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즐기는 핸드 드립 레시피 일요일엔 내가 홈카페 바리스타
심재범22. 07. 01 · 읽음 2,534

휴일 아침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 느긋하게 음악을 들으면서 핸드 드립 커피를 한 잔 마십니다. 행복이 모락모락 피어나는군요. 사랑하는 연인, 가족과 함께라면 더욱 좋겠지요. 이번에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핸드 드립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교토의 핸드 드립 카페 ⓒ 심재범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은 크게 에스프레소 기계를 이용하는 것과 브루잉(brewing)이 있습니다. 손으로 커피를 내리는 방식을 한국과 일본에서는 ‘핸드 드립’이라 부르고 미국, 유럽, 호주에서는 ‘푸어 오버(Pour Over Coffee)’라고 말합니다. 추출 방식에도 차이가 있는데, 서구권에는 한국이나 일본에서 발전한 핸드 드립 방식을 신선하게 여기기도 해요. 블루보틀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James Freeman)에게 영향을 준 것도 일본식 핸드 드립 커피였다고 알려져 있죠.

칼리타 드리퍼 ⓒ 심재범
칼리타 드리퍼 ⓒ 심재범
하리오 드리퍼 ⓒ 심재범
하리오 드리퍼 ⓒ 심재범

핸드 드립은 사용하는 드리퍼에 따라 칼리타, 고노, 하리오 방식으로 나뉩니다. 가장 오래된 것은 칼리타에서 제작된 3구 드리퍼를 이용해 추출하는 방식입니다. 독일의 멜리타 드리퍼와 구조가 같지만, 배수구가 3개라 조금 더 안정적입니다. 일본식 다방 깃사텐(喫茶店)이나 한국에서 핸드 드립 커피 전문점에서 주로 사용합니다. 고노 드리퍼는 구조가 매우 독특합니다. 외관은 평범해 보이지만, 내부의 배수 구조가 제한적이라 뜨거운 물을 한 방울씩 내리는 ‘점 드립’ 방식으로 추출되죠. 칼리타와 고노 드리퍼는 바리스타의 실력에 따라 추출된 커피 맛의 편차가 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최근 커피업계에서 널리 사용하는 드리퍼는 하리오 v60입니다. 하리오 드리퍼는 추출 경사면의 각도가 60도이고 원추형으로 배수구가 1개입니다. 다른 드리퍼에 비해 추출 속도가 빠른 편이죠. 브루잉 커피 챔피언들이 많이 사용하는 드리퍼이기도 합니다. 일본식 핸드 드립 문화가 흥하던 때에는 기술이 필요한 칼리타 드리퍼를 많이 사용했지만, 지금은 사용하기 편한 하리오도 사랑받고 있죠.

핸드 드립 방법에는 상당히 많은 이론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2012년 월드브루어스컵(WBRC)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정인성 챔피언의 ‘2484 레시피’를 추천합니다. 입문자가 시도하기에도 부담 없는 레시피입니다.

총 추출 시간은 3분 내외, 추출량은 140그램 내외를 권장합니다. 얼음을 추가해 아이스 커피로 마셔도 좋고, 100그램 내외로 온수를 추가해 따뜻한 커피로 마셔도 괜찮습니다. 희석한 커피가 싫다면, 300그램의 온수를 3분 안에 천천히 부어 주면 됩니다. 쉬워보이지만 정확한 계량, 정확한 온도, 시간 엄수가 필수입니다. 특히 물의 온도가 중요한데, 온도를 조절하는 비싼 주전자를 구입하기 어렵다면, 팔팔 끓는 물을 드립용 주전자에 옮긴 후 바로 사용하면 됩니다. 뜨거운 물은 온도가 빨리 떨어지거든요. 90도 미만의 온수를 부었을 경우, 추출되는 커피 성분이 현격하게 줄어듭니다. 떫거나 아주 신 커피를 맛본 적 있다면 온도 조절에 실패했을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새삼스럽지만, 핸드 드립 커피도 과학입니다. 핸드 드립, 생각보다 어렵지 않지요? ‘2484 레시피’를 따라하면 전문 바리스타 못지 않게 맛있는 커피를 내릴 수 있을 거예요.

드립 커피 ⓒ  심재범

다음은 스페셜티 커피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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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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