 술집 수많은 임시 가게들이 문을 열었다. 선원을 상대하는 술집 색시들만 400 명이 넘은 적도 있었다. 술집과 상점 등으로 한철을 보내고 사람들이 빠져나가면 겨울 파도에 집들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봄이 오면 사람들은 제비처럼 다시 집을 지었고 어선이 몰려와 파시가 섰다. 바람이라도 불어 파도가 거세 조업을 없는 날이면 파장금은 선원들로 떠들썩해지고 술집마다 돈이 돌았다. 1960년대 칠산어장을 비롯한 서해안에서 조기가 자취를 감추자 조기 파시는 끝나고 섬의 영광도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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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이 융성했던 섬답게 위도에는 중요한 어업 유산이 전승되고 있다. 위도 띠뱃놀이도 그중 하나다. 띠뱃놀이는 국가 무형 문화재 82-3호인데 전수관도 들어서 있으니 한번 들러봐야 한다. 띠뱃놀이는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풍어제 하나인데 매년 음력 정월 초사흗날에 열린다. 용왕굿을 띠배를 띄워 보냈기 때문에 띠뱃놀이라 한다. 띠배는 띠풀과 , 싸리나무 등을 섞어서 만든 2~3미터 크기의 모형 배다. 띠배 안에는 용왕에게 바치는 제물과 허수아비로 만든 사공, 돛대와 닻까지 실어서 바다로 띄워 보낸다. 현재 위도면사무소가 있는 진리는 조선 시대에 수군 주둔지인 위도진이 있었다. 위도진에는 3 첨사 아래 수군 53명이 주둔했었다. 위도가 해상 방어의 요충지였던 것이다. 지금도 위도진의 동헌 건물이 남아 있다. 또한 빼놓지 말고 둘러봐야 섬의 역사유물이다.

가는 방법 : 변산반도 격포항 여객터미널에서 위도 행 배를 타고 약 1시간이면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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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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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윤은 시인이며 섬연구자다. 사단법인섬연구소 소장, 인문학습원 섬학교 교장, 국립 한국섬진흥원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섬을 걷다>, <당신에게 섬>, <섬 택리지> 등 다수의 저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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