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좋은 차를 소개하고 국내 로컬 티를 발굴하는 맥파이앤타이거 김세미 대표는 차에 깃든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맥파이앤타이거라는 이름은 조선 시대 민화 ‘호작도’ 속 까치와 호랑이에서 따온 것인데요. 일상 가까이에서 예술을 향유하는 문화가 담긴 호작도처럼 일상에서 좀 더 차를 가까이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하네요.

차에 처음으로 매력을 느낀 것은 언제인가요?
2017년, 스타트업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을 때였어요.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동시에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에 마음이 불안하던 시기였습니다. 어느 날, 지인이 제게 차를 권유하면서 토림도예 작가의 개완을 선물해 주었어요. 처음에는 티타임이 하루 중 유일하게 머리를 비워내는 시간이어서 좋았습니다. 차 맛은 잘 몰랐지만, 도구를 사용해서 차를 우리는 과정이 즐거웠거든요. 그렇게 꾸준히 차를 마시다 보니, 어느 순간 차에 푹 빠지게 되었죠.
맥파이앤타이거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맥파이앤타이거는 ‘차를 더 가까이, 일상을 더 탄탄하게’라는 모토로 동아시아의 차를 소개하고, 차와 닮은 삶을 이야기합니다. 더 많은 사람이 차를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어요. 2019년엔 토림도예 작가와 협업해 온라인으로 펀딩을 진행하였고, 얼마 전엔 <우리가 매일 차를 마신다면>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죠.
서울 신사티룸도 차 문화를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차를 오감으로 즐기는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공간이에요. 이를 위해 티룸의 조도는 낮추고 조용한 음악을 준비합니다. 번잡한 가로수길을 지나 티룸의 문을 열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조용하고, 또 잔잔하거든요.
최근 차 오마카세가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경험은 무엇이든 좋다고 생각해요. 최근 그 대상이 차에 집중되는 이유는 자신의 건강과 마음을 챙기려는 사람이 늘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물을 끓이고, 다기를 데우고, 차를 우리는 과정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경험입니다. 내 마음도 찻잎처럼 차분하게 내려앉는 듯한 느낌이 들죠. 우리의 삶이 빠르게 변화할수록, 천천히 음미하는 차 한 잔의 의미가 귀중하다고 생각해요. 맥파이앤타이거 신사티룸에서는 90분 동안 가만히 앉아서 차를 즐기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손님이 앉은 곳 바로 앞에서 차를 우려서 내는 이유는 제가 그렇게 차를 접했을 때 좋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에요.

맥파이앤타이거가 발견한 한국 차의 매력과 차를 큐레이팅하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쑥, 우엉, 헛개 같은 식자재를 대용차의 재료로 사용하는 것이 한국 차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국내 여러 다원의 도전을 보면 애정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죠. 하동에서 자란 차 나무의 잎으로 백차를 만들거나, 하동 보이차를 매년 새롭게 제조해보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맥파이앤타이거에 여섯 종류의 차를 구비하려고 했어요. 차 브랜드라면 6대 다류(녹차, 백차, 청차, 홍차, 황차, 흑차)를 모두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지역적 특성이 잘 담긴 차를 찾는 데 주력합니다. 같은 녹차라도 하동, 보성, 제주의 차 맛이 다르니까요. 하동에서 예부터 발효차에 똘배(돌배)와 사카린을 넣어서 끓여 마시던 것처럼 지역에 따라 독특한 차 문화가 남아 있기도 하고요. 이러한 기준으로 차를 선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에 깃든 유래나 각 지역의 이야기를 함께 전하게 되었습니다.

차와 더불어 국내 공예 다기를 소개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순전히 도자기 만드는 과정을 지켜본 경험 덕분입니다. 작가의 손을 거치는 세세한 공정 과정을 보고 나니 집에서 도자기를 허투루 사용할 수 없더라고요. 공예는 사람들의 태도를 디자인한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공예 작가와 협업해서 꾸준히 다기를 만들고, 소비자에게 제작 과정을 꼭 소개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차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어린아이와 같은 자세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분야를 접할 때 편견이나 막연한 두려움을 내려놓고 아이처럼 경험해보라고 하잖아요. 때로는 큰 마음 먹고 돈을 투자해보는 것도 중요하고요. 취향이 자리 잡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쌓이면 손이 자주 가는 차, 손이 자주 가는 차 도구가 있을 거예요. 그 때부터 나의 진짜 취향이 시작되는 거죠.
차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차와 그에 어울리는 다기가 있다면?
저는 특정 작가의 차 도구로 차에 입문했는데, 저처럼 처음부터 공예품을 사용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도구에 애착이 생기면, 어쩔 수 없이 차도 좀 더 자주 마시게 되거든요. 공예품이 부담스럽다면 유리 다관을 추천합니다. 보기에도 예쁘고, 어디에나 잘 어울려요. 차는 오동통한 찻잎이 특징인 햇녹차, 붉은 수색이 아름다운 운남 홍차를 추천해요. 두 가지 차 모두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거든요.
그로로
안녕하세요. 그로로입니다. 저는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힐링을 선사하는 식물을 사랑합니다. 일상을 의미 있게 만드는 싱그럽고 건강한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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