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따라 세계 일주, 바르셀로나 사탄스 커피 코너에스프레소의 베스트 샷을 찾아서
만얼22. 07. 28 · 읽음 1,312

바르셀로나를 방문했을 당시, 스페인의 낮 최고기온은 섭씨 40도를 넘었고 간신히 햇빛을 피해 그늘로 도망쳐도 간간이 불어오는 열풍 때문에 오히려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때문에 다른 여행지와 다른 작전을 펼칠 수밖에 없었죠. 해가 뜨기 전, 새벽 찬 공기가 남아 있을 때에 나가서 돌아다니다가 지치면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휴식을 취한 다음, 해가 질 무렵 다시 밖으로 나가곤 했습니다. 

ⓒ 만얼

사탄스 커피 코너

사탄스 커피 코너(Satan's Coffee Corner)는 바르셀로나에서 처음으로 방문한 카페입니다. 이곳 역시 유러피안 커피 트립(European Coffee Trip)이라는 사이트와 구글맵 리뷰를 비교, 분석해 찾은 곳이었습니다. 처음 카페 이름을 보고 ‘내가 잘못 읽었나?’ 싶었지만, 분명 '사탄'이 맞았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카페 바로 옆에는 커다란 성당이 2곳이나 있었고요. 

사탄스 커피 코너는 '사회 부적응자', '예술가'를 자처하는 4명이 모여서 만든 브랜드라고 합니다. 카페는 이름에 걸맞게 상당히 개성이 강한 모습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파란 톤의 페인트가 칠해져 있었고, 군데군데 매력적이고 독특한 오브제가 눈에 띄었습니다. 자유분방하면서도 감각적인 인테리어가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카페에 자리가 없어서 간이 의자에 앉아 기다려야 했지만, 이리저리 눈을 바쁘게 움직이며 내부를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잠시 후 바리스타가 자리를 안내해 주었고, 에스프레소 한 잔과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주문했습니다. 막상 자리에 앉고 보니 매장이 꽤 독특한 구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 만얼

보통 바리스타들은 작업 공간이 손님들에게 노출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카페에서 일하다 보면 작업대가 생각보다 금방 지저분해지거든요. 우유 스팀을 만드는 동안 우유 방울이 튀기도 하고, 에스프레소를 잔에 따르다 한두 방울씩 흘리기도 하며 에스프레소 머신 아래쪽에는 항상 커피 가루가 지저분하게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커피를 만드는 것 외에도 쓸고 닦고 정리하는 일이 바리스타의 업무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요. 바리스타가 작업하는 바가 대부분 벽을 뒤로한 채 손님들과 분리되어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탄스 커피의 바는 완전히 개방되어 있었습니다. 어떤 자리에선 뒤로 살짝 돌아보기만 해도 바리스타와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덕분에 제가 주문한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메인 바리스타로 보이는 남자는 제가 마실 에스프레소를 내기 전, 몇 번씩 추출해서 맛을 보고 다시 추출하는 과정을 반복하더군요. 그 과정은 본인이 만족할 만한 베스트 샷이 나올 때까지 이어졌습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드디어 바리스타의 얼굴에서 만족하는 표정이 나타났고, 그제서야 제 커피가 서빙되었습니다.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바리스타의 노력을 직접 확인했기 때문인지 에스프레소의 맛은 충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커피의 선명한 캐릭터가 입안에 강렬하게 남았습니다. 

에스프레소의 베스트 샷

저도 카페에서 일할 때 에스프레소 주문이 들어오면 손님에게 서빙하기 전 몇 번씩 테스트를 거치곤 했습니다. 스스로 만족할 만한 추출 흐름과 커피 맛이 나와야 지금 내가 만들 수 있는 커피의 ‘베스트’라는 생각이 들어 손님에게 커피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아메리카노, 카페라테, 카페 모카 등의 메뉴는 물이나 우유, 시럽 등 첨가하는 재료에 따라 어느 정도 커피 고유의 맛과 향이 살짝 희석됩니다. 때문에 허용되는 맛과 향의 스펙트럼이 꽤 넓은 편입니다. 하지만 에스프레소는 커피가 잘못 추출될 경우 마시는 사람이 느끼는 맛의 결함이 매우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커피와 소량의 물로만 만들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에스프레소만큼은 바리스타 스스로 납득할 만한 '베스트 샷'을 찾기 위해 여러 번 시도하는 것입니다. 

ⓒ 만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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