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 환경과 지나온 역사가 다른 만큼, 동양과 서양의 문화는 사뭇 다르다. 그 차이는 차 문화에서도 드러난다.
한국, 중국, 일본으로 대표되는 동아시아의 차 문화는 차나무의 원산지로 알려진 중국에서 시작해 가까운 한국과 일본 등지로 전해지면서 오랜 세월에 걸쳐 각기 다른 방식으로 발전한다. 중국은 차의 종주국답게 시대에 따라 다양한 차의 종류와 이에 어울리는 다구를 만들어냈고, 한국과 일본은 이를 각 나라의 문화와 정서에 맞게 변형하거나 새로운 방식으로 개발했다. 각 나라의 차 의식을 일컬어 한국은 ‘다례(茶禮)’, 중국은 ‘다예(茶藝)’, 일본은 ‘다도(茶道)’라고 부를 만큼 서로 다른 차 문화를 갖고 있다. 공통점이라면 세 나라 모두 차를 직접 재배하며 정신에 중심을 둔 차 문화가 발달했다는 것이다. 동양에서 차는 심신 안정의 수단이자 수행의 한 방식이기도 했다. 다서(茶書)에서는 차와 찻물, 다기를 정신적 측면에서 다룬 내용이 자주 등장하고, 나라마다 ‘차 문학’이라 불리는 다시(茶詩)도 발달했다.
영국으로 대표되는 서양의 차 문화를 들여다보면, 사교 모임의 성격이 강한 애프터눈 티타임을 중심으로 화려한 다기, 달콤한 티 푸드 등이 함께 발달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식민지였던 인도와 스리랑카에 차밭을 조성, 서양의 근대 기술을 활용해 차를 대량 생산하고 차 브랜드를 만들었다. 영국의 포트넘 앤드 메이슨(Fortnum & Mason)과 프랑스의 마리아쥬 프레르(Mariage Frères), 독일의 로네펠트(Ronnefeldt) 등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유럽의 대표적 차 브랜드다. 이처럼 서양의 차는 음료 자체와 마시는 행위를 중심으로 발전하다 보니 찻자리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줄 차 브랜드와 티 웨어, 티 푸드 등의 상품이 발달했고 동양과는 또 다른 다채롭고 화려한 차 문화를 갖게 되었다.
이렇듯 차 문화의 탄생 배경부터 차를 향유하는 방식까지 상당히 다르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맛이 멋으로, 나아가 내면의 만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찻잎이 피운 저마다의 문화에 아름다움이 있는 게 아닐까?
이슬기
티 큐레이터. 쉼이 되고, 일상이 되고, 예술이되는, 茶로써 표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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