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커피 칼럼을 쓰는 심재범입니다. 그로로와 함께 재미있는 커피 상식을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블렌딩 커피입니다. 단종 커피를 혼합해 장점을 강조하고, 단점을 보완한 블렌딩 커피는 오랫동안 커피업계를 대표해 사랑을 받았고, 오늘날 카페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정확한 표현은 ‘블렌디드(Blended)’이나, 통상적으로 블렌딩이라 표현하지요. 블렌딩 커피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우리에게 익숙한 스타벅스를 예로 들어 살펴보겠습니다. 스타벅스의 가장 오래된 블렌딩 원두는 커피를 강하게 볶은 다크로스트 ‘에스프레소 로스트’ 입니다. 스타벅스가 시작된 1971년부터 가장 오랜 기간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등 에스프레소 베이스의 음료에 사용된 원두입니다. 스타벅스의 표현을 빌면, 강렬하고 강인한 맛입니다.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가 좋아하는 이탈리아식 다크 로스트로, 브랜드를 상징하는 강하고 쓴맛이지요. 시간이 흘러 소비자들이 커피의 향과 맛의 조화로움에 관심을 갖자, 스타벅스도 변화에 동참해 미디엄 로스트 블렌딩 커피를 선보였습니다. 미디엄 로스트 블렌딩 커피는 라틴 아메리카의 커피를 혼합해 적당한 무게감과 깔끔한 맛, 너트향의 풍미가 조화를 이루는 것이 특징으로, 현재 스타벅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커피가 되었습니다.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를 시켰다면, 미디엄 로스트 ‘하우스 블렌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스타벅스는 최근 라이트 로스트 블렌딩도 선보였습니다. 커피의 볶음 정도와 품질이 꼭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가볍게 볶은 라이트 로스트일 때 맛있을 확률이 조금 더 높습니다. 스타벅스의 라이트 로스트 원두는 ‘베란다 블렌드’라는 이름처럼 커피 농장의 베란다에서 마시는 듯한 신선한 향과 은은하고 달콤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특징입니다. 개인적으로 스타벅스에서 가장 좋아하는 커피입니다. 

스타벅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의 성공 이후, 커피의 맛과 품질은 물론 커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흐름이 생기면서 커피 산지별 맛의 차이를 염두에 두고 블렌딩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예를 들면 브라질산 커피는 고소한 맛이 도드라지고, 콜롬비아산은 깔끔하고, 에티오피아산은 장미향이 아름답지요. 케냐산은  마치 샴페인을 마시는 것처럼 강렬한 산미를 가집니다. 이렇게 다양한 싱글 오리진 원두를 조합해 고소하고, 향미가 좋고, 달콤하면서, 길고 여운 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습니다.

국내 스페셜티 커피업계에서 인기 있는 블렌딩 커피를 살펴보면, 커피 리브레의 ‘배드블러드’는 과일 향이 나는 산미가 아름답습니다. 블랙 커피로 마시면 강렬한 임팩트가 있고, 밀크 커피로 마시면 요플레와 같은 매력적인 질감을 느낄 수 있죠. 해외의 바리스타 챔피언들이 자주 찾는 프릳츠커피의 ‘잘되어 가시나’는 과일 향미와 캐러멜 질감의 밸런스가 좋고, 최근 급속도로 성장한 펠트커피의 ‘에스프레소 블렌딩’은 우유가 들어가는 음료를 만들 때 커피와 우유가 단단하게 결속되어 진가를 발휘합니다. 나무사이로의 ‘봄의 제전’은 에티오피아 원두의 섬세한 꽃 향기를 제대로 살렸습니다. 한국 최초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 전주연 바리스타가 있는 모모스커피의 ‘에스쇼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초콜릿의 맛과 향이 선명하지요. 좋은 블렌딩 커피는 에스프레소, 카페 라테, 핸드 드립 등 어떻게 마셔도 맛있습니다.

스타벅스부터 스페셜티 커피까지 다양한 블렌딩 커피를 살펴보니, 저도 맛있는 블렌딩 커피를 한 잔 내리고 싶군요. 다음은 핸드 드립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