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섬세한 아름다움을 더하는 양치식물 가드닝온실이 없어도 실내에서 쉽게 키울 수 있는 양치식물들
박원순22. 04. 11 · 읽음 104

‘펀 피버(fern fever)’ 혹은 ‘프테리도마니아(Pteridomania)’라는 말이 있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에 영국에서 일어난 양치식물 열풍을 말한다. 그 시대엔 ‘퍼너리(fernery)’라고 하는 양치식물 전용 온실도 많이 지어졌다. 수없이 많은 화려한 꽃을 놔두고, 사람들은 왜 꽃 한 송이 피지 않는 양치식물에 열광했을까? 게다가 이들만을 위한 럭셔리한 온실이라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섬세하고 우아한 양치식물의 잎이 지닌 마력에 빠져면, 이 식물을 한데 모아 늘 촉촉하고 청량한 원시 숲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욕망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여겨진다. 양치식물은 대부분 늘 적절한 습도가 유지되는 그늘진 숲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우리가 사는 실내 환경에서 함께하기 위해서는 테라리움을 이용하거나 자주 분무를 해주어야 한다. 

물결 모양의 잎이 특징인 둥지파초일엽. ⓒ Severin Candrian on Unsplash 

수많은 양치식물 가운데 집안에서도 쉽게 키울 수 있는 종류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사슴뿔처럼 갈라진 잎으로 자라는 박쥐란(Platycerium bifurcatum)을 추천한다. 원래 서식지에서는 다른 나무에 붙어 자라기 때문에 반려식물로 키울 때도 비슷한 모습으로 키우는 게 좋다. 흙이 담긴 화분 대신 나무판에 붙여 공중식물처럼 벽에 매달아 두고 자주 분무해주거나 일주일에 한 번 물속에 담가준다. 둥지파초일엽(Asplenium nidus) 종류도 아주 강건한 양치식물로 실내 공간에서 재배하기에 좋다. 중심부에 동그랗게 말려 모여 있는 앙증맞은 새순이 점점 자라 펴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비로운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잎 가장자리가 물결 모양으로 흐르는 다 자란 잎은 아주 오랫동안 유지될 정도로 강한 힘을 지니는데 여러 잎이 원을 이루어 그 안쪽으로 아늑한 둥지를 형성한다.

마지막으로 약간 난도가 높은 양치식물로 아디안텀(Adiantum raddianum)이 있다. 건조한 실내에서는 잘 자라지 못하지만 하루에 한두 번씩 분무를 해주고 겉흙이 마를 때마다 촉촉하게 수분을 유지해 주면 토양을 뚫고 올라오는 연두색 새순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새순은 금세 올라와 퍼지며 공작새처럼 곱고 섬세한 잎들을 펼친다. 이처럼 늘 한결같이 안정적인 초록 잎을 보여준다는 점이 양치식물의 가장 큰 장점인데, 계절별로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다른 식물을 이와 함께 배치하면 훨씬 자연스러운 실내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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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원예학과 졸업 후 미국 롱우드가든에서 국제정원사양성과정을 이수하고 델라웨어대학교 롱우드 대학원에서 대중 원예를 전공했다. 제주 여미지식물원, 에버랜드 꽃축제 연출 기획자를 거쳐 현재 국립세종수목원 전시기획운영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에 <세상을 바꾼 식물 이야기 100>, <식물: 대백과사전>, <가드닝: 정원의 역사>, 지은 책에 <나는 가드너입니다>, <식물의 위로>, <미국 정원의 발견>, <가드너의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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