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좋아하는 반려식물 가운데 천남성과에 속한 식물이 많다. 기둥 모양의 꽃대에 작은 꽃들이 밀집해 있는 육수(肉穗) 꽃차례와 이것을 감싸는 아름다운 포엽인 불염포가 특징이다. 인도네시아 숲속의 거대한 시체꽃부터 제주 곶자왈에서 자라는 두루미천남성, 거실 한편의 스파티필름과 추억의 영화 속 레옹이 좋아했던 아글라오네마, 개업식 선물로 인기인 금전수까지, 천남성과 식물은 전 세계적으로 2,000종이 넘는다. 타잔이 줄을 타고 다녔던 몬스테라, 직립성과 덩굴성 필로덴드론, 알로카시아와 콜로카시아, 안스리움과 스킨답서스도 모두 천남성과 식물로, 이들을 통틀어 아로이드(Aroid)라고 부른다. 이들은 특이하게도 꽃 자체가 열을 발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실내 공간에 잘 어울리는 아로이드 종류는 매우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다. 요즘엔 평범한 종류보다 조금이라도 독특하고 희귀한 품종이 인기가 많다. 하지만 귀한 종류일수록 가격이 많이 비싸지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하여 자신의 취향을 저격하는 아로이드를 선택할 때 기본적으로 알아두면 좋은 내용을 소개한다.
우선 아로이드는 서로 비슷해 보이는 종류가 많아 구분하려면 요령이 필요하다. 특히 동그랗고 커다란 잎을 가진 안스리움과 알로카시아는 여러 가지 면에서 서로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가령 안스리움과 알로카시아의 잎은 유광, 무광 혹은 벨벳의 질감을 가질 수 있는데, 알로카시아 ‘프라이덱’(Alocasia ‘Frydek’)과 함께 벨벳 질감으로 유명한 알로카시아 ‘블랙 벨벳’(Alocasia ‘Black Velvet’)의 잎은 안스리움 클라리네르비움(Anthurium clarinervium)과도 비슷하다. 이때 안스리움과 알로카시아를 구별하는 몇 가지 팁이 있다. 우선 안스리움 잎은 아래로 늘어지는 경향이 있고 알로카시아는 위로 곧추 자란다. 또한 안스리움의 잎자루는 줄기를 따라 여러 곳에서 자라는 데 비해, 알로카시아의 잎자루는 뿌리줄기의 중심부에서 자라 나온다. 잎 모양도 대체로 차이가 있다. 안스리움은 주로 타원형, 심장형, 주걱형의 잎을 가지고, 알로카시아는 주로 화살 모양의 잎을 가진다. 잎맥은 알로카시아가 안스리움보다 더 도드라지는 편이며, 불염포는 안스리움이 알로카시아에 비해 더 두껍다. 이렇게 서로 비슷하지만 분명히 다른 아로이드의 잎들을 자세히 살펴보다 보면 마치 친한 친구의 얼굴처럼 하나하나가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로 다가온다. 각각의 매력을 좀 더 잘 알게 되면 마음에 꼭 드는 나만의 아로이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박원순
서울대학교 원예학과 졸업 후 미국 롱우드가든에서 국제정원사양성과정을 이수하고 델라웨어대학교 롱우드 대학원에서 대중 원예를 전공했다. 제주 여미지식물원, 에버랜드 꽃축제 연출 기획자를 거쳐 현재 국립세종수목원 전시기획운영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에 <세상을 바꾼 식물 이야기 100>, <식물: 대백과사전>, <가드닝: 정원의 역사>, 지은 책에 <나는 가드너입니다>, <식물의 위로>, <미국 정원의 발견>, <가드너의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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