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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라테와 크루아상버터의 풍미와 바삭한 식감이 매력적인 크루아상에 라테를 곁들인 아침
지인 중에 비 오는 날의 카페를 유난히 좋아하는 이가 있었다. 비 내리는 창가에 앉아 따뜻한 라테를 마신다고 했다. 빗소리와 빗물이 창가에 흐르는 모습, 우산을 쓰고 분주히 걷는 사람들 그리고 따뜻한 라테의 상관관계는 아직도 내게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브라운색 커피에 그려진 얇고 하얀 선을 흘린 라테 아트와 커피를 마시는 지인의 뒷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비 내리는 풍경과 제법 잘 어울리긴 하는 것 같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로 비 오는 날이면 종종 카페를 찾아 따뜻한 라테를 주문하곤 한다. 그리고 크루아상을 곁들인다. 크루아상은 본래 오스트리아의 빵 킵펠(kipfel)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프랑스로 전파돼 크게 유행하면서 오늘날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빵으로 꼽힌다.
초승달 모양의 유려한 곡선이 인상적인 짙은 브라운색의 크루아상은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한 여러 겹의 페이스트리 식감과 고소한 풍미가 느껴진다. 처음 접했을 때만 해도 나는 도대체 이 빵을 무슨 맛으로 먹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차츰 버터의 맛에 빠지게 되면서 페이스트리 계열의 모든 빵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플레인 크루아상에 산뜻한 잼을 더해도 좋고, 달콤함이 좀 더 필요하다면 안에 초콜릿이 박힌 팽 오 쇼콜라를 선택해도 좋다.
프랑스에선 크루아상을 주로 우유가 들어간 커피와 함께 먹는다고 한다. 우유가 들어간 라테는 아침에 부담스럽지 않게 마시기에 제격이다. 공복을 달래주는 든든함도 있고. 커피에 우유를 섞을 때는 흔히 고소한 원두를 사용하는 게 낫다고 하지만 정작 내가 잊지 못하는 라테는 포도향의 상큼한 단맛이 도드라졌던, 지금은 사라진 공덕동 어느 멋진 카페에서 프랑스 원두를 사용해 만든 라테였다. 라테를 마시는 즐거움에서 라테 아트도 빼놓을 수 없다. 정성스럽게 그린 아름다운 라테 아트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맛에 영향을 주는 요소가 아니기에 과하면 커피의 맛을 해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맛을 중시하는 카페에서는 라테 아트를 일부러 생략하기도 한다는데, 내게는 어쩐지 조금 삭막하게 느껴진다. 커피는 기호 식품인지라 맛으로 즐기기도 하지만 커피와 함께하는 특유의 분위기를 즐기는 사람도 있을 텐데 말이다. 잔뜩 기대한 라테에 덩그러니 밀크 폼만이 올라가 있다면 왠지 조금 아쉬울 것 같다.
크루아상(Croissant) : 반죽에 버터를 얹어 겹겹이 접은 후 밀대로 펴기를 반복해 결감을 살린 초승달 모양의 빵. 커피와 크루아상은 프랑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침 식사 메뉴다.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크루아상은 파리에서 시작되었다. 겉에 아몬드 크림을 바른 아망드 크루아상(Croissants aux Amandes)이나 초콜릿 심을 넣은 팽 오 쇼콜라(Pain au Chocolate) 또한 널리 알려진 크루아상의 종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