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도시, 지속 가능한 상생을 꿈꾸며모모스 커피 전주연 디렉터가 전하는 지속 가능한 커피와 로컬리티
그로로22. 06. 13 · 읽음 48,897

2019년 4월, 보스턴에서 열린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WBC)에서 최초의 한국인 우승자가 탄생했습니다. 전 세계 커피인의 시선은 부산의 모모스 커피로 향했죠. 세계 바리스타 챔피언 전주연 디렉터와 그로로가 커피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모모스 커피는 처음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합니다.

2007년, 부산의 한 식당에 4평 남짓한 창고를 빌려 시작했습니다. 당시 프랜차이즈 사업을 꿈꾸기도 했으니, 모모스 커피가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모모스’ 라는 이름은 명품을 소비하는 '보보스(Bobos)'에 대한 반의어로, 좋은 품질의 커피를 남녀노소 모두 즐기자는 ’All in Coffee'를 모토로 삼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모모스 커피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단일 매장에서 카페, 로스터리, 교육, 온라인 유통, 다이렉트 트레이드까지 순차적으로 영역을 확장하게 되었습니다.

영도에 문을 연 모모스 로스터리 & 커피바 생두 창고 ⓒ 모모스커피

최근 영도에 오픈한 커피바는 어떤 공간인가요? 모모스 커피 본점과는 다른 점이 있다면?

온천장에 위치한 본점엔 맛있는 커피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심 속 정원을 조성했어요. 스페셜티 커피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길 꿈꾸고 있죠. 2021년 영도에 오픈한 모모스 로스터리&커피바는 플래그십스토어의 성격이 짙어요. 생두에서부터 한 잔의 커피가 만들어지기까지 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리스타와 로스터와 가깝게 소통하며 커피가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죠. 사실 온천장과 영도는 부산의 끝과 끝인데요. 수입한 생두를 보관할 수 있는 창고와 생산 시설 이전을 위해 넓은 공간을 찾던 중 영도 물양장을 알게 되었고, 가장 ‘부산’다운 풍광에 반해 이곳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영도는 한때 조선 산업의 요람으로 번영을 누렸지만, 노동 집약 산업이 쇠퇴하면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역이에요. 부산에 오랫동안 거주하면서 지역 불균형을 체감했기 때문에 커피를 통해 로컬리티를 되찾고 싶은 바람도 있었죠. 완벽하지는 않아도 커피 산업의 지속 가능성이 담긴 공간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생두 창고 ⓒ 모모스커피
생두 창고 ⓒ 모모스커피
사일로 탱크 ⓒ 모모스커피
사일로 탱크 ⓒ 모모스커피
커피바 ⓒ 모모스커피
커피바 ⓒ 모모스커피
ⓒ 모모스커피

모모스 로스터리&커피바에서 로스터와 바리스타의 업무는 각각 무엇인가요?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로스터와 바리스타는 매 순간 협업합니다. 커피 산업에는 바리스타 외에도 로스터, 그린빈 바이어, 트레이너, 수출업자, 생산자, 피커(수확하는 사람), 마케터 등 다양한 역할을 하는 전문가가 필요하죠. 모모스 커피의 직원은 각자 소속된 팀에서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동시에 커피 한 잔을 만들어지기까지의 전 과정을 파악할 수 있도록 멀티플레이어를 지향합니다. 그린빈 바이어, 로스터, 바리스타, 트레이너, 기획자는 주 1회 이상 커피바에서 소비자를 만나고, 바리스타, 로스터도 기획 업무에도 참여합니다. 커피 산업을 이끌어가려면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이 뒷받침되어야 하니까요.

