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카페에 몸담고 있을 당시, 매장에서 가장 잘나가는 커피는 산미 없는 드립 커피였고 그다음이 아인슈페너라 부르는 크림커피였다. 대개 커피를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나 친구나 애인을 따라 카페에 들른 손님이 크림커피의 주 소비층. 에스프레소 메뉴 없이 드립 커피만 다루던 매장에서 아메리카노 격인 드립 커피 바로 다음 순위였으니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음료이기도 하다. 사실 크림커피의 수요가 그렇게 많으리라고는 전혀 예상 못 했다. 되돌아보면, 내가 커피에 처음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도 커피 위에 올라간 다양한 크림의 종류와 모양에 대한 흥미가 한몫했다.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에도 시각적으로 보기 좋았고. 최근 몇 년 새 부드러운 크림부터 커피 위에 볼록 솟은 밀도 높은 크림, 흑임자나 피스타치오, 옥수수 등을 활용한 크림까지 크림커피의 종류가 부쩍 다양해졌다.
이 같은 달달한 커피를 마실 때 케이크 같은 무거운 디저트는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보통 쿠키를 포함한 구움과자, 아니면 스콘을 선택한다. 구움과자의 종류 또한 상당히 다양해졌다. 소규모 개인 카페에서도 르뱅쿠키부터 휘낭시에, 카눌레, 마들렌, 심지어 갈레트 브루통까지 접할 수 있는 것을 보면, 수가 우리나라의 디저트 문화도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평범하게 커피에 쿠키를 곁들이는 것에서 한 발 더 들어가 보자. 이제는 커피와 디저트 분야에서도 찍먹이 대세인 시대다. 이때 투박한 르뱅 쿠키는 물론이고, 비스코티도 잘 어울린다. 두 번 구워 단단하고 바삭한 식감이 특징인 비스코티는 크림의 부드러움이 더해지면 살짝 촉촉해져 한결 먹기 편해진다. 비스코티 자체가 고소한 맛이 도드라지기 때문에 달콤한 크림에 찍어 먹으면 맛의 균형도 적당하다. 물론 커피에 오래 담가두면 눅눅해지니 조심하자. 스콘도 크림커피에 곁들이기에 무난하다. 쿠키를 크림커피에 찍어 먹는 것을 일종의 괴식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처럼 재미난 시도 속에서 또 새로운 음식 문화가 생겨나는 게 아닐까?

이하성
빵과 커피에 관한 에세이를 쓴다. 저서로는 <즐거워, 빵과 커피가 있으면>이 있다.
댓글 60
첫 번째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