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감량에 효과는 있는데 선뜻 추천하기 어려운 다이어트가 있습니다. 바로 키토제닉 다이어트입니다. ‘키토제닉(Ketogenic)’이란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케톤(keton)’이 만들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케톤은 우리 몸속에 저장된 지방을 태워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때 만들어지는 부산물입니다. 일반적인 식단으로 식사를 할 때는 케톤이 잘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회로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으므로, 지방을 일부 태워 사용하긴 하지만 케톤이 만들어질 정도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여 인체가 사용할 수 있는 당이 거의 제로에 가깝게 되면 지방에서 케톤이 만들어집니다.
키토제닉 다이어트는 이렇게 엄격한 탄수화물 제한을 특징으로 합니다. 넓게 보면, 저탄수화물(low-carb) 다이어트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백질보다 고지방식을 특징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앳킨스 다이어트나 황제 다이어트와는 다릅니다. 키토제닉 다이어트 중에도 근육 손실을 막기 위해 단백실 섭취를 하루 전체 섭취 칼로리의 20~30퍼센트 정도로 권하기는 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지방으로 섭취합니다. 단백질 섭취도 지나치면 지방을 주에너지원으로 하는 키토시스 상태에 이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세부 방법에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키토제닉 식단은 전체 칼로리의 70~80퍼센트를 지방에서 얻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키토제닉 다이어트는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됩니다.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면서 대신 지방 섭취를 늘리면 에너지 소비량이 늘어납니다. 식욕이 줄어들고 배가 덜 고픕니다. 지방식일수록 위에 더 오래 머무르고 포만감이 길게 갑니다. 탄수화물 섭취량이 적으면 그만큼 인슐린 분비가 줄어듭니다. 하지만 단기간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수의 전문가는 키토제닉 식단의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U.S. 뉴스 & 월드 리포트(U.S. News & World Report)>에서 27명의 전문가 패널에게 의뢰해 선정한 다이어트 식단 40종의 평가 결과, 키토제닉 다이어트는 2021년에 이어 올해도 최하위권인 37위였습니다.

키토제닉 다이어트가 전문가에게 최악으로 꼽히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우선 단기간 효과에 비해 장기적 측면에서는 다른 다이어트와 체중 감량에 별 차이가 없다는 점입니다. 2개월에서 6개월까지는 기존의 저지방 다이어트보다 키토제닉 다이어트의 체중 감량 효과가 커 보이지만 12개월에 이르면 둘 다 효과가 비슷해집니다.
질병 예방이나 관리 측면에서 키토제닉 식단의 효과를 두고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2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경우 혈당치를 낮게 유지하는 데 저탄수화물 식단이 대체로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으며 이로 인해 심혈관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탄고지 식단은 심혈관계 건강에 유익할 수 있습니다. 2021년 미국 임상 영양학회지에 실린 연구에서는 비만이거나 과체중인 참가자들이 지방 섭취를 늘리고 정제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서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 과일, 견과류, 콩류의 섭취를 늘리자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주도한 하버드 의대의 데이비드 루드위그(David Ludwig) 박사는 이런 연구 결과가 키토제닉 다이어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채소, 과일, 견과류, 통곡물 섭취를 늘리는 건 건강에 유익하지만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제한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키토제닉 다이어트는 따라 하기 쉽지 않습니다. 뇌는 아주 절박한 상황이 아닌 이상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선호합니다.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줄이기 어려운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키토제닉 다이어트를 시도하다가 두통, 우울감, 피로와 같은 부작용을 경험하기 쉬운 이유이기도 합니다. 키토제닉 다이어트가 다른 다이어트 방법보다 잘 맞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실패하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됩니다. 키토제닉 다이어트가 환경면에서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 방법인가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습니다.
오늘날처럼 먹거리가 넘쳐나는 환경에서는 어떤 다이어트이든 계속 하긴 해야 합니다. 그만두는 순간 바로 원래 체중으로 돌아오거나 더 불어나니까요. 하지만 기왕이면 평생 지속 가능하면서 환경에도 영향을 덜 주는 방법을 찾는 게 좋겠죠. 스스로에게도, 지구 환경에도 지속적으로 도움이 되는 다이어트에 대해 고민해 볼 시간입니다.
정재훈
약사이자 푸드라이터다. TV, 라디오, 팟캐스트, 잡지 등 여러 매체에서 음식과 약에 대해 과학적 시각으로 정보를 전하고 있다. 그동안 쓴 책으로 <음식에 그런 정답은 없다>, <정재훈의 식탐>, <정재훈의 생각하는 식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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