ⓒ 모모스커피

부산을 대표하는 로스팅 브랜드로서 부산의 커피 문화를 알리는 일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산하다’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모스 커피를 포함해 부산의 로컬 작가와 브랜드가 상생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입니다. 지역 인재를 발굴하고 로컬 생태계의 선순환을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예요. 2018년 이후 매년 1만 명이 넘는 청년들이 부산을 떠나고 있어요. 가장 큰 원인은 좋은 조건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커피 산업도 이러한 문제를 피해 갈 수 없습니다. 커피 농사를 짓는 일이 멋있어 보이지 않고, 큰돈이 되지 않으니 커피를 재배하는 농부들의 평균 연령은 계속 높아지고 있어요. 부산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것 또한 부산에서 커피 브랜드를 일구고 있는 저희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니죠. 각 분야의 인재들이 대부분 수도권에 모여 있다는 것은 모모스 커피 같은 로컬 브랜드가 성장하기 위해 넘어야 할 벽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2021년 ‘부산하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부산의 1세대 서양화가인 김종식 화백의 <귀환동포>를 패키지에 담아 ’부산 블렌드’를 선보였습니다. 커피를 통해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 당시 부산의 이야기를 녹여내고자 했죠. 부산에서 활동하는 청년 작가와도 활발하게 협업하고 있어요. 청량한 부산의 바다를 그린 이지은 작가의 작품을 커피와 매칭해 시즈널 블렌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부산에서 최초로 빈투바(bean to bar) 초콜릿을 선보인 포스트맨 초콜릿과 협업해 초콜릿 음료와 디저트를, 도시 양봉을 통해 꿀벌을 보호하고 발달장애인과 동반 성장을 꿈꾸는 로컬 크리에이터 비컴프렌즈와 협업해 꿀을 이용한 디저트를 개발했어요. 덧붙여, 커피를 만들 때 부산우유를 적극 사용하고 있죠.

모모스 커피가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커피는 무엇인가요?

지구 반대편에서 커피를 생산하는 농부, 커피를 만드는 제조자, 소비하는 사람의 삶이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것이 지속 가능한 커피라고 생각합니다. 모모스 커피가 품질 좋은 커피를 정당한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1년 중 약 150일을 산지의 농부들과 함께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죠. 물론 기후 변화와 같은 환경 문제,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 등에 대한 고민도 지속 가능한 커피를 위한 노력에 포함됩니다.

이런 맥락에서 소개하고 싶은 원두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모모스와 12년째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코스타리카 농장의 커피와 환경적 측면을 고려해 커피를 생산하는 콜롬비아 델 아구아(Del Agua) 내추럴 커피를 추천하고 싶어요. 콜롬비아 북부에서 소규모로 운영되는 델 아구아 농장은 물 소비를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1킬로그램의 커피를 가공하기 위해 약 40리터의 물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델 아구아는 커피 가공에 사용하는 물의 양을 줄이면서도 뛰어난 품질을 갖출 수 있는 가공법을 개발했고, 실제로 연간 약 880,294리터의 물을 절약할 수 있었죠. 스페셜티 커피의 지속 가능한 성장의 대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22년과테말라에서. 모모스커피는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위해 중남미를 여행 중이다. ⓒ 모모스커피

커피와 함께하는 시간 중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모든 순간이 새롭고 흥미롭지만, 커피 생산자와 커피를 수확하는 피커를 만나는 시간을 가장 좋아합니다(인터뷰에 응하는 지금도 파나마에 머물고 있어요). 2~3월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파나마 등 중미를, 7~8월은 브라질, 콜롬비아, 볼리비아 등 남미를, 12월은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커피 농부를 만납니다.

모모스 커피 이외에 추천하고 싶은 부산의 로스터리 커피 브랜드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부산은 다양한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를 만날 수 있는 곳이에요.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곳은 레이지모먼트 커피스탠드, 마리스텔라커피, 마비스 커피, 모노스코프, 블랙업 커피, 베르크 로스터스, FM 커피하우스, 웨이브온 커피, 커피미미, 커피프론트, 코스피어, 트레져스커피, 히떼 로스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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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그로로입니다. 저는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힐링을 선사하는 식물을 사랑합니다. 일상을 의미 있게 만드는 싱그럽고 건강한 이야기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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