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 커피와 케이크 커피와 디저트, 최고의 궁합을 찾아서
이하성22. 05. 11 · 읽음 1,115

달콤한 케이크를 먹을 때면 항상 커피를 곁들인다. 순수하게 빵과 디저트만 즐기던 예전에는 물만 마시면서 케이크를 두세 개씩 먹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케이크와 커피를 함께 즐긴다. 물론 케이크와 커피는 흔한 조합이다. 하지만 그전까지 커피는 나에게 그저 케이크의 단맛을 조금 덜어주는 사이드킥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다 어느 날 핸드 드립 커피에 빠진 것이다. 처음엔 ‘파나마 게이샤’라는 원두의 이름이 신비로워서,  그리고 그 원두로 내린 커피가 그렇게나 맛있다는 말을 들어서 호기심이 생겼다. 그렇게 꽤 고가의 게이샤 커피를 접한 뒤 드립 커피에 빠지게 되었다고 쓰면 너무 뻔한 커피 입문 스토리일까? 나는 처음부터 산미가 두드러진 라이트 로스팅 계열의 커피가 좋았다. 화사한 과일과 꽃향이 내 취향에 딱 들어맞았고 마시기에도 편했다. 맛있는 케이크를 찾아다녔던 것처럼 맛있는 커피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 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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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커피 전문점은 디저트의 퀄리티가 높기 어렵고, 케이크 전문점에서는 케이크만큼 커피에 신경 쓰기가 쉽지 않다. 흥미롭게도 몇 년 전부터 그 어려운 걸 해내는 매장이 하나둘 생기고 있다. 개성이 강한 원두로 내린 핸드 드립 커피와 그에 어울리는 특색 있는 디저트 페어링을 선보이는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한 커피 로스터스에서 나도 새로운 페어링의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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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딸기 프레지에 케이크와 ‘딸기맛 초콜릿’이라 이름 붙인 블렌딩 원두 커피의 페어링이 기억에 남는다. 커피에서 딸기맛 미니쉘 초콜릿과 비슷한 맛이 난다 하여 이런 이름이 붙은 커피는 깨끗한 산미와 은은하게 퍼지는 딸기향이 퍽 매력적이다. 여기에 폭신한 제누와즈 위에 생딸기를 듬뿍 올리고 부드럽고 달콤한 크림을 더한 프레지에 케이크를 페어링하면? 커피가 그저 단맛을 중화시켜주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케이크와 조화롭게 어우러져 하나의 또 다른 맛으로 탄생하게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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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각자의 취향을 한 번 들여다보자. 브라우니나 갸토 쇼콜라 같은 초콜릿 디저트를 좋아한다면 초콜릿의 향미가 입에 남는 씁쓰름한 커피가 어울릴 것이고, 견과류가 들어간 디저트를 좋아한다면 너티함을 강조한 고소한 커피를 곁들이면 괜찮다. 물론 비슷한 계열이 아니라 반대되는 계열의 커피와 케이크를 페어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의외의 발견은 그렇게 탄생하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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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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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커피에 관한 에세이를 쓴다. 저서로는 <즐거워, 빵과 커피가 있으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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