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는 강렬한 질감과 임팩트를 느낄 수 있는 소량의 커피입니다. 이탈리아 커피 협회 자료를 찾아보면, 7그램의 원두를 분쇄해 포터 필터에 담은 후, 9기압의 압력으로 30ml 내외를 추출해 데미타세(Demitasse) 잔에 담아 제공하는 커피를 통칭합니다.
에스프레소는 본고장 이탈리아에서도 지역별 선호도가 미묘하게 다릅니다. 알프스산맥의 줄기 피렌체를 기준으로, 북부 지방의 사람들은 아라비카 품종 기반의 우아하고 산뜻한 에스프레소를 선호합니다. 아라비카 베이스의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는 스페셜티 커피 문화에 많은 영향을 준 커피로, 섬세한 과일향, 계절 꽃을 연상시키는 향미, 진득하고 매끄러운 질감, 여운 있는 피니시로 발전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전 국가대표 최현선 바리스타의 바마셀 커피가 가장 유사한 맛을 냅니다.
이에 반해 햇살이 찬란한 지중해 연안 나폴리를 비롯한 남부 이탈리아 사람들은 로부스타 품종의 비율이 높은 원두의 크레마와 질감이 강렬한 맛을 선호합니다. 북부 지방의 에스프레소가 깔끔하고 우아하다면, 남부 지방의 에스프레소는 훌륭한 바디감을 자랑하죠. 한국에서 남부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를 그대로 옮겨와 대중화한 곳은 약수동의 리사르 커피입니다.
왜 한국에서 에스프레소가 열풍일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에스프레소는 한국인의 기질과 비슷합니다. 빨리 마실 수 있고, 강렬한 질감과 맹렬한 성향이 한몫하죠. 또 다른 이유로는 저렴한 가격을 들 수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이탈리아 커피 바는 먹는 방식에 따라 가격이 달리 책정됩니다. 커피 바에 서서 간단하게 마시는 에스프레소 가격은 1유로 내외이고, 자리에 앉아서 서비스를 받는 커피는 2~3배 정도 높은 가격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에스프레소 바에 들러 에스프레소를 주문하고, 주문서를 커피 바에 직접 전달합니다. 주문서를 확인한 바리스타는 소서(잔 받침)를 세팅하고, 에스프레소를 추출해 데미타세 잔에 담아 손님들에게 제공합니다. 로마의 유명한 카페 그레코(Caffe Greco)나, 타차도로(Tazza D’Oro)처럼 바쁜 카페라면 조금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대부분 5분 이내에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는 스타벅스를 포함해 다양한 나라로 전파되었지만, 이탈리아 커피 바의 활기찬 분위기와 저렴한 가격까지 다른 나라에서 재현하기 어려웠습니다.

리사르 커피는 이탈리아 현지 가격과 비슷한 1,500원으로 에스프레소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처럼 에스프레소에 설탕 한 스푼을 넣어줍니다. 강렬한 임팩트와 초콜릿 같은 질감의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넣어 마시면 정말 맛있습니다. 저렴하고 맛있는 리사르 커피의 에스프레소를 접한 동네의 어르신은 단골이 되었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여기저기에 에스프레소 바가 생겨났죠. 구테로이테, 세컨드 커피, 무슈 부부 커피처럼 개성 있는 에스프레소 바도 꾸준히 성장 중이고 에스프레소의 매력에 푹 빠져 전국의 바를 탐방하는 애호가도 많아졌습니다. 새삼 한국인의 뜨거운 기질과 강렬한 에스프레소가 무척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커피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과 커피 가공 방식의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심재범
실시간 커피 트렌드, 커피 칼럼니스트. 책 카페마실,동경커피,교토커피, 스페셜티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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