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서 방울토마토, 애호박, 오이, 고추 등의 열매채소를 키우는 것은 꽤 어렵습니다. 열매채소를 키우려면 잎채소보다 더 큰 화분, 더 많은 영양분과 햇빛이 필요해요. 아무래도 공간과 햇빛에 제약이 있는 베란다에서 열매채소를 돌보는 것은 더 어려울 수 밖에 없죠.
딸기는 베란다 텃밭에서 비교적 수월하게 키울 수 있는 열매채소 중 하나입니다. 꽃이 있는 모종을 구입하면 비교적 낮은 화분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베란다에서 키우기 적합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알아서 척척 잘 자라는 건 아니고요. 직접 키워보며 터득한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드릴게요.

첫 번째, 반드시 꽃이 있는 모종으로 구입할 것! 딸기는 열매를 수확하는 재미로 키우는 종이라 꽃이 중요해요. 노지에서는 꽃이 없는 모종이라도 꽃이 쉽게 피지만 빛이 부족한 베란다에서는 얘기가 다르죠. 꽃이 없는 모종은 언제 꽃이 피는지 알 수 없고 운이 나쁘면 꽃을 아예 보지 못할 수도 있거든요. 제 경우, 되도록 꽃 시장에서 직접 모종을 살펴보고 구입하는 편이에요. 인터넷으로 구입하면 판매처에서 임의로 골라 배송하기 때문에 꽃이 없는 모종이 배송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만약에 딸기 모종을 파는 곳이 없어 온라인으로 사야 한다면 후기를 꼭 확인하세요. 후기 사진에서 꽃이 있는 모종인지 아닌지 어느 정도 확인이 가능하니까요.

두 번째, 채소 전용 화분에 심을 것! 딸기가 아무리 낮은 화분에서 잘 자라는 편이라고 하지만 작은 화분에서는 뿌리를 뻗을 수 없어 열매를 잘 맺지 못하더라고요. 보통 딸기 모종 한 포기로는 많은 열매를 수확하기 어렵기 때문에 길쭉한 채소 전용 화분에 3~4포기를 심으면 딸기도 잘 자라고 열매도 넉넉하게 수확할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딸기 꽃을 붓으로 문질러 줄 것! 딸기 꽃은 나비나 벌이 수술의 꽃가루를 암꽃에 묻혀야 수정이 되고, 열매를 맺거든요. 그런데 베란다에는 나비와 벌이 없으니까 붓으로 직접 문질러 꽃가루를 묻혀야 열매가 맺힐 수 있습니다. 의외로 이 부분을 놓치기 쉬우니 꼭 기억해 주세요.

위 주의사항만 지킨다면 딸기 열매를 무난하게 수확할 수 있는데요. 그저 수확만 하면 키우는 재미가 살짝 떨어질 수 있으니 조금 더 재미있게 키울 수 있는 팁을 알려드릴게요. 바로 딸기 러너를 번식시켜 새 모종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딸기 열매를 다 수확하고 잎만 남은 상태에서 더 키우다 보면 덩굴손처럼 생긴 러너가 아래쪽으로 자라기 시작합니다. 이 러너를 흙에 심으면 번식이 가능합니다. 저는 크기가 작은 모종 트레이에 흙을 채워 러너를 묻어두는데,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고 무난하게 번식할 수 있습니다.
딸기는 더위에 약한 저온성 채소라 서늘한 계절에 주로 열매를 맺습니다. 베란다에서는 가장 쉽게 딸기 모종을 구할 수 있는 봄에 열매를 볼 수 있고요. 더운 계절에 열매를 보고 싶다는 분은 사계절 딸기 즉, 관하 딸기를 키워 보기를 추천합니다. 관하 딸기는 더운 계절에도 열매를 맺고 흰색이 아닌 분홍색 꽃을 틔우기 때문에 관상용으로도 더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퀘럼
베란다에서 다양한 종류의 식물을 키우며, 그 과정과 요령을 전하는 가드너. 단행본 <퀘럼이랑 집에서 쉽게 허브키우기>, <나만의 정원>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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