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중국, 일본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차 문화를 갖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대용차 문화다. ‘차(茶)’는 엄연히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lia sinensis) 종자의 차나무 싹과 잎으로 만든 것을 지칭한다. 그러나 유자차, 쌍화차, 생강차, 연잎차 등의 대용차는 과일과 야채, 뿌리, 식물 등 찻잎이 아닌 식자재를 이용하여 만든다. 즙과 미음을 뜻하는 장(漿), 끓이거나 달여 먹는 탕(湯), 꿀이나 설탕을 재워 만드는 청(淸), 그리고 우려서 먹는 차(茶)를 구분해야 하는데, 대용차는 일반적으로 차의 범주로 통용되는 것.

대용차는 섬세한 찻잎을 다루는 일반 차와 달리 마시는 방법도 특별할 것이 없다. 보통 뜨거운 물을 부어서 우리거나 희석해서 즐겨 마신다. 최근에는 설탕에 재워 만든 청을 물에 타 먹는 방식 외에 유자나 생강 등의 과육과 껍질, 잎 등을 건조해 물에 우리면 재료 본연의 맛과 향을 더 잘 느낄 수 있는 대용차도 등장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용차를 일상 속에서 ‘건강차’로 다양하게 활용한다. 감기 기운이 있으면 유자차나 생강차를, 배가 아프면 매실차를, 붓기를 뺄 때는 호박차를 마신다.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고, 식자재를 건조해 만든 차는 당분 걱정도 없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 차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티 하우스와 차 브랜드도 하나둘 늘고 있다. 특히 젊은층 사이에서 차를 즐기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로 인기를 끌고 있다. 차를 즐기려는 이유 또한 다양한데, 가장 큰 이유는 바쁜 일상 속에서 차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하기 때문이 아닐까? 찻잎을 고르고, 물을 끓이고, 찻물을 우리고, 향과 맛을 감상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휴식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차를 어렵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이미 일상 속에서 고유의 차 문화를 충분히 즐기고 있다. 일상의 예사로운 일을 지칭하는 ‘다반사(茶飯事)’라는 말처럼 말이다.
이슬기
티 큐레이터. 쉼이 되고, 일상이 되고, 예술이되는, 茶로써 표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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