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우리는 과정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현대 삶에 맞게 간소화되기도 하고 트렌드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기도 한다. 생소한 차 도구나 익숙하지 않은 용어 때문에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저 ‘찻잎을 뜨거운 물에 넣고 우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훨씬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차를 우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차’와 ‘차를 우리는 나’라고 생각한다. 아래 소개할 차 도구를 전부 구비하지 않아도 되고, 과정에 얽매이지 않아도 좋다. 차 다루는 습관을 공유할 뿐이니, 참고해 자신만의 찻자리를 만들어보길 추천한다.

다구 예열하기
끓인 물을 개완, 숙우, 찻잔에 부어 예열한다. 이 과정은 찻잎이 제 맛을 더 잘 내도록
도와준다. 차를 마시기 위한 준비 단계로, 예열 시간은 굳이
길지 않아도 된다.
물 끓이기
찻잎마다 우리는 온도가 다른데, 100도로 물을 팔팔 끓인 후 식혀서 온도를 맞춘 뒤에 사용한다. 요즘엔
온도 조절이 가능한 전기 포트도 있어 그리 번거롭지 않다.

찻잎 계량하기
찻잎은 일반적으로 2~5그램을
사용하는데, 다관의 사이즈에 따라 혹은 함께 찻자리를 가지는 인원수에 따라 달라진다. 혼자 차를 마신다면 적은 양을 넣고 조금씩 우려내 따뜻하게 마셔도 되고, 여러
사람과 함께 마신다면 더 많은 양을 넣고 한 번에 우려서 찻물을 나눌 수도 있다. 찻잎을 뜰 때 사용하는
차칙(茶則)으로 어림잡아도 되지만, 저울로 계량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0.1그램 단위까지 계량 가능한
차 저울이나 미량계를 사용하면 더 좋다.

향 즐기기
예열한 다구에 찻잎을 넣으면 차 향이 물씬 올라온다. 잠시 그 향을 즐긴다.

차 우리기
적정 온도로 식힌 물을 다관에 붓는다. 새싹이나
녹차 잎은 물을 한번에 부으면 맛이 거칠어질 수 있으니 개완 벽을 따라 물을 흘려보낸다고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넣어주면 좋다. 찻잎의 종류에 따라 30초~1분간
짧게 우리거나 4~5분까지 우리기도 한다. 차마다 적정 시간이
있으니 우리기 전 차 패키지 뒷면을 확인하자. 만약 정보가 없다면 일단 짧은 시간 우려보고 제 맛이
나지 않으면 점차 시간을 늘려가면 된다. 내 입맛에 맞는 시간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공도배에 옮기기
찻물을 공도배에 옮긴다. 이때
따라 나올 작은 찻잎 조각을 거르기 위해 거름망을 쓰면 좋다. 작은 조각이라도 찻잎이 찻물에 남아 있으면
계속 우러나와 떫어질 수 있다.

차 즐기기
찻잔에 찻물을 따라 천천히 마신다. 싱겁거나 떫다면, 다음 번엔 우리는 시간이나 찻잎의 양을 조절해본다. 차를 즐기는 시간은 취향을 찾아가는 시간이기도 하다. 차를 마시면서
다 우려진 찻잎을 감상하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이와 같은 7단계의 차 우리는 과정을 보고 ‘별것 아닌데?’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이렇게까지 수고를 들여서 차를 마셔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머그잔에 티백을 하나 퐁당 담가서 마실 수도 있지만, 다구를 이용해 차를 내리다 보면, 어느새 손에 익게 되고 차에 좀 더 집중하게 되면서 하루가 풍요로워질 것이다. 차를 우리는 시간이 하루 중 좋은 순간으로 남는다면 더욱 좋겠다.
티양
영국과 한국에서 티소믈리에 자격증을, 중국에서 평차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차와 관련된 강의를 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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